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6명 도망갔던 강원 농촌 외국인 근로자..올해는 어떨까
보증금·각서·현지 공무원 파견·전담 통역사 관리 등 일부 '성과'
(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작년 여름에는 외국인 노동자 3명이 토마토 수확을 앞두고 도망쳐버려 눈앞이 캄캄했어요. 남편이랑 둘이서 허리가 끊어지도록 일했어도 피해가 컸죠."
강원 철원군 근남면에서 토마토 농사를 짓는 장모(55·여)씨는 지난해 외국인 계절근로자 때문에 황당한 일을 겪었다.
모종 심기와 고정 작업, 순을 솎기 등 일손이 필요한 작업을 이들과 함께 마쳤지만, 정작 일손이 가장 필요한 수확을 며칠 앞두고 외국인들이 모두 도망친 일이다.
양구군 해안면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이모(55)씨 역시 같은 일을 겪었다.
지난해 이씨 농장에 배치된 외국인 근로자 2명이 휴일에 외출한 뒤 끝내 돌아오지 않았고, 군청에 사정을 얘기해 다시 배치받은 외국인 2명 중 1명도 첫 월급을 받은 뒤 무단이탈했다.
이들에게 미리 준 급여와 식비는 고스란히 손해로 돌아왔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일손이 부족한 농가를 돕고자 강원도는 외국인 계절 근로자 380명을 데려와 7개 시군 농가에 배치했다.
시군별로 살펴보면 양구 193명, 홍천 92명, 철원 43명, 인제·화천 각 23명, 횡성 4명, 강릉 2명이었다.
하지만 양구 133명, 홍천 75명, 인제 16명, 철원 7명 등 모두 231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농가를 무단이탈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탈률은 약 61%, 지난해 강원 농가에 배정된 외국인 노동자 10명 중 6명이 도망친 셈이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올 상반기 도내 농가에 배정된 계절근로자 2천569명 중 98명이 이탈해 이탈률은 지난해의 15분의 1 수준인 3.8%에 그쳤다.
지역별로는 양구가 52명으로 가장 많았고 인제 34명, 평창 5명, 횡성·삼척·춘천 각 2명, 영월 1명으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이탈률이 가장 높았던 3개 지역을 비교해봐도 올해 입국한 계절근로자 수는 크게 늘었지만, 무단이탈은 크게 줄었다.
양구군의 경우 올해 배정된 외국인 근로자 680명 중 500명이 현재 입국해 농가에 배정됐으며, 이들 중 52명이 이탈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제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325명이 농가에 배정해 34명이 무단이탈한 것으로 집계됐고, 홍천에 배정된 541명의 외국인은 모두 농가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3개 지역의 외국인 근로자 이탈률을 비교하면 지난해 73%에서 올해 6.3%로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각 지역은 이들의 무단이탈을 막고자 올 초부터 다양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양구군은 필리핀 노동자들을 관리하고자 입국한 현지 공무원이 지역에 상주하면서 작업·생활 여건을 살피고 인권 보호에 힘쓰고 있다.
홍천군은 통역사를 상주시키면서 마치 선생님처럼 근로자들의 불편을 살피고 어려움을 상담하면서 세세한 관리를 이어가고 있다.
이 밖에도 각 시군은 계절근로자의 인권 보호, 숙식 제공 등 고용주의 필수 준수사항을 교육하고 외국인 근로자 가족 연대보증, 보증금 예치 등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외국인 계절근로자 이탈률 1.5%와 비교하면 올해는 다소 높은 수치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실정이다.
단지 몇 명이 도망친다고 하더라도 해당 농가는 한해 농사를 송두리째 망칠 수 있는 까닭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24일 "외국인들이 입국한 뒤부터는 사실상 관리 감독을 농가에 맡겨버리는 부실한 체계가 근본적인 문제"라며 "도망친 외국인들을 뒤늦게 찾아도 소득은 없고, 그 피해는 다시 농가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고 설명했다.
강원도 관계자는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올해는 지자체의 각종 대책과 노력이 일부 성과를 거둬 이탈률을 크게 낮췄다"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가 일손 부족으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외국인 근로자 관리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yang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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