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발령 류삼영 총경 "장관이 인사권 가지면 안되는 증거"

지난 23일 충남 아산 경찰 인재개발원에서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열린 모습. 사진=연합뉴스

류삼영 총경은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했다가 대기발령 조치를 받은 것에 대해 "행안부 장관이 인사권을 가지면 안 되는 증거"라는 입장을 밝혔다.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총경)은 지난 23일 충남 아산 경찰 인재개발원에서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했다. 그는 회의가 끝난 지 1시간 30분 만에 울산경찰청 공공안전부 경무기획정보화장비과로 대기발령조치됐다.

류 총경은 "(행안부 장관이) 인사권을 안 가진 상태에서도 이렇게 막강하게 권한을 행사하는데 만약 권한을 가지면 어떻게 되겠나"라며 "이래서 총대를 메고 회의를 개최했다"고 말했다. 이어 "행사 마치고 울산에 도착하기도 전에 벌써 이런 조치가 왔다"며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이렇게 목을 날리진 않는다"고 비판했다.

류 총경은 "지난 22일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며 "회의를 마치고 나서 다음 주 월요일에 오찬을 하며 회의 결과를 들려달라는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의 결과를 전달한다는 것은 (회의 정당성을) 인정한다는 것인데, 결과를 들려달라고 약속한 사람이 갑자기 대기발령을 냈다"고 했다.

이어 "인사권이 경찰청장 명의로 날아왔지만, 본인 뜻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인사권이 장관한테 가면 이제 무슨 일이 생기는지를 보여 주는 것"이라며 "경찰이 인사권을 쥔 사람 눈치를 보고 지시를 안 따를 수 없게 되는 것이고 이 대기발령으로 그 증거가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류 총경은 "(행안부 장관이) 인사권을 갖고 이렇게 장난을 칠 수 있다. '내 말 안 들으면 다 죽는다' 이렇게 되면 경찰관들은 인사권자만 바라보고 국민을 등지게 된다"며 "이번에도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장 후보자를 휘둘러서 이런 지시가 내려온 것"이라고 했다.

그는 "경찰청장 후보자는 회의 결과를 보고받겠다고 했는데 왜 갑자기 징계로 바뀌었겠나. 후보자의 생각이 바뀌었을 리는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23일 충남 아산 경찰 인재개발원에서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열린 날 전국 총경급 이상 경찰 350여 명이 경찰의 상징인 무궁화 화분을 보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전국 경찰서장들은 전날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회의를 열고 경찰국 신설에 대해 "역사적 퇴행으로서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냈다. 경찰서장회의 주최 측에 따르면 총경급 650여 명 중 56명이 현장에 참석했고, 140여 명은 화상으로 참여했다. 회의 취지에 동의하는 차원에서 회의장에 무궁화 꽃을 보낸 인원까지 포함하면 357명의 총경이 참여 의사를 표한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윤희근 경찰청장 직무대행(후보자)은 24일 자로 류 서장의 대기 근무를 명하고, 황덕구 울산경찰청 청문감사인권담당관을 울산중부경찰서장에 보임했다.

경찰청은 지난 23일 "국민적 우려를 고려해 모임 자제를 촉구하고 해산을 지시했음에도 강행한 점에 대해 엄중한 상황으로 인식한다"며 "복무규정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한 후 참석자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경찰청은 이날 회의에 참석한 경찰관들에 대한 감찰에도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