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일간 상처 치유하고 서서히 일상 찾아가려는 거제
극한 상황까지 치닫던 대우조선 하청노조의 파업이 50일 만에 극적으로 타결됐다.
거제상의는 “공권력 투입이 초읽기였던 상황인 만큼 물리적 충돌 없이 무사히 타결돼 거제지역 상공인들을 포함한 거제시민들의 우려를 한결 덜게 돼 다행”이라며 “전국적 관심을 환기시키고 노사 모두 고민했기에 그 의미는 작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태에 따른 공백기로 인한 손실을 어떻게 만회할지가 관건일 것”이라며 “노동자 처우를 고려해 원청사와 협력사가 중지를 잘 모아 순조롭게 잘 풀리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다시 예전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것은 상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옥포시장의 한 상인은 “노조 파업 하루 만에 50일간의 상처들이 금방 회복되겠냐마는 불상사 없이 마무리돼 우선 심적으로는 편안해졌다”며 “코로나 때 죽을 고비를 겨우 넘겼는데 이런 사태가 터져 정말 힘든 상황이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파업이었는지 노조는 지역민 입장도 고려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50일간의 파업을 끝낸 하청노조를 격려하기 위해 전국 31개 지역의 71개 단체가 신청한 희망버스가 지난 23일 거제에 왔다.
이번 하청노조 파업과 관련해 협상 타결은 다행이라면서도 노조의 이런 극한 전략은 이제 바뀌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배동주 거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국장은 “하청노동자들의 이번 파업으로 열악한 현실이 외부로 알려져 공감대를 형성한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지만 사람 목숨을 걸고 하는 투쟁 방식은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배 사무국장은 “수년을 외쳤는데도 달라지는 게 없어 이럴 수밖에 없었다고 노조는 항변하지만 이제 이런 방식의 물리적 압박은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렵다”면서 “시민과 함께 할 수 있는 ‘지혜로운 압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송광태 창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죽기 살기 식으로 파업을 하면서 법을 무시하는 행태가 많았다. 법치국가에서 법을 무시하는 행위가 ‘관성화’ 되다 보니 자주 일어난 것”며 “사용자 측의 엄청난 손실을 빌미로 노조가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은 후진적 행태”라고 꼬집었다.
송 교수는 “사용자도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며, 법 테두리 내의 노사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며 “노조의 불법행위 방조나 용인되는 분위기는 이제 바로 잡아야 한다”고 했다.
대우조선해양은 10월 말로 예정된 선박 납기일을 최대한 맞추기 위해 여름휴가 기간에도 작업할 예정이다.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하청노사 협상 타결 직후 임직원들에게 “소중한 우리 일터를 지키기 위해 일치단결된 모습을 보여준 임직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이제는 파업으로 인해 지연된 생산 공정 만회에 모든 역량을 집중합시다. 저부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한편 법원은 이번 파업을 이끈 하청노조 조합원 9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점거 농성이 해제됐고 조합원들이 경찰에 출석 의사를 밝혀 체포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합원들의 건강 상태를 파악한 뒤 차례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거제=강승우 기자 ks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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