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인륜적 범죄라는 강제 북송..'행위 자체' 처벌 가능할까

이대희 2022. 7. 24.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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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어민 강제 북송'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 그 과정의 절차적 불법 행위뿐 아니라 북송 행위 자체도 처벌 대상이 될지 관심이다.

정부와 여권은 강제 북송 행위를 "반인륜적 범죄"라고 규탄했지만, 법조계에선 북송 행위 자체를 처벌할 국내 법 규정이 모호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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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위배되지만 처벌 규정은 없어"..검찰, 결정 과정 위법성 규명에 집중

(서울=연합뉴스) 이대희 정성조 박재현 기자 = '탈북 어민 강제 북송'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 그 과정의 절차적 불법 행위뿐 아니라 북송 행위 자체도 처벌 대상이 될지 관심이다.

정부와 여권은 강제 북송 행위를 "반인륜적 범죄"라고 규탄했지만, 법조계에선 북송 행위 자체를 처벌할 국내 법 규정이 모호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통령실 브리핑룸 첫 브리핑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1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강인선 대변인이 '북송 탈북 어민 사진'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2022.7.13 seephoto@yna.co.kr

대통령실 "북송은 반인륜적 범죄"…범죄 혐의 적용 '촉각'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이달 13일 "만약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강제로 북송했다면 이는 국제법과 헌법을 모두 위반한 반인도적·반인륜적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비록 정치적인 표현이라 해도 북송 행위 자체가 심각한 위법 행위라는 시각이 깔려 있다.

일단 다수 헌법학자는 중범죄를 저지르고 넘어온 북한 주민이어도 헌법상 우리 국민이라는 점에서 북송을 반헌법적인 결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헌법 제3조는 한반도 전체를 대한민국 영토로 규정하고 있고,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모두 북한 주민이 남한 관할 영토에 들어왔을 때 헌법상 우리 국민으로 간주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반헌법적 행위에 어떤 처벌 조항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냐다.

북한이탈주민법은 국내에 들어온 탈북민의 보호와 지원에 관한 사항들을 규정하고 있을 뿐, 이들을 북한으로 되돌려 보내는 문제를 다루고 있지 않다. 당연히 강제로 북송했을 때 처벌하는 조항도 없다.

문재인 정부 측 인사들은 출입국관리법을 내세워 북송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애초 관련 조항들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이번 사례와 들어맞지도 않는다.

앞서 보수 성향 단체들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관계자들을 살인 및 불법 체포·감금 등의 혐의로 고발했지만, 실제 이들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은 작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검찰 출신의 A변호사는 "강제 북송 등 탈북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에 대한 처벌 규정은 국가보안법·남북교류협력법·북한이탈주민보호법은 물론 어느 법률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강제 북송 자체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북송을 거부하며 몸부림치는 탈북어민 (서울=연합뉴스) 통일부는 지난 2019년 11월 판문점에서 탈북어민 2명을 북한으로 송환하던 당시 촬영한 사진을 12일 공개했다. 당시 정부는 북한 선원 2명이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 사진은 탈북어민이 몸부림치며 북송을 거부하는 모습. 2022.7.12 [통일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강제 북송 자체 처벌은 어려울 듯…檢, 직권남용죄 입증 주력 전망

이런 점을 종합하면 향후 검찰의 수사는 북송 결정 자체보다는 내부 의사 결정 과정에서 이뤄진 위법성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국정원도 서훈 전 국정원장과 김준환 전 3차장 등 국정원 관계자들을 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과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고발했다. 당시 국정원 내부 보고서에 담긴 '귀순 의사' 등의 표현을 삭제하게 하고, 합동신문을 조기에 종료시킨 혐의가 있다는 게 국정원 주장이다. 검찰에 나와 참고인 조사를 받은 국정원 직원들도 당시 합동조사가 이례적으로 서둘러 마무리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은 어민들의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었기에 북송이 문제없다고 주장하지만, 검찰 내에선 진정성 여부를 가리는 게 중요한 대목은 아니라는 의견이 나온다. 진정성과 상관없이 어민들이 귀순 의사를 표시한 이후 이와 관련한 문서 조작 등이 이뤄졌으면 그 자체로 위법성을 따져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검찰로서도 전 정권 인사들을 겨냥한 수사라는 점에서 자칫 정치적 오해를 사지 않도록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 강제 북송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 여론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9∼20일 만 18세 이상 남녀 1천22명에게 '강제 북송한 문재인 정부의 조치'에 대한 평가를 물은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중앙여심위 참조) 응답자의 58.9%가 '잘한 결정'이라고 답했다. 정부와 여권이 '반인륜 범죄'로 규정한 것과는 시각차가 있는 결과다.

2vs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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