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덕기자의 LawStory] 수사 진용 갖춘 檢.. '사람 충성 안한다' 尹의 법칙 지킬까

안현덕 기자 2022. 7. 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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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급 이하 수사관까지 25일 檢 수사진영 꾸리기 마무리
검수완박法 9월 시행..직권남용 겨냥 수사 '속도' 관측
대장동·도이치모터스 등 前정권 완료 못한 수사도 재개
주요 사건, 정치적 민감..檢 균형 사정 심판대 오를 듯
[서울경제]

검찰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을 겨냥해 소환조사에 착수하는 등 수사 엔진 재가동에 나섰다. 검찰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대적 인사·조직 개편에 착수하는 한편 문재인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건’을 재배당하는 등 수사 준비 작업에 매진해왔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25일 6급 이하 수사관을 마지막으로 ‘수사팀 꾸리기’가 완료된 만큼 검찰 수사가 본궤도에 진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게다가 주요 사건이 정치적으로 민간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6급 이하 수사관까지 배정을 완료하는 등 오는 25일 정기 인사를 마무리한다. 재배당 등 수사팀별 사건 배정도 완료했다. 각종 의혹을 겨냥한 수사에 착수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갖춰지는 셈이다. 검찰은 앞서 인사를 통해 이른바 ‘윤석열 사단’를 특수수사 부서에 전진 배치했다. 또 특수 수사 경력을 지닌 6~7급 수사관도 주요 수사부서에 우선 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수사가 이달 말부터 본궤도에 진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의 형 이래진씨와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가 지난 달 28일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윤성현 남해해경청장과 사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 등 4명을 공무집행 방해와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로 고발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수사에 가속을 붙일 것으로 예상되는 사건은 문재인 정부의 ‘블랙리스트’ 의혹과 탈북 어민 강제 북송·서해 공무원 피살 등이다. 서울중앙지검은 국가정보원과 국민의힘, 피해 유가족, 시민 단체 등의 고발에 따라 앞서 해당 사건을 공공수사 1·3부에 배당했다. 문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건은 기존 반부패수사2부에서 형사1부로 전담 주서를 바꿨다. 이들 사건의 공통점은 고발장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 혐의가 담겼다는 점이다. 이는 형법 123조에 명시된 대표적 공무원 범죄 혐의이나 검찰은 두 달여 뒤면 해당 죄명이 의심되는 사건에 대한 수사 개시 자체가 불가능하다. 오는 9월부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시행되면서 검찰 수사 범위가 부패·경제 범죄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직권남용 혐의는 소명이 쉽지 않은 탓에 한 때 사문화됐다고 평가받았다”며 “하지만 국정농단 사건 수사 때부터 전가의 보도로 쓰인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사건은 한해 31.6건이었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인 2013~2017년 사이 연평균 기소 건수(16.5건)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그는 이어 “‘전 정권 때 직권남용 혐의가 무더기로 적용됐던 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말마저 나온다”며 “이는 검찰이 허용된 기간 동안 강도 높은 수사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사건과 관련해 불구속 기소된 정영학 회계사가 지난 달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 문재인 정권 시절 ‘마침표’를 찍지 못한 사건 수사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그동안 서울중앙지검 4차장 산하의 전담수사팀에서 담당했던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사건은 검찰 정기 인사 후 반부패수사3부가 수사 중이다. 지난 22일 2대 대장동 도시개발 추진위원장을 맡았던 주민 이모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를 재개했다. 검찰이 참고인 조사, 수사기록 검토 등 기초 조사가 끝나는 대로 대장동 의혹 윗선 규명 등으로 수사 확대에 나설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안팍의 공통된 시각이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가 수사 중이다. 하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 별다른 수사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어 검찰이 조만간 김 여사에 대한 기소 여부 결정 등 수사 결론을 도출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 기소된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지난 4월 2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권 회장은 같은 달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가 보석을 인용한 데 따라 불구속으로 재판을 받게 됐다. /연합뉴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두 사건의 공통점은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재판이 이미 시작돼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수사가 완료되지 못했다는 점”이라며 “각각 수사 과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 여사가 거론되는 등 정치적으로 민감하다는 부분도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공공수사1·3부와 형사1부, 반부패수사1·3부에서 수사 중인 사건은 고발이나 수사 과정에서 모두 전 정권 혹은 현재 살아있는 권력이 언급되고 있다”며 “전 검찰총장이 대통령에 취임한 상황에서 검찰이 ‘균형 사정에 나설 수 있을지’ 또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수 있을지‘ 심판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윤 대통령이 현직 검사로 재직할 당시 강조했던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지킬 수 있을지가 판가름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만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안현덕 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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