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외환위기 악몽 재현?".. 한·미 통화스와프 부활하나

박슬기 기자 2022. 7. 24.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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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고삐 풀린 환율, 경제 악순환 비상등②] 강달러에 외환보유고 줄고 무역수지 3개월 연속 적자

[편집자주]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장중 1320원을 돌파하면서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로 치솟고 기준금리는 2%대로 올라선 가운데 고환율까지 겹치면서 경기 침체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 현상이 금융불안을 키우면서 한국 경제가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초대형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외환 당국이 개입에 나선 결과 최근 8개월 새 '외화비상금'인 외화보유액은 300억달러 이상 급감했다. 일각에선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지난해말 종료된 한·미 통화스와프를 재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는 모습./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① '슈퍼달러 펀치' 원/달러 환율 1400원 간다
② "IMF 외환위기 악몽 재현?"… 한·미 통화스와프 부활하나
③ 환율 역사적 고점 때 '서울 아파트값' 얼마나 하락했나

원화가치 하락이 가파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5일 13년 2개월만에 1320원을 돌파하며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금융권에선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지속하면 머지 않아 1400원선을 넘어 1600원 선까지 뚫을 수 있다는 긴장감마저 감돈다.

문제는 원화가치 방어를 위해 외환 당국이 개입에 나서면서 최근 8개월 새 '외화비상금'인 외화보유액은 300억달러 이상 급감했다. 강달러 흐름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 금융권 일각에선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강달러는 외환보유액 감소를 야기하는 동시에 수입물가 상승도 자극해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3개월(2분기)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겪고 있다. 3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는 금융위기였던 2008년 6~9월 이후 14년 만이다.

정부는 강달러 심화에 따른 외환보유액 감소, 수입물가 상승을 방어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외환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하는 한·미 통화스와프 재체결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보고 있다.


8개월 새 309억달러 증발한 외환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올 6월 말 기준 4382억8000만달러로 전월대비 94억3000만달러 줄었다. 이 같은 감소폭은 2008년 11월(117억5000만달러) 이후 13년 7개월만에 최대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국내 외환보유액은 4692억1000만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찍었지만 이후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8개월 만에 309억3000만달러가 증발한 것이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빅스텝(한번에 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던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 만에 234억9000만달러 줄었다. 외환보유액이 단기간 내 대폭 줄어든 것은 이례적이다.

이처럼 외환보유액이 급격히 줄어든 이유는 원/달러 환율 상승의 영향이 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와 미 연준의 고강도 통화긴축정책으로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달러가치가 강세를 이어가면서 유로화와 파운드화 등 기타 통화 외화자산의 달러화 환산 금액이 줄었다. 실제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18일 기준 107.37로 지난해 말 대비 11.9% 급등했다.

여기에 외환당국이 원/달러 환율의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올 1분기 외환시장에서 83억1100만달러를 팔았다. 이는 외환 순거래액(매입액-매도액)을 공개하기 시작한 2019년 3월 이후 최대 수준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선을 뚫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2분기 외환 매도액은 더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외환보유액, 정말 적정 수준 맞나


외환보유액은 대외 지급준비자산으로 환율 불안정과 국제수지 불균형을 완화하는데 이용돼 국가 경제의 방파제 역할을 한다. 이에 따라 외환보유액 규모가 어느정도의 수준을 유지하느냐는 국가신인도와 직결된다. 문제는 한국 외환보유액이 적정 수준을 밑돌고 있다는 점이다.

IMF(국제통화기금)은 적정 외환보유액으로 연간 수출액의 5%, 시중통화량의 5%, 유동 외채의 30%, 외국환 증권 및 기타투자금 잔액의 15% 등을 합한 액수의 100~150%를 잡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해당 비중은 98.94%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최근 외환보유액 감소세가 가팔라진만큼 올해 적정 외환보유액 비중은 더 내려갈 것으로 추정된다.

더 보수적인 관점으로 접근하면 BIS(국제결제은행)의 한국 적정 외환보유고는 9300억달러다. 6월 외환보유액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환보유액 비중도 한국은 27%(4382억달러/1조6300억달러)에 그쳐 스위스(139%), 홍콩(134%), 싱가포르(102%), 대만(91%), 사우디아라비아(59%), 러시아(40%)와 비교해 현저히 낮다.

외환보유고 중 현금 비중이 4% 수준이라는 점도 경제위기 시 대응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외화보유고 구성을 보면 ▲국채 36% ▲정부기관채 21% ▲회사채 14% ▲MBS 13% ▲주식 7.7% ▲현금 4%다.

지난 19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한국을 방문해 한·미는 외환 이슈에 대해 선제적으로 적절히 협력하기로 합의했지만 전문가들은 지난해 말 종료된 한·미 통화스와프를 서둘러 재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 진입했던 2008년 금융위기 시절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국으로 뛰어가 윌리엄 로즈 씨티그룹 부회장, 로버트 루빈 씨티그룹 고문을 동원해 한·미 통화스와프를 극적으로 맺어 금융시장의 불안을 잠재운 전례가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도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교수는 "한은은 외환보유고 중 유가증권의 21%를 위험성이 높은 프레디맥이라는 미국 모기지 회사 채권에 0.2%포인트 이자를 더 준다는 이유로 투자했는데 이는 손실위험이 매우 높아 한국은행에 대한 국회, 기획재정부의 감독이 필요하다"며 "투자 3대 원리는 안전성, 수익성, 환금성으로 외환보유고 현금 비중을 4%에서 30%로 올려 당장 급한 불을 끌 실탄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환위기 가능성 낮아도 통화스와프 다시 맺어야"


이처럼 외환 곳간은 갈수록 줄고 있어 급기야 외환위기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지만 이창용 총재는 이를 불식하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13일 사상 첫 빅스텝을 단행한 뒤 "1997년, 2008년 위기 상황과 비교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이번엔 원화만 떨어진 게 아니고 엔화 등 달러를 제외한 환율이 다 떨어지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자본이 안전자산을 찾아 빠져나가고 있어 예전처럼 큰 위기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과거와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당장 외환위기 가능성은 낮지만 장기적으로 한·미 통화스와프 재협정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외환보유액 감소는 강달러로 인한 요인이 큰 만큼 현재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미국과 통화스와프 상시화 체결 등을 통해 실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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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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