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사진예술' 토대 마련한 한정식 교수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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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깊이가 스며든 정물·풍경 사진을 통해 한국 예술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한정식 중앙대 명예교수가 지난 23일 오전 6시 노환으로 별세했다.
고인은 서구 지향의 국내 사진예술 환경에서 동양철학을 기반으로 한 사진세계를 펼쳐 '한국적 사진예술'의 근간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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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작업 '고요' 연작 대표적
82년부터 20년간 중앙대 사진과 교수
예술·광고 등 수많은 사진가 키워
철학적 깊이가 스며든 정물·풍경 사진을 통해 한국 예술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한정식 중앙대 명예교수가 지난 23일 오전 6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5.
고인은 서구 지향의 국내 사진예술 환경에서 동양철학을 기반으로 한 사진세계를 펼쳐 ‘한국적 사진예술’의 근간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피사체의 형상성을 초월한 본질 접근에 천착해온 고인은 모든 대상과 그 움직임에 깃든 ‘고요’가 자신이 평생 추구해온 세계라고 밝힌 바 있다. 1980년대 후반부터 2010년까지 30여년간 작업한 ‘고요’ 연작은 피사체를 향한 순수한 탐구로 출발한 그의 예술세계가 불교철학을 거쳐 정신미학의 완성으로 이어졌음을 보여준다. 또한 ‘나무’ ‘발’ ‘풍경론’ 등의 연작은 현실을 통해 현실이 아닌 다른 세계를 그려내는 사진의 추상성을 극명하게 표현했으며, 인간 내면에 잠재한, 언어로는 풀 수 없는 ‘끌림’의 원형을 흑백의 프레임 안에 잘 버무렸다는 평을 받았다.
서울대 사범대 국어과를 졸업한 고인은 한때 시인 겸 국어교사로 활동했다. 1960년대 우연한 기회에 카메라를 장만한 그는 사진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이후 일본 니혼대 사진학과 유학 후 신구전문대 전임강사를 거쳐 1982년부터 20년간 중앙대 예술대 사진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다양한 활동으로 한국 사진 발전에 기여한 그는 1987년 그가 주도해 창립한 사진학회 ‘카메라루시다'가 1992년 한국사진학회 창립으로 이어지는 데 초석을 마련했으며, 예술사진을 막론하고 다큐·광고사진 등 국내외 사진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수많은 사진가를 키워냈다. 2019년 한국인 사진기자로는 첫 퓰리처상을 수상한 김경훈 <로이터> 기자는 “언제나 제자들의 고민에 경청하며 따스한 조언을 아끼지 않은 스승이자 사진계의 큰 어른 같은 존재였다”며 “언어로써 사진의 중요성을 처음 알게 해준 분”이라며 추모했다.
고인은 <사진예술개론>(1986), <예술로서의 사진>(1988), <사진, 예술로 가는길>(2006) 등 수많은 사진 이론서와 <흔적>(2006), <사진 산책:일상 속에서 건져낸 사진 이야기>(2007), <북촌:나의 서울>(2010), <고요>(2013), <가을에서 겨울로>(2021) 등의 사진집을 남겼다. 또한 2017년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한국 현대 미술가 5인 회고전’ 작가로 초대되기도 했다.
유족은 부인 승수연씨와 자녀 계영(춘천 마디온정형외과 원장)·계륜(서울과학기술대 조형대학 교수)·계림(사업)씨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발인은 25일 오전 9시30분.(02)3410-3151.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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