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과 성관계한 남성은 왜 "19세인 줄 알았다"고 우겼을까
[승재현의 형사판] 형사법 전문가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와 함께하는 사건 되짚어 보기. 이번 주 독자들의 관심을 끈 사건에 관해 전문가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한 단계 더 들어가 분석합니다.
랜덤채팅을 통해 초등학생과 만나 성관계를 한 남성 A씨가 미성년자의제강간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재판의 쟁점은 A씨가 B양의 나이를 몇 살로 알고 있었나였습니다. A씨는 B양을 19세로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는데요. 형사법 전문가는 “15세 이하 미성년자와 간음한 성인이 할 수 있는 건 딱 하나, 16세 이상인 줄 알았다는 것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미성년자 의제강간죄는 강간죄와 어떻게 다른가요?
대한민국 형법에서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해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그 행위에 따라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 강간상해·치상, 강간살인·치사와 동일하게 처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강간죄의 경우는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강력한 폭행과 협박이 있어야 성립됩니다. 또, 강제추행 역시 힘의 대소강약은 불문하지만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어야 성립합니다.
그러나 12세 이하의 사람인 경우에는 그 사람의 완전한 동의를 받았더라도 형법상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죄가 성립합니다.
◇그래서 이번 사건에서는 폭행·협박이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던 거군요?
맞습니다. 상대방이 12세 이하라는 것을 알았다면 서로 동의하고 성행위를 했더라도 무조건 처벌받습니다. 그래서 본 사건 피고인은 상대가 초등학생인 줄 몰랐다는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미성년자 의제강간 혐의를 받는 거의 대부분 피고인이 펼치는 주장이기도 합니다.
재판부는 A씨가 범행 직후 초등학생이 할 법한 몇천 원짜리 액세서리를 사준 점 등을 들어 상대가 13세 미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최근 무조건 처벌받는 미성년자의 범위가 넓어졌다고요?
네. 2019년 ‘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에 ‘13세 이상 16세 미만 아동·청소년에 대한 간음죄’를 신설해 그해 7월부터 시행했는데요.
그 내용은 19세 이상의 사람이 13세 이상 16세 미만인 아동·청소년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해 간음하거나 추행한 경우 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했습니다. 이에 따라 2020년 5월 형법에 처벌 규정이 추가 되면서 궁박한 상태를 이용하지 않아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제는 19세 이상 성인이 15세 이하 미성년자와 동의하에 성행위를 하더라도 처벌받습니다. 사실상 미성년자 의제강간죄의 대상이 12세 이하에서 ‘15세 이하’로 상향된 것입니다.
◇성인이 15세 이하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행위를 할 경우에만 처벌되는 건가요?
좀 복잡합니다. 먼저, 13세 미만 미성년자와 성행위를 한 자가 14세 이상이라면 미성년자라도 무조건 처벌받습니다.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미성년자와 성행위를 한 자가 19세 이상 성인이라면 말씀드린 대로 처벌받습니다.
그런데,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미성년자와 성행위를 한 자가 19세 미만이면 처벌받지 않습니다. 소위 ‘로미오와 줄리엣’ 규정이라고도 합니다.
15세 이하 청소년과 성행위를 한 모든 성인을 처벌하는 것에 대해 일부 논란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는 15세 이하의 미성년자를 보호해야 할 무조건적인 의무가 있으며 성인의 성착취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지를 표명한 입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5세 이하 아이들의 마음을 속여서 사랑하는 것이라고 믿게 만드는 건 성을 착취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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