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대 오른 종부세.. 정권 따라 오락가락하게 된 사연

황재성 동아일보 기자 2022. 7. 2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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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성의 부동산 맥락] 과세 기준 주택 가격으로 변경, 세율 0.5~2.7%로 낮아져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단지 모습. [뉴시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다시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 기획재정부가

7월 21일 발표한 '2022년 세제개편안'에서 종부세 세율과 기본공제금액을 조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골자는 과세 기준을 주택 수에서 주택 가격으로 다시 바꾸겠다는 것이다. 종부세 과세 기준은 2005년 도입 이후 줄곧 주택 가격이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2019년 주택 수를 섞는 식으로 고쳤다.

종부세 폭탄 부작용 최소화

세율도 낮아진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주택 수와 무관하게 0.5~2%였던 종부세 세율은 문재인 정부 때 1주택자 0.6~3.0%,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 1.2~6.0%로 상승했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0.5~2.7%로 낮아진다. 세 부담 상한도 일반 150%, 다주택자 300%에서 150%로 통일된다. 기본공제금액도 올라간다. 현재 6억 원에서 2023년부터 9억 원으로, 1주택 기본공제도 11억 원에서 2023년부터 12억 원으로 각각 높아진다.

1주택자와 고령자, 장기보유자, 일시적 2주택 보유자 등에 대한 특별공제도 추가된다. 우선 1주택자는 종부세 기본공제금(11억 원)에 3억 원이 더해진다. 과세기준금액이 14억 원이 되는 셈이다. 다만 이는 올해에만 적용되는 한시적 조치다.

정부는 내년에 공시가격 현실화 제도 등을 수정해 종부세 전반을 손질할 방침이다. 하지만 당장 올해에는 문재인 정부가 정한 방식대로 종부세를 부과할 수밖에 없어 '종부세 폭탄'이 불가피하다. 이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특별공제를 추가하는 것이다. 다만 이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 사항이다. 정부는 8월 열릴 것으로 기대되는 임시국회에서 의원입법을 통해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종부세액이 100만 원 이하인 1주택 보유자로서 총 급여가 7000만 원 이하(종합소득금액 6000만 원 이하)인 60세 이상 고령자나 5년 이상 장기보유자에게도 혜택이 주어진다. 해당 주택에 대한 종부세 납부 시기를 상속·증여·양도 시점까지 유예하기로 한 것이다. 또 이사 등으로 일시적 2주택자가 되거나 6억 원(수도권 기준, 비수도권은 3억 원) 이하 주택이면서 지분이 40% 이하인 주택 보유자, 비수도권 및 비광역시 이외 지역에 위치한 공시가격 3억 원 주택 보유자에 대한 절세 방안도 마련된다. 1주택자 여부를 결정할 때 해당 주택은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두 조치 모두 종부세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 역시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부자 감세라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때 급격한 종부세 부담 강화 추진으로 대선 및 지방선거 실패를 경험했기에 정부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민주당 자체적으로도 종부세 완화 방안을 검토 중이라서 이 같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하면 어떤 식으로든 대대적인 종부세 수술은 불가피해졌다. 정권 성향에 따라 종부세 핸들이 180도 바뀌는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노무현 정부 집값 잡기 위해 종부세 도입

종부세는 노무현 정부가 도입했다. 노무현 정부는 계속해서 오르는 집값을 잡기 위해 보유세와 재산세를 높이려 했다. 하지만 지방세인 재산세는 지방자치단체가 결정세액의 절반 수준까지 낮출 수 있어 기대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자,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새로운 국세인 종부세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노무현 정부는 2003년 10월 29일 종부세 신설을 골자로 한 부동산대책을 발표하고 법령 마련에 착수했다. 그리고 2005년 1월 종부세법을 제정했다. 이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당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는 건설경기 침체와 집값 진정세를 이유로 종부세 도입을 미루자며 버텼다. 또한 당시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와 국세청은 서로 종부세를 징수하지 않겠다며 상대방에게 떠넘기는 해프닝도 있었다.

