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집안싸움으로 번진 아베 피격 사건

박창민 기자 2022. 7. 2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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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 전 고위간부 "일본 헌금 시스템 개혁하려다 축출"
통일교 측 "전혀 사실 아니다"

(시사저널=박창민 기자)

일본 열도를 충격에 빠뜨린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총기 피격 사망 사건이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의 집안 문제로 번지고 있다. 아베 전 총리를 저격한 야마가미 데쓰야(山上徹也·41)가 범행 동기에 대해 "통일교에 대한 원한 때문"이라고 진술한 게 단초가 됐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통일교 전 고위간부가 전면에 나서 현 교권 세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더 나아가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후계 정당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았다. 도대체 아베 전 총리와 통일교는 어떤 관계였으며, 어쩌다 이 사건이 통일교 집안싸움으로까지 확대된 걸까.

먼저 아베 전 총리 암살 용의자 야마가미는 총격을 결행한 직접적인 원인에 대해 "집안을 파탄 나게 한 통일교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모친이 통일교에 약 10억원의 돈을 헌납해 가정이 극심하게 어려워졌다고 진술했다. 평소 통일교에 대해 깊은 원한이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야마가미는 아베 전 총리를 살해하기 직전 한 인터넷 블로거에게 통일교와의 악연을 강조하는 편지를 보냈다. 구체적으로 그는 편지에서 "나와 통일교의 인연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며 통일교와 관련된 개인적인 가족사를 적었다. 그러면서 "어머니의 입교 이후 억 단위를 넘는 금전 낭비와 집안 풍비박산, 파산 등으로 나의 10대가 지나가 버렸다"고 했다.

7월8일 일본 도쿄에서 시민들이 아베 신조 전 총리 피격 사실을 전하는 요미우리신문 호외판을 읽고 있다.ⓒAP 연합

떼려야 뗄 수 없는 아베 가문과 통일교

이 편지에서 아베 전 총리가 통일교와 깊은 관계가 있기 때문에 살해한다고 예고했다. 야마가미는 아베 전 총리에 대해 "매우 싫지만, 본래의 적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현실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통일교 동조자 중 한 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아베의 죽음이 초래할 정치적 의미, 결과, 이미 그것을 생각할 여유는 나한테 없다"고 아베 전 총리 살해 이유를 밝혔다.

이 때문에 일본 정계에서도 아베 전 총리와 통일교의 오랜 인연이 입방아에 올랐다. 아베 전 총리와 통일교의 인연은 아베의 외조부이자 자민당 유력 정치인이었던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 때부터 이어져 왔다. 당시 기시 전 총리는 일본 정계의 '막후 실력자' 사사카와 료이치로부터 통일교를 설립한 문선명 총재를 소개받아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1970년대 초 통일교 신자들은 자민당 선거운동원에 적극 나서는 등 정치권과 긴밀히 소통했고, 덕분에 통일교는 일본에 성공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었다고 일본 정계는 평가하고 있다. 이런 배경으로 통일교는 기시 파벌의 정통 후계자인 후쿠다 다케오, 기시 전 총리의 사위인 아베 신타로, 그의 아들 아베 전 총리에 이르기까지 3대에 걸쳐 관계를 유지했다.

이뿐만 아니라 통일교와 일본 정치권의 유착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일본 언론 닛칸겐다이에 따르면 통일교 관련 행사에 나가거나 축사, 기고문을 보낸 일본 현역 의원은 112명에 달한다. 이 중 98명이 자민당이다. 내각 각료나 당 간부를 맡은 적 있는 유력 의원도 34명에 달하며, 이들 중 상당수가 아베 정부 때 기용됐다. 통일교와 일본 정치인들의 전방위적인 관계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아베 전 총리 피격 사건의 파장이 일본 정계로까지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주목되는 사실은 아베 전 총리의 암살 사건이 통일교 집안싸움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통일교 고위간부였던 곽정환 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 세계회장이 "통일교 활동이 본래 있어야 할 자리에서 완전히 벗어났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한학자 통일교 총재와 내부 교권 세력을 직접적으로 비판했기 때문이다.

7월19일 곽 전 회장은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일교회에서 가장 오랫동안 최고위 지도자의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 아베 총리의 죽음에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교회 지도부들은 책임을 회피할 생각을 하지 말고, 진심으로 사과하고 잘못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용산구 소재 통일교 전 세계교회본부 건물ⓒ시사저널 박은숙

통일교 측 "무분별한 보도에 유감"

곽 전 회장은 문선명 총재의 3남이자 자신의 사위인 문현진씨가 1988년 후계자로 낙점된 후 일본교회의 해묵은 헌금 문제에 대해 개혁하려고 시도했지만, 일부 세력에 의해 가로막혔다고도 밝혔다. 다만, 곽 전 회장은 오래 전에 통일교를 나왔기 때문에 현재 일본교회의 헌금 액수와 헌금이 사용된 경로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자세한 언급은 피했다.

