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수출 합의 이튿날..러시아, 우크라 오데사 항구 때렸다
우크라이나의 곡물을 흑해 항로로 수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우크라이나·러시아·튀르키예(터키)·유엔의 4자 협상이 타결된 이튿날인 23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의 주요 수출항인 오데사에 러시아군이 발사한 것으로 보이는 미사일이 떨어졌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러시아가 약속을 위반했다고 비판했고, 러시아는 자국과 무관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합의안 타결로 전세계적인 식량난이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실무 준비에 들어가기도 전에 미사일 공습이 터지면서 이행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우크라이나 남부 작전사령부는 이날 “러시아군 칼리브르 순항미사일 2발이 우크라이나의 항구인 오데사의 기반 시설을 타격했으며, 다른 2발은 방공망에 격추됐다”고 텔레그램을 통해 밝혔다. 유리 이그나트 공군 대변인은 오데사를 공격한 미사일이 크림반도 인근 흑해의 군함에서 발사됐다고 했다. 이날 공습으로 인해 사상자가 발생했는지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오데사 지역 하원의원인 올렉시 혼차렌코는 자신의 텔레그램을 통해 오데사 항구 주변에서 6번의 폭발이 있었고, 항구에 화재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방공대가 날아오는 미사일 일부를 격추했으며, 전투기가 공중전을 벌이고 있으니 대피를 해야 한다고 주민들에게 알렸다.
4자 합의안은 흑해에 안전 항로를 마련하고, 이곳을 지나는 선박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이 항로를 통해 우크라이나는 곡물을, 러시아는 곡물과 비료를 수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오데사를 포함해 항구 3곳에서 곡물을 선적할 수 있다. 러시아의 흑해 항로 차단으로 인해 수출길이 막혀있던 우크라이나의 곡물은 2000만t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안에 따라 이스탄불의 공동 조정센터가 세워진다.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선박에 서방에서 지원하는 무기가 실리지 않았는지 감독하고, 수출입 전반을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공습으로 인해 합의안이 실제 이행될지는 불투명해졌다. 당장 우크라이나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텔레그램 영상을 통해 “러시아는 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방법을 찾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러시아가 무슨 약속을 하든 그들은 그것을 지키지 않을 방법을 찾을 것이라는 점을 입증한다”고 했다. 올렉 니콜렌코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도 “러시아가 합의 후 항구를 공격하기까지 24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며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많은 노력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침을 뱉었다”고 했다.
합의에 참여했던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대변인을 통해 성명을 내고 “(이번 공습을) 분명히 규탄한다”며 “식량난에 처한 전 세계 수백만명의 고통을 덜어주려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튀르키예의 완전한 약속 이행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서방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은 러시아의 합의 준수 의지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했고,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는 “EU는 오데사 항고에 대한 러시아의 미사일 공습을 규탄한다”며 “이스탄불에서 합의가 이뤄진 지 하루 만에 곡물 수출의 중요한 목표물을 공격한 것은 특히 비난받을 만하며, 국제법과 약속에 대한 러시아의 완전한 무시를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는 이날 공습과 관련해 직접적으로 입장을 표명하지는 않았다. 다만 튀르키예 측에 자국과 무관한 공격이라고 관여 사실을 부인했다. 튀르키예 국방부의 훌루시 아카르 장관은 “러시아 정부가 오데사항이 폭격을 당한 것은 러시아와 무관하다고 알려왔다”고 했다. 아카르 장관은 “러시아 정부도 사건에 대해 면밀하게 세부사항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면서도 “합의 직후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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