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뺑소니·마약으로 차 사고 땐 보험 혜택 못 받는다

음주운전이나 마약·약물, 무면허, 뺑소니로 자동차 사고를 냈을 때 운전자가 보험사에 내야 하는 사고 부담금이 대폭 올라간다. 사실상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수준이다. 음주 사망 사고 등을 내면 보험 처리 비용으로만 수억원을 물어야 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새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이 오는 28일부터 시행된다. 새 법은 음주나 마약·약물, 무면허, 뺑소니 차 사고에 대한 사고 부담금 한도를 대폭 올렸다. 사고 부담금이란 중대 법규를 위반하고 차 사고를 낸 사람이 자동차 보험 배상금 일부를 부담하는 것이다. 법을 어기지 말라는 경각심을 주고, 사고 예방을 위해 마련된 제도지만 그동안 한도가 높지 않아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자동차 보험은 모두가 예외 없이 가입해야 하는 ‘의무 보험’과 원하는 사람만 가입하는 ‘임의 보험’으로 나뉜다. 의무 보험의 경우 차 사고를 내면 대인은 사고 1건당 1억5000만원, 대물은 2000만원까지 보상해준다. 사고 금액이 이보다 많을 경우 임의 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추가 가입 금액만큼 보상받을 수 있다. 하지만 중대 법규 위반 음주 사고 등은 이렇게 받은 보험금 중 일부를 사고 부담금으로 내야 한다. 음주 운전을 예로 들면 의무 보험은 대인은 1000만원, 대물은 500만원까지, 임의 보험은 대인 1억원, 대물 5000만원까지로 사고 부담금이 제한됐다.

바뀐 법은 사고 부담금 한도를 대폭 올렸다. 의무 보험의 경우 대인은 최대 1000만원에서 최대 1억5000만원, 대물은 최대 500만원에서 최대 2000만원으로 올렸다. 의무 보험에 대한 사고 부담금은 대인 1억원, 5000만원으로 그대로 유지된다. 결국 음주 사망 사고 1건 사고 부담금은 기존 최대 1억6500만원이었으나 앞으로는 3억2000만원으로 올라가게 된다.

하지만 실제 인상 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기존엔 사고 1건당 사고 부담금을 계산했지만 앞으로는 피해자별로 나눠 계산하기 떄문이다. 예를 들어 음주 사고로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2억원 상당 중상을 당하고, 차량 피해 8000만원이 발생했을 경우 지금은 가해자가 1억6500만원을 사고 부담금으로 내면 되지만, 법 시행 이후에는 부담금이 6억5000만원으로 크게 뛰게 된다. 사고 부담금 한도가 올라간 데다 피해자 각각을 따로 계산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효과다. 박지홍 국토부 자동차정책관은 “이번 조치로 전반적인 교통사고 감소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