곽 전 회장이 통일교를 비판하는 배경에는 통일교를 둘러싼 오랜 후계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그는 현진씨가 후계 싸움에서 밀려나면서 2009년 통일교를 나왔다. 곽 전 회장은 1998년 현진씨가 세계부회장에 오르자 교권 세력이 모친 한학자 총재와 4남 문국진씨, 7남 문형진씨를 업고 저항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곽 전 회장은 통일교 교리를 설명하면서 현진씨가 정통 후계자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종교계에서는 또다시 통일교를 둘러싼 후계 갈등 문제가 불거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물론 통일교 측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먼저 통일교 측은 곽 전 회장의 주장에 대해 "내부 논의를 거쳐 2009년 일본교회의 헌금 방식을 모두 바꿨다. 곽 전 회장이 주장하는 헌금 방식은 더 이상 일본교회에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그의 주장은 오히려 당 법인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임을 밝힌다"고 말했다.

통일교 측은 곽 전 회장이 문 총재의 재가 없이 임의로 통일교 공적 자산을 처분에 혼란을 일으킨 장본인이라고도 밝혔다. 통일교 관계자는 "과거 통일교의 미국 비영리법인 UCI(Unification Church International) 산하 자산들을 문현진씨를 비롯해 곽 전 회장 일가들이 임의대로 처분해 문제가 됐다"며 "당시 문 총재님이 곽 전 회장과 그 일가들로 구성된 UCI 이사진들에게 모든 재산을 즉시 반환하라고 선포문까지 발표했다"고 밝혔다.

또 아베 전 총리 피격 사건에 대해서는 "통일교에 대한 일부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와 추측성 뉴스가 확산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어 "용의자의 모친은 월 1회 교회 행사에 참석해 왔다"며 "가정 내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성장 과정을 거쳐 발생한 극단적인 사건이기에 사법기관에 의해 용의자의 범행동기가 명확히 조사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정환 전 통일교 세계회장이 7월19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아베 총리 피격 사건으로 '한학자 통일교' 허물어질 것"
[인터뷰] 곽정환 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세계회장

문선명 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총재 최측근이었던 곽정환 전 통일교 세계회장이 아베 전 총리의 피격 사건으로 '한학자 통일교 체제'가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곽 전 회장은 7월19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진행한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아베 전 총리를 저격한 범인이 처음에 노린 타깃이 일본 총리가 아니라 한학자 통일교 총재였다는 사실은 통일교에 대한 심각한 경고가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곽 전 회장은 문선명 전 총재의 오른팔로 일컬어질 만큼 교단 내 막강한 실력자였다. 1958년 통일교에 입교한 그는 천주평화연합 초대 의장, 세계일보 초대 사장 등을 맡았다. 그는 문선명 설립자의 셋째 아들 문현진씨의 장인이기도 하다. 다음은 곽 전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갑작스럽게 기자회견을 자처한 이유는.

"아베 전 총리 피격 사건이 통일교에 대한 분노에서 비롯됐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나 큰 책임을 통감하게 됐다. 지금은 통일교에서 나왔지만, 오랫동안 최고위 지도자로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 아베 전 총리의 죽음에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베 전 총리와 일본 국민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통일교와 일본 고위층의 관계가 깊은 까닭은 무엇인가.

"문선명 전 총재는 하나님 섭리의 중심 국가가 한국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다음 하나님 섭리에 가까운 나라는 일본과 미국이다. 그래서 이 세 나라는 섭리적으로 특별한 위상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문 전 총재는 일본에 많은 공을 들였다. 아베 전 총리 가문과 가까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분명히 밝히고 싶은 것은 종교적이거나 정치적으로 이권을 주고받은 사이는 아니었다."

일본교회를 경제부대라고 언급했는데.

"일본은 통일교에 아주 중요하다. 코로나19 이전에 매년 수십만 명의 일본인 신도가 한국을 방문했다. 일본에서 모인 헌금이 통일교의 세계적인 활동을 크게 뒷받침한 것도 사실이다. 물론 통일교가 일본 사회에 기여한 점도 상당하다. 다만, 과도하게 헌금을 걷는 건 문 전 총재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행태다. 이걸 개혁하려고 했지만, 강한 반발에 부닥쳐 실패해서 오늘날에 이른 것 같다."

잘못된 후계 승계가 문제의 원인이라고 주장한 이유는.

"문선명 전 총재가 타계한 뒤 부인인 한학자 통일교 총재는 아들들을 밀어내고 전권을 장악해 교주가 된 후 '독생녀'라고 스스로를 신격화하고 있다. 이는 문 전 총재의 가르침과 상충한다. 일본에서 벌어진 사건은 이렇게 하늘을 속이고, 문 전 총재의 뜻을 거스른 비리와 음해의 결과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한학자 총재를 따랐던 신도들이 현 통일교 상황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문 전 총재의 원칙에도 없고, 하나님 섭리에도 없는 저 독생녀 교단은 절대 지속될 수 없다. 이번 아베 피격 사건은 국제 문제로 비화하고 있는데, 현재 통일교 교단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 이번 사건으로 독생녀 교단은 빠르게 허물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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