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가 귀엽다던 '웃는 돌고래'..점점 죽어갑니다

남형도 기자 2022. 7. 24.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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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개발과 환경오염, 불법어업과 혼획으로 5년간 5000마리 넘게 '폐사'
국제멸종위기종인 토종 돌고래 ‘상괭이’가 2018년 5월 16일 오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옥계마을 앞 바다에서 죽은 채로 발견됐다./사진=뉴스1

"서해에서 자주 발견되는 고래로는 상괭이가 있습니다. 얕은 물에서 살거든요. 상괭이는 주둥이가 뭉툭한 돌고래로 등에 폭이 좁은 융기가 있습니다. 얼굴 모양이 꼭 웃는 것 같아서 귀엽습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4회(ENA 채널)에서 우영우(박은빈 분)는 이준호(강태오 분)와 낙조를 보며 걷다, '상괭이' 얘길 꺼낸다. 얼굴 모양이 웃는 것 같아 귀엽다고 했다. 상괭이를 상상한듯, 천천히 걸음을 옮기던 우영우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웃는 고래'로 잘 알려진 상괭이의 삶은, 실제로는 매우 위태롭다. 2016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폐사한 상괭이만 5055마리다(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자료). 해안가에서 빈번하게 죽은 채로 발견된다. 그러니 실은 한껏 울고 있지만, 얼굴만 웃는 고래다. 해양보호생물 중 가장 많았다(전체 96%).

한반도 토종 고래 '상괭이', 국제적 멸종위기종
/사진=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고래를 사랑하는 우영우가, 미처 다 말하지 못한 '상괭이'에 더 알아본다면 이렇다.

상괭이는 희귀하고 독특한 돌고래다. 쇠돌고랫과에 속하는 여섯 고래 중 하나이며, 쇠물 돼지라 불리기도 한다. 웃는 돌고래란 애칭도 있다. 몸 색깔은 주로 회백색인데, 죽으면 흑빛으로 변한다. 몸 길이는 주로 1.5미터에서 1.9미터. 숭어나 오징어 등을 먹고, 해조류를 먹기도 한다.

상괭이란 이름은 조선시대 <자산어보>란 어류 학서에 기록된, '상광어'에서 유래됐다. 그만큼 한반도에서 오래 산 토종 고래다.

우리나라에선 서해 강화도와 백령도, 남해 가덕도, 거제도 등에 산다. 국제 멸종위기 적색목록(IUCN Red List)에도 올라간, 국제적인 보호 해양 포유동물이다.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보호종(CITES)이기도 하다

가족 단위로 무리지어 사는데, 엄마와 아기가 수면을 넘실거리며 노니는 모습이 정겹기도 하다.

가장 큰 이유는 '혼획'…그물에 걸려, 수면에 못 올라와 익사
전국 8개 대학 수의과대학 학생들과 관계자들이 19일 오전 제주시 한림읍 한국수산자원공단 제주본부에서 제주 해역에서 발견된 상괭이와 남방큰돌고래 부검 전 교육을 받고 있다./사진=뉴스1
상괭이가 죽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혼획'이다. 특정 어류를 잡으려고 친 그물에, 상괭이가 우연히 걸려 죽는 것이다. 최근 5년간 죽은 '상괭이' 5055마리 중, 3316마리가 어획 활동 중 잡혀 폐사됐다. 실제 신고가 안 된 것까지 따지면, 더 많이 폐사됐을 거란 추측이 지배적이다.

물고기들을 잡으려 그물을 따라가면, 상괭이도 먹이를 따라간다. 특히 물고기들이 조류를 따라 그물 안으로 밀려가게 한 뒤 잡는 어구인 '안강망'에 많이 걸린다. 고래류 중 몸집이 작은 상괭이가 자주 혼획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성체가 되지 않은 어린 상괭이가 더 자주 걸린다.

그물에 걸린 상괭이는 '질식'해서 죽는다. 고래류인 상괭이는 '폐호흡'을 하기 때문에, 일정한 시간마다 수면 위로 올라와야 한다. 그런데 그물에 걸리면 수면에 올라오지 못해, 질식해서 죽는 것이다. 그에 걸리는 시간은 단 1분 남짓이다.

상괭이 탈출 장치의 원리./사진=뉴스1

이에 해양수산부는 지난 3월, 안강망에 상괭이가 탈출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하란 지침도 내렸다.

실제 혼획인지에 대해서도 따져봐야 한단 주장도 제기됐다.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괭이를 포획한 뒤 혼획으로 신고해 밍크 고래로 속여 팔았을 수 있다"며 고래 고기 유통 과정에서 면밀히 파악하라고 해다. 혼획된 고래 고기는 유통할 수 있단 걸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거다.

무분별한 개발도 위험…신공항 예정된 가덕도에 상괭이가 산다
상괭이 배 속에서 발견된 낚싯줄과 낚싯바늘. /사진=뉴스1
해양 쓰레기도 주된 원인이다. 지난 19일 제주대 고래·해양생물보전연구센터가 부검한 인도태평양상괭이의 위 속에서는 기생충과 함께 2m 길이 낚싯줄, 돌돔 전용 낚싯바늘 4개가 나왔다.

이성빈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수생생물의학실 수의사는 "낚싯바늘이 위 속에 있다 보니 소화액이 내려가는 게 느려졌고, 위 내용물도 저류돼 기생충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걸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상괭이의 서식지를 위협하는 개발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신공항 개발 예정인 '부산 가덕도' 인근 해안서 헤엄치는 상괭이들./사진=녹색연합

녹색연합은 "5월 부산 가덕도 앞바다에 가면 상괭이가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5월 11일 유튜브 영상으로 올렸다. 해당 영상에서 상괭이는 푸르른 바다에 들어갔다가, 나와서 숨을 길게 뿜어내기도 하며 유유자적 헤엄쳤다.

그런데 부산 가덕도에 예정된 '동남권 신공항' 개발에 상괭이가 서식한다며, 이를 철회하란 환경 단체의 반발도 나오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5월 9일 기자회견에서 "조사 기간 동안 상괭이가 가덕도 남쪽 한 장소에서만 6시간 동안 60차례 넘게 관찰됐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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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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