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억' 직장인, 소득세 감면에 가장 크게 웃었다

하위 구간 과표 조정해도 고소득자 감세폭 더 커
연봉 7400만∼1억2천만원 계층 최대 82만원 혜택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윤석열 정부의 소득세제 개편으로 가장 큰 수혜를 누리는 계층은 연봉 1억원 안팎의 직장인으로 나타났다. 고물가 국면에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저소득층은 이번 세제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일수록 돌려받는 것도 많아지는 구조인 탓이다.

정부는 지난 21일 서민과 중산층의 세 부담을 완화하겠다며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 조정에 나섰다. 14년간 1200만원, 4600만원으로 고정되어 있던 하위 2개 과표의 상한을 각 1400만원, 5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것이다. 소득세는 소득이 높을수록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누진 구조로 되어 있어서, 하위 구간의 과표를 조정하더라도 고소득자의 감세폭이 더 커진다. 한국 근로소득자 10명 중 약 4명은 이미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면세자인데다가 이번 과표 변경은 기본적으로 고소득층에 더 유리한 제도 변경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소득세 개편의 뼈대는 하위 구간 과표 2개를 조정해 과표 1200만∼1400만원 구간의 적용세율이 기존 15%에서 6%로, 과표 4600만∼5천만원 구간의 적용세율이 24%에서 15%로 각각 9%포인트 낮아진다는 점이다. 하지만 소득이 낮을 경우 세제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과표가 1100만원인 사람은 과표 변경 효과를 전혀 볼 수 없다. 과표가 1200만∼4600만원인 사람은 늘어난 최하위 과표 구간 200만원(1200만원→1400만원)에 대해 세율이 9%포인트 낮아져 18만원 감면 혜택을 받는다. 과표가 4600만∼8800만원인 사람은 2개 과표 변경의 수혜를 모두 입는다. 늘어난 차상위 과표 구간 400만원(4600만원→5천만원)에 대해 세율이 9% 낮아져 36만원 감면 혜택을 받고 최하위 과표 조정으로 인한 18만원 감면 혜택도 받아 총 54만원의 수혜를 입는다. 과표 1200만원은 총급여 기준으로 2700만원, 과표 4600만원은 총급여 7400만원, 과표 8800만원은 총급여 1억2천만원 수준이다.

식대 비과세 한도를 월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올리는 조처 역시 고소득자에 더 유리하다. 이는 총급여액에서 식대만큼을 아예 빼는 방식으로, 늘어나는 연간 한도 120만원이 각자의 한계세율 구간에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행 소득세제 기준으로 6% 세율이 적용되는 과표 1200만원 이하 구간에서는 식대 비과세 한도 확대로 인한 세 부담 감소액이 최대 7만2천원에 그친다. 하지만 15% 세율이 적용되는 과표 1200만∼4600만원 구간에서는 최대 18만원, 24% 세율이 적용되는 4600만∼8800만원 구간에서는 최대 28만8천원으로 불어난다.

소득이 높을수록 감세폭이 커지는 구조 때문에 정부는 ‘부자 감세’ 비판을 피하고자 총급여 1억2천만원(과표 기준 8800만원) 초과자에 대해 근로소득 세액공제 한도를 현행 5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로 인해 총급여 1억2천만원이 넘는 이들은 원래대로라면 이번 과표 조정으로 인한 세 부담 감소액이 54만원이어야 했지만, 24만원으로 줄어든다. 이로 인해 근로소득 세액공제 한도가 축소되지 않는 가장 높은 과표 구간인 4600만∼8800만원 구간이 이번 소득세 개편의 가장 큰 수혜 계층이 된다. 총급여로 보면 7400만∼1억2천만원, 즉 연봉 1억원 안팎의 근로소득자들이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