그럼에도 제도 시행 초기 종부세에 대한 반발은 거세지 않았다. 종부세 타깃이 '다주택을 소유한 부동산 투기꾼'이었기 때문이다. 또 공시지가 9억 원 초과 주택이 별로 없는 데다, 부과 기준도 '개인별 합산'이어서 대상자도 많지 않은 편이었다.

하지만 2005년 3월 이후 집값이 급격히 오르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노무현 정부는 2005년 '8·31 대책'을 통해 대상 주택을 공시지가 6억 원 초과로 확대하고, '세대별 합산 부과'로 강화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노무현 정부 인사들은 종부세의 성공을 자신했다. 노 전 대통령은 아예 방송에 나와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사서 기분 좋은 사람들이 언제까지 웃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정부 기대와 달랐다. 1가구 1주택 장기보유자 등을 중심으로 조세 저항 움직임이 거세게 나타난 것이다. 이는 노무현 정부와 민주당에 치명타가 됐다. 2006년 지방선거 참패, 2007년 말 대선 패배, 2008년 4월 총선 대패 등으로 이어진 것이다. 2008년 11월에는 헌법재판소로부터 "종부세법 자체는 합헌이지만 세대별 합산 조항은 위헌이고, 장기 1주택 보유자에 대한 과세는 헌법불합치"라는 결정까지 받는다. 법 시행 3년 11개월 만의 일이었다.

선거 참패 영향으로 수정 거듭해

2008년 헌법재판소는 “종부세법 자체는 합헌이지만 세대별 합산 조항은 위헌이고, 장기 1주택 보유자에 대한 과세는 헌법불합치”라고 결정했다.[동아DB]
이후 이명박 정부가 집권하면서 종부세는 방향을 틀어 완화의 길을 걷는다. 이명박 정부는 우선 가구별 합산 방식을 다시 개인별 합산으로 바꿨다. 또 1주택자의 경우 9억 원 초과부터 과세 대상이 되게 하는 등 기준도 완화했다. 세율도 1~3%에서 0.5~2.0%로 내렸다.

1주택자에 대한 세액공제와 공정시장가액비율 80%도 새로 도입했다. 세액공제의 경우 1주택자 중 만 60세 이상은 10%, 만 65세 이상은 20%, 만 70세 이상은 30%까지 세액공제를 해줬다. 또 보유 기간에 따라 5~10년 미만 보유자는 20%, 10년 이상 장기보유자는 40%까지 세액을 깎아줬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과세표준을 정할 때 적용하는 공시가격 비율이다. 즉 주택 공시가격이 9억 원일 때 6억 원을 공제한 뒤 나머지 3억 원에 대해 80%까지만 적용해 과세표준액(2억4000만 원)을 정하는 식이다. 사사건건 이명박 정부와 부딪힌 박근혜 정부도 이 같은 종부세 기조는 이어갔다.

2017년 5월 시작된 문재인 정부는 종부세 핸들을 다시 반대방향으로 꺾는다. 세율을 대폭 높이고 과세 기준이 되는 주택 공시가격을 끌어올리는 게 핵심이었다. 세율 조정은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우선 2019년 세율이 0.5~2.7%로 상승했다. 3주택 이상 보유했거나 조정대상지역에 2주택을 보유한 경우 0.6~3.2% 세율이 적용됐다. 이어 2021년에 다시 1주택자와 비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0.6~3.0%, 다주택자는 1.2~6.0%로 세율이 올라갔다. 그 결과 이명박 정부 시절 2%였던 종부세 최고세율이 6%로 껑충 뛰었다.

주택 공시가격 상향 조치는 대상자를 대폭 늘어나게 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33만여 명이던 대상자는 지난해 94만7000명으로 3배가량 증가했다. 시행 첫해인 2005년(7만1000명)과 비교하면 13배가량 커진 규모다. 자연스럽게 불만이 폭발했고, 이는 2021년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 참패로 이어졌다.

이에 놀란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8월 부랴부랴 완화책을 마련했다. 1주택자 종부세 추가 공제액을 3억 원에서 5억 원으로 상향하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때늦은 조치였다. 올해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 참패라는 결과를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황재성 부장은… 

동아일보 경제부장을 역임한 부동산 전문기자다. 30년간의 기자생활 중 20년을 부동산 및 국토교통 정책을 다루는 국토교통부를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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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성 동아일보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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