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송 어민 살해' 오락가락 여당, 우왕좌왕 통일부..정치권 "자료 공개만이 정답"

박광연 기자 2022. 7. 24.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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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지난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통일부 업무보고를 한 뒤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과 정부가 문재인 정부 당시 탈북 어민들이 ‘강제 북송’됐다고 주장하며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탈북 어민들이 동료 16명을 살해했다는 사실관계를 여당이 먼저 부정하고 이를 번복하자 정부도 발맞춰 입장을 바꾸는 식이다. 진실 공방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정부 당국의 북송 어민 조사 자료를 공개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가정보원이 지난 6일 서훈 전 국정원장을 검찰에 고발하며 불붙은 ‘탈북 어민 북송사건’ 논쟁은 시간이 흐르며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탈북 어민들이 흉악범이더라도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며 귀순 의사를 밝혔다”는 취지로 2019년 11월 문재인 정부의 북송은 위법하다고 강조해왔다. 흉악범이었기 때문에 대한민국으로 귀순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 문재인 정부 인사들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최근 들어 여권은 탈북 어민들이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이라는 문재인 정부 조사의 사실관계를 문제삼기 시작했다. 발단은 국민의힘 국가안보문란 실태조사 TF(태스크포스) 위원장인 한기호 의원 발언이었다. 한 의원은 지난 20일 TF 3차 회의에서 탈북민들의 증언에 따른 것이라며 “16명이 살해됐다는 문재인 정권의 발표는 허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6명을 살해했다는 것은 북한이 2명의 탈북 브로커를 송환받기 위해 거짓말한 것이며, 문재인 정권은 실제로 이런 내용을 합동신문을 통해 확인했을 거라고 한다”고 말했다.

3년 전 사건 발생 당시 16명을 죽였다는 사실을 보고했던 정부는 이러한 주장이 나오자 입장을 바꿨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21일 브리핑에서 ‘16명을 죽였다는 걸 확정된 사실이라고 말하기 어렵나’라는 질문에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리는 게 맞다”며 “사실 여부에 대한 입장을 내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탈북 어민 2명의 살해 관련 증언이 달랐다는 익명의 정부 고위관계자발 보도가 나오는 등 정부 내에서 살해 사실의 신빙성을 지적하는 주장이 함께 나왔다.

이후 여권은 탈북 어민의 살해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입장을 번복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1일 CBS 라디오에서 한 의원 발언에 대해 “우리 당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라며 “신빙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탈북민 출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2일 CBS 라디오에서 “아무리 사건을 조작하고 왜곡한다고 해도 사람을 죽이지 않았는데 죽였다고 자백할 사람이 있을까”라며 “(16명 살해는) 거의 맞는 사실 같다”고 한발 물러섰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도 같은날 SBS 방송 인터뷰에서 “살인 사실을 자백한 걸로 봐서는 아마 살인했을 개연성은 굉장히 크다”며 동조했다.

문재인 정부 뒤집기에 치중하는 정부·여당이 구체적 증거 없이 사실관계를 부인했다가 번복하며 혼란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송 당시 탈북 어민 합동신문 결과보고서 등 정부 조사 자료를 공개하라는 주장이 여야 공히 나오고 있다.

태영호 의원은 지난 22일 입장문에서 “모든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오직 자료 공개만이 정답”이라며 “합동신문 보고서를 포함해 서훈 전 원장 등에 대한 국정원 고발장, 두 탈북 어민이 자필로 작성한 이력서와 귀순 의향서, 보관된 선박 사진은 물론이고 국정원이 감청했다는 SI(특수정보)도 모두 국민께 적절한 방식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송 사건 당시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이었던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4일 MBN 방송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는 자극적인 영상과 사진 같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자료만 선택적으로 공개한다”며 “자료를 모두 공개하고, 공개가 어려우면 열람이라도 해서 진실을 가리자”고 주장했다.

정부는 검찰 수사 등을 이유로 자료 공개에 소극적이다. 권영세 장관은 지난 22일 SBS 방송 인터뷰에서 “합동조사 내용 전체를 공개하는 건 수사 중인 사건을 공개하지 말라는 법 조항에 위반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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