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인하 기대감에 집주인 "매도 보류"..거래 더 씨 마른다
상반기 거래량 역대 최저..종부세 개편 윤곽 때까지 거래 더 힘들 듯
전셋값도 신규 수요 감소에 지속 하락..사실상 '8월 대란' 없을 전망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보유세를 낮춰준다고 하니 집주인이 일단 매도를 보류하네요. 매수자도 없는데 당분간 거래에 더 씨가 마를 듯해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의 말이다.
최근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 우려 등으로 극심한 거래 절벽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인하 정책에 서울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매물 회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지난 21일 종부세 과세 체계를 주택 수에서 가액 기준으로 전환하고, 다주택자의 중과 세율을 폐지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 세제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다주택자들이 "급할 게 없다"며 매도 결정을 미루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거래 가뭄 현상이 더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종부세 줄어든다" 매도 보류 나선 집주인…서울 아파트 매물 감소
24일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정부가 종부세 인하 계획을 발표한 21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1.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일 6만4천668건에서 감세안이 발표된 21일 6만4천46건으로 줄어든 뒤 이날 현재 6만3천766건으로 감소했다.
서울 25개 구 가운데 강북구를 제외한 24개 구의 물건이 줄었다.
중구가 지난 20일 814건에서 이날 현재 784건으로 3.7% 감소했고, 서초구는 4천294건에서 4천164건으로 3.1% 줄었다.
또 양천구(-2.2%), 구로·광진구(-2.1%) 등이 2% 이상 감소했고 강남구와 송파구는 각각 1.2%, 0.8% 줄었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금리 인상 등의 충격으로 매수세가 완전히 꺾였는데 보유세 인하를 추진하겠다고 하니 집주인들마저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라면서 "그간 급매라도 팔겠다던 한 집주인이 주말에 매물을 회수하고 '좀 더 지켜보겠다'며 매물을 거둬갔다"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도 "은마아파트 소유자에게 매도 의사를 타진해보니 일부 매도를 보류하겠다고 하더라"며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묶여 어차피 싼 값에 내놔도 거래가 잘 안되다 보니 일단 세제 개편 추이를 봐가며 의사결정을 내리겠다는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초구 반포동의 중개업소 사장은 "정부안대로라면 다주택자뿐만 아니라 고가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의 종부세도 낮아지는 것이어서 매도를 결심했던 집주인이 당장 매도할지 일부 고민에 들어갔다"며 "급하게 팔 필요는 없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종부세 완화 방안은 아직까지 정부의 계획일 뿐 국회의 문턱을 넘을지는 미지수여서 야당의 반응에 따라 매물은 다시 늘어날 수 있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부자감세' 논리로 맞대응할 분위기여서 원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전문가들은 가뜩이나 거래 가뭄이 심각한 상태에서 보유세 인하 변수까지 불거지면서 당분간 거래 절벽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를 보면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천60건(24일 신고 기준)으로 6월 거래량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6월 계약분의 신고일은 이달 말까지로 일주일이 더 남았지만 5월 계약건수(1천737건)에도 크게 못 미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전체 거래량으로도 역대 최저 수준이다.
마포구 아현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그나마 시세보다 가격을 1억원 이상 낮춰줘도 팔릴까 말까 한데 종부세 완화 기대감에 이런 급매물들이 보류되면 거래는 더 힘들어진다"며 "내 집을 팔고 반드시 다른 집을 사야 하는 갈아타기 수요 외에는 매수세도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사라진 '8월 대란설'…월세보다 전세 물건 더 늘어
전월세 시장도 신규 거래가 쉽지 않은 가운데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는 당초 오는 8월부터 2020년 임대차2법 도입 이후 계약갱신권을 소진한 전세 매물이 쏟아지면서 전셋값이 불안해질 것이라는 '8월 대란설'이 제기됐다.
그러나 현재 전세 시장에서 매물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여름 비수기까지 겹쳐 가격은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월세 물건 수는 이날 현재 총 5만490건으로, 한달 전(4만4천495건)보다 13.4% 증가했다.
이 가운데 월세 물건은 1만6천636건에서 1만8천750건으로 12.7% 늘어난 데 비해 전세는 2만7천859건에서 3만1천740건으로 한달 새 13.9% 증가해 증가폭이 더 컸다.
전문가들은 이런 분위기로 볼 때 8월 대란설은 사실상 없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실제 갱신권을 소진한 물건이 시장에 나오고 있지만 수요가 없어 4년 치 인상분을 한꺼번에 반영하는 등 가격을 크게 올리기는 어려운 분위기라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월세도 금리 인상으로 이자율이 높아졌지만 환산 기준이 되는 전셋값이 떨어져 월세 역시 크게 올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신규로 전세를 얻으려는 수요가 많지 않아서 종전에 13억원 하던 전셋값을 11억원으로 낮춰야 거래가 성사될까 말까 한 상황"이라며 "최근 금리 인상으로 1억원당 30만원을 받던 월세를 35만원으로 올린다고 쳐도 전셋값 자체가 하락해서 월세가 늘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계약갱신청구권을 소진한 물건이 나오고 있지만 집주인이 4년치 전세 인상분을 무리하게 올려받으려는 움직임은 아직 없다"고 덧붙였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시세보다 보증금은 2천∼3천만원, 월세는 10만원 정도 싸게 해줘야 계약이 이뤄진다"며 "전월세 물건이 나오면 서너 달 적체되는 경우가 많아서 갱신권 소진 물건도 시세 이상으로 올리긴 힘든 분위기"라고 전했다.
특히 정부의 상생임대인 제도 시행으로 재계약은 더 늘어난 분위기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양도소득세 2년 거주 요건을 피하기 위해 상생임대인을 택하는 집주인들이 늘고 있다"며 "가을 이후 이사철 성수기 시장을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큰 불안은 없을 듯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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