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고통 우리만 감내".. 지구촌 노동계 '분노의 여름' [심층기획]
글로벌 인플레 속 노동계 심상찮아
英, 소비자물가지수 40년 만에 최고
철도·통신 등 파업 돌입했거나 예고
美도 화물철도 노조 등 반발 확산세
타협 실패 땐 9월 중순 파업 현실화
중남미선 파업 넘어 반정부 시위로
정부선 과도한 임금 인상 자제 당부
"인플레 소용돌이 재현" 경고 목소리
파업 장기화 땐 글로벌 경제 직격탄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고려해 경영계에서는 과도한 임금 인상을 자제해 달라.”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사이먼 클라크 당시 재무부 장관은 BBC와 인터뷰에서 노동자들이 물가 상승과 맞물려 임금 인상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 식의 임금 인상은 1970년대식 인플레이션 스파이럴(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다. 영국 3대 노조인 유나이트의 샤론 그레이엄 사무총장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 안 된다는 정부 주장에 대해 “완전히 잘못된 것인 동시에 혐오스럽기까지 하다”고 일갈했다. 이어 노동자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생활비 앙등으로 ‘불만의 여름(Summer of Discontent)’을 보내고 있다며 사용자 측이 공정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레이엄 사무총장 말처럼 세계적으로 노동자들은 ‘불만의 여름’을 넘어 ‘분노의 여름’을 보내는 모습이다.
BBC에 따르면 조합원 약 550만명이 소속된 영국노동조합총회(TUC)는 공공부문 노동자에 대한 적절한 임금 인상과 최저임금 15파운드(약 2만3500원) 달성을 전면 요구하고 있다. 영국은 법정 시간당 최저임금이 연령별로 다른데 지난 4월부터 올해 인상분이 반영돼 23세 이상은 9.5파운드(1만5000원)를 적용받는다. 정부는 일단 국민보건서비스(NHS) 의료진 4.5%, 교사 최소 5%의 임금 인상을 통해 달래기에 들어갔다. 20년 만의 최대 인상 폭이지만 노조는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 11%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유럽 항공·공항업계 파업은 휴가시즌과 맞물려 교통대란을 일으켰다.
스페인에 본사가 있는 라이언에어, 이지젯 등의 승무원이 이달 파업에 나섰고, 프랑스 파리 샤를드골공항 직원도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지난 1일부터 14일간 파업했다. 영국 런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독일 프랑크푸르트 등 주요 공항에서는 항공기 수천 편이 결항했다. 이탈리아 로마 레오나르도다빈치 국제공항에서는 17일 항공 관제사와 저비용항공사 파업이 겹쳐 항공편 500여편이 결항·지연됐다.
화물철도 파업이 일어나면 제조업체 등 관련 산업의 물류비가 올라 소비자에게까지 비용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페루, 파나마 등 중남미에서는 공공부문의 임금인상 요구가 반정부 시위로 확산돼 사회불안으로 이어졌다. 파나마 수도 파나마시티에서는 이달 초 교사노조가 먼저 파업 시위를 시작했다. 이후 원주민 단체와 시민의 연료가격 인하요구 시위로 번져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미국에서 노조 결성(unionisation) 열풍이 불고 있다. 1971년 창사 후 50년간 노조 무풍지대였던 스타벅스에서 지난해 12월 노조가 결성된 뒤 지난 4월 아마존, 지난달 애플에서도 줄줄이 노조가 설립됐다.
노조 설립 움직임이 활발해진 배경으로는 우선 코로나19 이후 노동시장의 특성이 꼽힌다. 일손 부족 현상이 심화해 노조 결성에 유리한 지형이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비영리기관 ‘일과 정의’의 에리카 스마일리 전무는 “일손 부족 현상은 전국의 노동자에게 고용자를 압박할 용기를 줬고, 이 용기가 스타벅스와 아마존에서 전례 없는 노조 결성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NLRB에 청원을 제출한 작업장이 올 상반기에만 1411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9% 늘어난 규모이자 2015년 이후 최다다. 청원을 낸 1411곳 중 노동자 수가 2만1000곳 이상인 400개 사업장은 이미 투표를 통해 노조 설립안을 가결했다. 지난해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68%가 노조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65년(71%)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런 흐름에도 미국의 노조 조직률은 지난 수십 년간 가파르게 하락해 역사적으로 보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미국 조지아주립대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 노동자의 약 10.3%가 노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964년 29.3% 대비 19%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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