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학 "지금 민주당엔 '세대교체' 아닌 '세력교체'가 필요"
"97세대조차 미래 세대 의제 해결에 절박하지 않아"
"친명도, 반명도 아니기에 '단일화' 할 수 없다"
(시사저널=김종일·구민주 기자)
8·28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는 지금 세 가지만 있다.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과 '반명(反이재명)' 그리고 '97세대'로 대표되는 세대교체론이다. 이동학 전 최고위원은 여기 모두에 도전장을 냈다. 1982년생으로 지금 민주당 당권주자 중 가장 어린 그는 97세대의 세대교체론 대신 '세력교체론'을 주창한다. 당 대표 후보 유력주자인 이재명 의원에 맞서 단일화하자는 반명 전선의 제안을 거부했다. 이 의원을 향해서는 그가 당 대표가 되면 한국 정치의 '적대적 공생관계'가 더 강화될 수 있다고 직격탄을 날리며 대선 당시 약속한 정치개혁안의 구체적 청사진을 제시하라고 했다.
그는 지금 무엇을 바라보고, 무엇을 바꾸겠다고 하고 있는 것일까. 이 전 최고위원은 7월22일 서울 용산구 시사저널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단도직입적으로 '왜 이동학인가'라고 묻는다면.
"제가 당 대표가 되면 시민들이 민주당을 완전히 새롭게 볼 수 있는 계기가 제공된다. 기존에 보던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민주당이 정말 변하기 위해 몸부림을 친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 변화와 신뢰의 신호는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기성 정치인들로는 이런 인식을 줄 수 없다. 그래서 제가 출마 선언을 할 때 '세대교체'가 아닌 '세력교체'를 강조한 거다. 정치를 바꿀 세력교체를 통해 민주당을 새롭게 보여줄 수 있다. 실제 이런 변화는 민주당은 물론 우리 정치 전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다."
출마를 결심한 결정적 이유는 무엇인가.
"정치가 망가졌다고 생각한다. 지금 정치가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내가 잘해서 선택받는 게 아니라 상대를 못하게 해서 대신 내가 선택받는 정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론과 협상을 통한 합의 정치가 우선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을 고소하고 고발하는 게 우선이고 능력으로 인정받는 정치로 가고 있다. 정치는 타협인데 점점 타협의 공간은 줄고 사법의 영역이 커지고 있다. 검경 등이 정치적 결정을 내리고 있다. 결국 사회는 정치에 의해 계속 양분되고 서로 증오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상당한데 정치권이 이를 계속 뒤로 미루고 있다. 저도 무모한 도전임을 안다. 가능성이 낮은 상황임에도 나선 이유는 이런 정치를 바꿔보고 싶기 때문이다. 진짜 문제들을 해결해 보고 싶다."
진단부터 해보자. 민주당은 왜 선거에서 연패했을까.
"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치도 사람이 하는 거라 잘못을 할 수는 있다. 중요한 것은 시정하는 방법과 사과하는 태도다. 그런데 우린 제대로 반성하지 않았다. 반성한다고 말은 했는데, 제대로 반성하는 태도가 아니었다. 제대로 반성해야 다시 동력을 받아 앞으로 갈 수 있는데, 우리는 다시 신뢰를 얻는 데 부족했다. 부동산 등 주요 정책에서 우리는 잘못도 저질렀고, 일관되게 그 정책들을 밀고 가지도 못했다. 무엇보다 고위공직자들의 '내로남불'적 요소가 있었다. 그런 모습들이 더 큰 실망을 가져다주었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강성 팬덤 문화는 어떻게 보나.
"지금 민주당은 획일화 흐름이 너무 강해지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정치인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면 엄청난 공격성이 발현된다. 팬덤 정치의 공격적 부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이런 책임을 당원들에게 돌리고 싶지는 않다. 당에 1차적 책임이 있다. 온라인 당원들이 2015년부터 자발적으로 많이 입당하기 시작해 최근까지도 이런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데, 다양한 당원들의 의사를 어떻게 수렴하고 받아들일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인구밀도가 높아졌는데 집을 넓히는 작업을 하지 않은 것이다. 문을 활짝 개방했는데, 집 크기는 여전하니 쾌적하지 않고 아웅다웅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 의견이 안 받아들여지니까 문자폭탄을 던지고 악성 댓글을 단다. 작은 집에서 큰 집으로 쾌적한 환경으로 이사를 한다면 우리는 충분히 다시 민주주의자들의 정당으로 돌아갈 수 있다. 전(全)당원 투표제를 도입하고, 공론소통테이블을 더 많이 늘려야 한다. 누구든 배심원단으로 신청할 수 있고, 누구든 공론 테이블에 나올 수 있게 하고, 여기서 합의된 내용을 승복하고 존중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민주당에서 이런 실험을 성공시킨다면, 사회적 합의까지 이끌어 낼 수 있는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민주주의의 질적 도약이 지금 너무 필요하다."
