증시 '안도랠리'에 안도해선 안돼

한겨레 2022. 7. 2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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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증시가 국가별로 6개월에서 1년간의 하락 추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지난달 중순 이후, 한국 증시에서는 이달 6일 이후 조금씩 상승의 기미가 엿보이고 있다. 코스피는 저점 대비 5%대 반등하는 데 그쳤지만 코스닥 지수는 11% 올랐다. 미국에서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가 각각 9%, 13%대 상승했다. 지난해 7월 3300선을 넘었던 코스피와 30%에 이르렀던 하락률을 감안할 때 아직 미미한 회복 정도지만, 수많은 악재를 반영한 상태에서 증시 안정과 반등은 투자자들에게 분명 반가운 일이다.

최근 증시 반등의 이유는 다음의 몇 가지로 판단된다. 첫째는 낮아진 가격이다. 주가를 움직이는 많은 재료가 있지만, 앞서 진행된 가격 변동과 그로 인해 형성된 현재 가격은 그 자체가 증시를 움직이는 중요한 재료다. 여기에는 물론 기업가치 평가(밸류에이션)에 대한 판단이 개입되지만, 특정한 가격 주변에서 잘 떠나지 못하는 ‘정박(앵커링) 효과’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한 마디로 판단이 어려운 적정 가격과 무관하게 단기간에 가격이 많이 떨어지면 싸 보이는 효과다. 또한 낮아진 가격은 이미 많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고 유동성을 확보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줄면서 장기 투자자들의 분할 매수가 시작될 수 있다.

둘째, 금리 안정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나타난 증시 하락 과정에서 금리 급등이 큰 영향을 미쳤는데, 최근 몇 주간 금리가 내리면서 주식 투자자들의 우려도 다소 수그러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하순 3.8%에 이르렀던 한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최근 3.3%로, 미 국채 10년물은 같은 기간 3.4% 이상에서 3% 아래로 내려온 상태다. 금리가 내리면 채권 등 고정금리부 자산으로 자금 이동이 줄어들 수 있고, 주식 보유로부터 발생하는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가치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두 가지 현상 모두 주식 밸류에이션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셋째, 물가 고점 형성과 경기 둔화 가능성이 높아져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속도 역시 느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기대도 증시 반등에 한 몫을 하는 모습이다. 이런 심리는 미국의 장·단기 금리 역전에서도 발견된다. 2000년대 들어 가장 큰 폭으로 벌어진 10년-2년 만기 국채 금리 역전 폭은 금리 인상-경기 침체-금리 인하 사이클에 대한 채권시장의 집합적 확신이 상당히 강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하락과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의 하락도 이같은 확신과 영향을 주고받는 것으로 판단된다.

넷째, 이미 낮아진 2분기 기업이익 시장 전망치(컨센서스)와 이를 웃도는 실적이다. 미국에서는 넷플릭스와 테슬라 실적 발표에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며 기술주 전반의 상승을 이끌기도 했다. 물가 급등기에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이익 압착 현상을 뚫고 성취한 기대 이상의 이익은, 이들 기업이 자신의 비용 상승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충분히 주가 반등의 이유가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자체 경쟁력을 통해 비용 증가를 가격에 전가할 수 있는 기업들은 같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거론한 이유들로 주요국 증시가 추세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각각의 이유들은 모두 ‘앞으로의 상태가 절대적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증거와 확신이라기보다, ‘이미 가격에 반영돼 있는 것보다는 상황이 괜찮다’는 안도감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금리 하락이라는 안도감의 이면에는 경기 침체 우려가 있고, 예상보다 나은 실적이 주는 안도감의 이면에는 지난해보다 나쁜 실적이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승을 ‘안도 랠리’라고 부르며 추세 상승과 구별하는 이유다.

물론 안도 랠리도 엄연히 상승이고, 단기 투자자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만큼 의미 있는 기간 지속될 수 있다. 특히 올해 들어 하락폭이 컸기 때문에 일부 업종과 종목에서는 반등의 폭이 커질 수도 있다. 과거 하락장을 보더라도 의미 있는 폭의 반등은 수시로 일어났다. 하지만 반등 과정의 마지막 순간에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들은 이후 큰 어려움을 겪게 마련이다. 물가와 정책금리 고점, 경기 바닥이 더 확실해질 때까지 이러한 모습이 반복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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