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줄곧 흑자였는데..대중국 무역 '석달 연속 적자' 비상등
5월 이후 줄곧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
IPEF 출범, '반도체동맹' 구상도 악재
올해 연간 무역적자 역대 최대 전망
한국의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 흐름이 7월에도 유지돼 석달째 이어지고 있다. 두 나라 사이의 무역 관계 역사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24일 관세청 수출입 통계를 보면, 7월 들어 20일까지 중국에 대한 한국의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5% 줄어든 80억7600만달러였다. 수입은 23.5% 늘어난 96억1500만달러로 집계돼 무역수지는 15억3900만달러 적자로 기록됐다. 7월 전체로도 적자일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5월과 6월에도 각각 10억9900만달러, 12억1400만달러의 적자를 낸 바 있다. 대중 무역수지는 1994년 8월(1400만달러 적자) 이후 올해 4월까지 28년가량 월별 기준으로 줄곧 흑자였다.
정부 당국과 산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소비·투자가 부진한 상황에서 국내 경제 전반을 떠받치는 건 수출이며 그 수출에서 중국 비중은 4분의 1에 이를 정도로 압도적이어서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2일 국내 수출 전초기지의 하나로 꼽히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를 방문해 “대중 수출 활력 제고를 위해”라고 행사 목적을 명시했다.
무역협회는 대중국 교역에서 나타난 이상 기류에 대한 긴급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다. 무협 관계자는 “(대중국 교역에서) 두세달 연속 적자는 너무 이례적이고, 정부에서도 관심을 쏟는 사안이라 긴급 (보고서 작성) 작업에 들어가 있다”며 “8월 초에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중국 수출 부진이 중국의 주요 도시봉쇄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인지, 구조적으로 고착화되고 있는 것인지 통계 위주로 정밀 분석해보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라 지난 3월부터 석달가량 상하이·베이징 등 주요 도시를 전면·부분 봉쇄했다가 6월 들어 상하이 봉쇄를 해제하는 등 완화하는 분위기였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대중국 무역역조 원인으로 “지금으로선 도시봉쇄가 가장 큰 것 같고, 그 밖엔 뚜렷한 징후를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주 실장은 “봉쇄가 소비와 공급망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며 “봉쇄와 완화가 반복되면서 계속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중국의 도시봉쇄는 6월 들어 풀리는 듯하다가 7월에 우강시를 비롯한 허난성 일부 도시에서 다시 봉쇄 조처가 내려진 것으로 외신은 전하고 있다.
한국은 대중국 교역에서 2013년 628억달러 흑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그 뒤엔 오르락내리락하는 속에서 대체로 하락세를 보여 지난해엔 243억달러로 줄었다. 수출 호조세는 이어졌지만 수입이 더 빠르게 늘어난 결과였다. 도시봉쇄 이전부터 대중국 교역에서 기조 변화가 일부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 수입시장에서 1위 자리를 대만에 내준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여겨진다. 무역협회 자료를 보면, 중국 수입시장에서 한국은 2013~2019년 7년 연속 점유율 선두를 차지하다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째 대만에 밀렸다. 이와 관련해선 한국이 미·중 갈등 사태를 맞아 동남아시장으로 수출을 다변화하고 한국 업체가 중국 현지에서 생산물량을 늘려온 것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대목은 최근 국제 원자잿값이 내림세를 타고 있다는 점이다. 상반기 무역적자가 역대 최대인 103억달러에 이른 게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자재 가격 폭등에서 주로 비롯됐다는 점에서 향후 흐름은 바뀔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원자잿값 하락세가 세계 경기 침체를 반영하고 이는 수출을 위축시킬 요인이란 점에서 낙관하기는 이르다.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관련 악재가 쌓이고 있다는 사정이 여기에 덧붙는다. 미국 주도의 중국 견제 전략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5월), ‘반도체동맹’(칩4) 결성 구상(8월 구체화 예상) 등은 모두 한국의 대중국 수출에는 상당한 부담 요인이다. 2016년 한국의 ‘사드’ 배치 때 중국의 경제 보복조처(‘한한령’)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올해 전체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예상은 기정사실로 굳어진 지 오래고 연간으로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기록(206억달러 적자)을 넘어 역대 최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공교롭게 한·중 수교 30돌을 한 달 앞둔 시점이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대통령실 “지지율 20%대 갈라” 위기감…‘반전 카드’도 막막
- 이준석 열흘 만에 다시 광주로…‘호남 여론전’ 왜 나섰나?
- ‘환상 콤비’ 손흥민과 케인, 역시 토트넘 해결사
- 유최안 “우리가 패했다고요? 집단교섭 자체가 큰 수확이예요”
- 펜션 하루 전 취소도 100% 환불…쿠팡의 상술이 께름하다
- ‘연봉 1억’ 직장인, 소득세 감면에 가장 크게 웃었다
- 통신자료 ‘몰래 조회’ 위헌에…검·경 ‘통지 시점 최대한 늦추기’
- 몸은 대구에, 마음은 콩밭에…홍준표의 꿈은 이뤄질까
- ‘대기발령’ 류삼영 서장 “‘까불면 죽는다’고 장관이 시범 보인 것”
- WHO “원숭이두창, 우리 모르는 방식으로 전파” 비상사태 선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