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베트남·인니 지역서 판매 호조

현대차 크레타.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오래 전부터 ‘일본차 브랜드의 텃밭’처럼 불려온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판매량을 늘리며 입지를 부쩍 넓혀나가고 있다. 약 2년 뒤 배터리 공장까지 완공할 경우 전기차를 앞세워 판매량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24일 베트남자동차공업협회(VAMA)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베트남 합작사인 현대탄콩과 타코기아는 올해 상반기 각각 3만6397대, 3만5485대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둘을 더한 판매량은 7만1882대로, 지난해 동기보다 29.3% 증가했다. 이는 일본 토요타 판매량(4만3085대)의 1.7배에 달하는 수치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상반기 베트남 시장 점유율도 38.8%로, 토요타(23.2%)를 15.6%포인트 앞섰다.

베트남은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 이어 네 번째로 큰 동남아 자동차 시장으로 지난해 판매량은 31만대를 기록했다. 베트남 자동차 시장은 오는 2025년 45만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기아는 일본차가 판매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인도네시아에서도 판매량이 늘고 있다.

인도네시아 자동차공업협회의 통계를 보면 올해 상반기 현대차·기아의 합산 판매량은 1만2013대로 작년 상반기(2990대) 대비 4배 가량 급증했다.

전체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0.8%에서 올해 2.6%로 1.8%포인트 올랐다.

특히 현지 전략형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크레타는 올해 상반기 9228대가 팔리며 인기를 끌었다.

1위인 토요타(14만9461대·31.4%)와 비교하면 판매량과 점유율 격차가 아직 크다. 현대차그룹이 현재 인도네시아의 생산능력 확대에 투자해오고 있어 향후 판매량이 늘어날 공산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차는 지난 3월 인도네시아 브카시에 아세안 지역 첫 완성차 생산공장을 세웠다. 또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인도네시아에 설립 중인 배터리셀 합작공장이 2024년부터 양산에 나서면 아세안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월 아태 권역의 목표 판매 대수를 지난해 32만9000대보다 27.4% 증가한 41만9000대로 올렸다.

사실 동남아 시장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특별히 공을 들이는 지역이다. 최근 판매량 증가 등도 그 연장선에서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정체 상태에 빠진 현대차그룹으로선 새로운 개척지로서 동남아를 낙점한 것이다. 특히 전통의 강세인 일본차와 경쟁하기 위해 내연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점이 있고, 새로 뜨는 아이오닉5 같은 전기차를 앞세우는 전략을 펴고 있다.

태국의 경우 지난해 판매량 상위 1~5위가 일본차 브랜드인 데 반해 현대차는 10위권 밖이었다. 말레이시아에서도 토요타가 7만1585대(3위)를 팔 동안 현대차는 848대(14위)에 그쳤다. 2156대를 판 폭스바겐과도 대비된다.

업계 관계자는 “반대로 현대차나 기아로서는 현지 생산을 늘리고 마케팅에 집중하면 판매량이 늘어날 여지도 큰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동남아 국가는 대체로 젊은 인구가 많아 성장 가능성이 큰 편이다.

서울 |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