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수출 재개 협정 하루만에 위반.."러, 오데사 항구 공격"(종합)

러, 전날 UN·튀르키예 중재 속 우크라와 120일간 항구 재개 합의

(서울=뉴스1) 이서영 기자,정윤영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오데사 항구의 기반시설을 공격했다고 우크라이나 군부가 23일(현지시간) 주장했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남부작전사령부는 "러시아군이 칼리브르 순항 미사일로 오데사 항구를 공격했다"면서 "미사일 2발은 방공망으로 격추됐으나 2발은 항구 기반시설을 타격했다"고 전했다.

이에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은 "이번 공격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이 중재한 협정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스스로 얼굴에 침을 뱉은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러시아의 오데사 공습은 러시아가 약속을 이행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 의회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가 어떤 말과 약속을 하든 실행하지 않을 방법을 찾을 것이라는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러시아, 우크라이나와 튀르키예(터키) 그리고 유엔은 전날 국제적 식량 위기를 대응하기 위해 흑해 항구를 재개방하기로 합의했다.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 속 이뤄진 이번 합의에 따라 매달 500만톤의 곡물이 우크라이나에서 수출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날 체결된 협정은 120일(4개월)간 효력이 발생될 예정이었으며, 협약에 따라 당사국들은 선박을 감시하는 합동관제센터(JCC)를 튀르키예 이스탄불 보스포러스 해협에 즉시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협정에는 우크라이나 최대 물동항인 오데사 외에도 피브데니항, 초르노모르스크항 등 3개의 항구에서 선박이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당사국들은 흑해로 향하는 선박에 대해 어떠한 공격도 가하지 않겠다는데 합의한 바 있다.

지난 22일 서명식을 중재한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번 러시아의 공격을 비난하며 당사국들이 협정을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사무총장은 "이 식량들은 전 세계 식량 위기를 해결하고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어려움에 처한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공격에, 각국과 국제기구 등에서도 즉각 입장을 냈다.

조셉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이스탄불 협정 서명 다음 날 곡물 수출에 중요한 목표물을 타격하는 것은 특히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러시아가 국제법과 약속을 완전히 무시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은 "이번 공격이 정말 끔찍하다"며 "약속이 완전히 부정당했다"고 질책했다.

미국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나서서 "협정에 대한 러시아의 약속 신뢰성에 심각한 의문이 든다"면서 러시아의 행동을 강력히 규탄했다.

다만 훌루시 아카르 튀르키예 국방장관은 러시아가 이번 공격을 하지 않았다는 러시아 측의 입장을 전달했다.

그는 "러시아는 이번 공격과 전혀 관련이 없으며 이 문제를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마크심 마르첸코 우크라이나 현지 주지사는 이번 공격으로 오데사 항만 시설이 파괴되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파괴의 심각성이나 부상자 수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seo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