민주당에 청년 정치가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핵심 원인이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다. 일단 당이 굉장히 경직되어 있다. 젊은 사람 키우는 데도 인색하다. 민주당 내에 청년 정치인들은 굉장히 많다. 국민의힘보다 훨씬 자원이 많다. 그런데 청년들로 하여금 굉장히 주눅 들고 눈치 보게 만든다. 청년들을 위한 프로그램과 콘텐츠도 일방적이고 단편적이다. 강사를 불러서 강연 들으면 정치인으로 길러지나? 그렇지 않다."
두 번째 이유는 무엇인가.
"청년 정치인 스스로가 문제였다. 우리도 성찰해야 한다. 자기 소명이 분명해야 한다. 당의 획일적이고 눈치 보게 하는 분위기에 수긍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면 애당초 정치인이 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을 바꾸고 싶은지 자기 소명을 갖고 스스로 깨어있어야 한다. 민주당이 획일적이라는 지적에는 청년들이 목소리를 충분히 안 낸 탓도 있다. 선배 세대에게 그 책임을 다 전가할 건 아니다. 우리가 시대를 어느 쪽으로 끌고 가고 싶은 것인지에 대해 치열하게 토론해야 한다. 계속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
"대권주자 이재명, 보호 동시에 더 강하게 만들어야"
97세대와 비교해 나이 말고 다른 차별적 경쟁력은 무엇일까.
"일단 생각하는 의제가 다르다. 인구와 환경 등 미래 세대와 직결된 의제에 대해 선배 정치인들은 절박하지 않다. 지금 정치가 작동을 안 하니 청년과 미래세대의 의제들이 다뤄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세대교체가 아닌 세력교체를 주창하는 거다. 이제 당은 '노장청(老壯靑) 체제'로 가야 한다. 지금은 노장들의 정당이다. 미래 비전과 의제를 다루는 실력과 시선은 기성 정치인보다 제가 더 넓고 풍부하다고 자부한다."
'이재명 역할론'을 두고 갑론을박이 많은데.
"이재명 의원은 대선주자였다. 지금 당원들의 엄청난 지지도 받고 있다. 같은 당 식구로서 대선주자를 보호해야 하는 건 맞다. 이 의원뿐만 아니라 대선주자급 인물은 누구든 보호해야 한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더 강하게 만들 필요도 있다. 대선주자급이라는 이야기는 우리 보호막에만 있는 게 아니라 상대와 겨뤄서 결국 이겨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측면에서는 좀 더 아끼고 보호하는 동시에 더 강하게 만들 필요도 있다고 본다."
가장 큰 쟁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이 의원이 당 대표로 당선되면 우리 정치의 '적대적 공생관계'가 더 강화될 거라고 생각한다. 상대 진영에서는 이 의원을 우리의 수장이라고 여기니까 무조건 죽이려는 질 낮은 정치를 한다. 이 의원들을 타격하면 할수록 그 반작용도 커지게 된다. 그리니 적대적 공생관계는 더 강화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 의원에게 요구한다. 대선 때부터 이런 정치를 그만하겠다고 하셨다. 구체적으로 어떤 정치교체 프로세스를 밟아서 지금의 양당제 정치를 바꿀 것인지, 선거법과 정당법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계획서를 국민과 당원 앞에 제시하시라. 그래야 이 의원이 당선되면 양당제의 적대적 공생관계가 더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와 걱정이 해소되지 않겠나."
그럼에도 컷오프 후 단일화하자는 제안에 반대했는데.
"우선 반명(反이재명) 전선에서 하자고 해서 반대했다. 저는 친명도 아니고 반명도 아니기 때문에 반명 전선에서 하자는 데 낄 수 없었다. 이런 정치 그만해야 한다. 왜 국민과 당원들에게 전당대회는 물론 단일화 제안이 별 관심이 안 되겠는가. 전면적인 정치개혁, 의제 개혁이 아닌 '반명' '친명' 등의 이야기만 하니 감동이 없는 것이다. 오히려 '민주당도 양당 기득권 속 기성 정당이 됐다' '이런 정치 그만하자'는 반성 속에 미래세대를 위한 정치개혁 깃발을 들고 나왔으면 달랐을 거다."
윤석열 정부를 평가한다면.
"윤석열 정부를 지지하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표를 주신 분들은 많지 않다고 본다.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으로 저쪽을 찍은 부분이 크다는 점에 대해 우선 죄송한 마음이 크다. 지금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이 떨어지니까 우리가 또 오만한 생각을 할 수 있는데, 절대 안주해서는 안 된다. 반사이익으로는 우리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는다. 이럴 때일수록 민생을 더 고민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국가의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면서 성찰도 제대로 해야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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