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허위민원'도 형사처벌·징계 가능성 있다면 '무고죄'"
수사기관에 허위고소를 하는 것뿐 아니라 관계기관 등에 허위민원을 제기한 경우도, 그로 인한 형사처벌이나 징계 가능성이 있다면 무고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무고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에 “B약국의 약사가 무자격자인 종업원에게 명찰을 달지 않고 불특정 다수의 환자들에게 의약품을 판매하도록 지시했고, 종업원은 자신에게 의약품을 처방하고 판매했다”고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종업원이 판매했다는 약품의 이름까지 특정해서 기재했다.
그러나 조사결과 B약국은 해당 약품을 취급한 적이 없었고, 종업원에게 일반 의약품 판매를 지시하지도 않았다.
A씨는 무고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형법은 무고죄를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 사실을 신고하는 죄”로 규정한다. A씨의 경우 경찰 등 수사기관에 허위고소를 한 건 아니지만 B약국 약사를 약사법 위반(무자격자 조제 판매 행위)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원 등에 허위 사실을 신고(허위 민원)한 행위’라고 검찰은 봤다.
A씨는 재판에서 민원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었고, 범죄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과 2심 모두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A씨가 약국에서 무성의한 대우를 받았다는 생각에 화가 나 허위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판단했다. A씨가 B약국이 당시 취급하지도 않은 특정 약품의 이름까지 기재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A씨 주장대로 설령 약 이름을 착각한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허위일 가능성’은 인식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도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신고자가 허위라고 확신한 사실을 신고한 경우뿐만 아니라 진실하다는 확신 없는 사실을 신고하는 경우에도 그 범의를 인정할 수 있다”며 “신고사실이 허위일 가능성이 있다는 인식을 하지 못했다면 무고의 고의를 부정할 수 있으나, 허위일 가능성이 있다는 인식을 하면서도 이를 무시한 채 무조건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생각하는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허위신고의) 목적이 필요한 조사를 해 달라는 데 있다는 등의 이유로 무고의 범의가 없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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