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50%↓' 리포트에 주가 '훅'.."터무니 없다"는 한미약품
"(한미약품의 2분기) 영업이익은 107억원으로 컨센서스를 54.5% 하회할 것"
한국투자증권에서 발간한 한미약품 2분기 실적 전망 보고서의 일부다. 기업의 기초체력인 영업이익이 컨센서스(시장 평균 예상치) 보다 50% 이상 깎일 것이란 보고서에 한미약품의 주가는 발간된 직후 5% 이상 급락했다.
발칵 뒤집힌 한미약품 측은 실적 발표도 앞당겼다. 실제 영업이익은 컨센서스 236억원을 25.1% 상회했다. 증권가 사이에선 이 해프닝을 두고 '전례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한미약품은 당초 2분기 실적을 7월말 쯤 공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제약·바이오 분야를 분석하는 오의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의 보고서가 발간된 날 오후에 실적 발표를 앞당겨 발표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실적 발표 당일 "당초 7월말 쯤 잠정실적 공시를 할 예정이었으나 오늘 특정 증권사가 터무니 없는 수치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을 담은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발표하는 바람에 시장에 혼란이 커져 불가피하게 공시를 앞당겼다"고 설명했다.
오 연구원의 보고서에선 연봉협상에 따른 인건비 증가, 거리두기 완화와 함께 증가한 판관비 때문에 2분기 한미약품의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54.5% 하회한 107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 연구원의 보고서 발간 이전 총 6개의 증권사에서 한미약품의 2분기 실적 전망을 내놨었다. 이들의 평균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약 248억원으로 컨센서스보다 약 5.08% 상회한다.
통상 기업들의 실적을 추정할 때 시장 평균 예상치인 컨센서스보다 최대 20% 편차가 나는 건 일반적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하지만 50% 이상 컨센서스를 벗어날 것이란 보고서가 나오자 증권업계와 시장 안팎이 출렁였다. 5% 이상 빠졌던 주가도 한미약품의 실적 발표 후 2.55% 하락한 상태로 진정되며 장을 마감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오 연구원의 배경에 주목했다. 오 연구원은 2010년부터 2022년까지 총 12년 간 한미약품 연구센터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그러다 올해 2월 한국투자증권에 합류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제약·바이오 분야는 지난 6월부터 전임 연구원이 퇴사하며 공석이었다.
타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바이오·제약 연구원인 A씨는 "영업이익 추정치가 컨센서스보다 50% 이상 차이가 난다는 걸 보고 놀랐다"며 "한편으론 한미약품에서 오랜 기간 재직했던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으니 어느 정도 맞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 연구원의 전임자는 "(이익 산정 모델을) 공유한 건 아니었고 진짜 (오 연구원이) 썼는지는 모르겠으나 한국투자증권 내 서버에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회사와 지속적으로 비용, 이익 등에 대해 얘기를 하고 분기별 실적을 추정하는 편"이라고 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선 각 기업 IR팀에서 제공하는 자료 등을 바탕으로 분기별 매출 실적, 투자 현황, 비용 등을 모두 고려해 각자의 실적 산정 모델을 만들고 이에 맞는 논리구조를 준비한다. 오 연구원의 전임자는 퇴사한 지 1년이 넘은 상황이다.
실제로 한미약품 IR팀은 실적 발표 전 오 연구원과 만나 2분기 실적에 대한 추정치를 제공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2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컨센서스보다 더 상회할 것이란 동일한 가이던스(예상 전망치)를 오 연구원을 포함한 다른 증권사 연구원들에게 제시했다"고 했다.
한미약품 실적 발표 이후 다음날 오 연구원은 2분기 실적 분석 보고서를 냈다. 해당 보고서에선 발표된 2분기 영업이익에 대해 "당사의 우려와 달리 R&D(연구개발) 비용 및 인건비 증가가 크지 않았고 중국의 코로나19 봉쇄로 인한 물류비 부담 또한 높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한국투자증권 측은 "리서치센터 연구원마다 각자 사용하는 이익 산정 모델이 있기 때문에 전임자의 모델을 써서 한미약품의 2분기 실적 추정을 했다는 건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실제 이익 산정 모델에 정해진 공식 같은 건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오 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가 시장에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보는 건 지나치게 시장이 확대해석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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