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달러 펀치' 원/달러 환율 1400원 가나

이남의 기자 2022. 7. 24.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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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고삐 풀린 환율, 경제 악순환 비상등①] 글로벌 중앙은행, 경쟁적 금리인상 '역 환율전쟁'

[편집자주]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장중 1320원을 돌파하면서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로 치솟고 기준금리는 2%대로 올라선 가운데 고환율까지 겹치면서 경기 침체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 현상이 금융불안을 키우면서 한국 경제가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초대형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그래픽=김영찬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슈퍼달러 펀치' 원/달러 환율 1400원 간다
② "IMF 외환위기 악몽 재현?"… 한·미 통화스와프 부활하나
③ 환율 역사적 고점 때 '서울 아파트값' 얼마나 하락했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시름하는 한국경제가 달러 강세라는 복병을 만났다. 최근 달러 가치가 초강세를 보이며 원/달러 환율은 1320원을 돌파했다.

지난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26.1원에 거래를 마쳤다. 2009년 4월 29일(1340.7원) 이후 13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기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상대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같은 날 108.02까지 올랐다. 2002년 상반기 이후 약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역대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선 것은 1997~1998년 외환위기, 2001~2002년 닷컴버블 붕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세 차례에 불과하다. 미국 월가의 헤지펀드 자문회사로 유명한 JST어드바이저스의 존 투렉이 "달러 둠 루프(Doom Loop·파멸의 고리)가 시작됐다"는 경고를 지나칠 수 없는 이유다.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글로벌 경기침체 위기 속에 고강도의 긴축카드를 꺼내면서 안전자산인 달러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 6월 미국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두 자릿수인 11.3%를 기록했고 연준은 고물가를 잡기 위해 7월 26~27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최소한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연준의 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은 1994년 이후 최대 폭이다.


강달러에 빅스텝, 한국도 '역 달러 전쟁'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달러 강세가 나타나고 다른 국가들은 수입물가 안정을 위해 자국 통화가치를 올리기 위한 금리인상에 나선다. 스위스 중앙은행이 지난달 15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이 대표적이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지난 21일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정책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다. 11년 만에 금리인상 카드를 꺼낸 것이다. 이미 유로화 가치는 '1유로=1달러'의 패리티 아래로 미끄러졌고 모건스탠리는 오는 9월 달러당 유로 가치가 97유로센트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선 일본과 중국의 통화 완화정책이 강달러에 일조한다. 장기간 초저금리 정책을 펼친 일본은 지난 14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한때 139.39엔까지 올라가는 등 엔화가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엔/달러 환율이 139엔대를 기록한 것은 1998년 9월 이후 24년 만이다.

중국은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4%에 그치는 최악의 기록을 썼고 위안화/달러 환율은 지난 4월말 6.5628위안으로 떨어졌다. 17개월 만에 최저치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도 강달러의 충격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원화가치 하락은 수입 물가 상승을 부추겨 전체 물가 수준을 끌어올릴 우려가 크다.

통상 원/달러 환율 상승은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주요 수출국의 경기가 둔화하는 조짐이 뚜렷하고 환율 상승까지 겹치면서 수출 경기에 부담이 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수입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3.6% 급등했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대비 6% 올라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환율의 물가 전가율은 0.06으로 원/달러 환율이 1% 오르면 물가 상승률은 0.06%포인트 뛴다.

고환율이 물가 상승을 부추기면서 수출은 쪼그라들었고 무역 적자폭은 커지고 있다. 올 상반기 무역수지는 103억56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해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외환당국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에 나서고 있지만 환율 방어에는 역부족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13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열고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1.75%에서 2.25%로 한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또한 원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달러 매도에 나섰다. 3월 39억6000만달러, 4월 85억1000만달러, 5월 15억9000만달러 등 4개월간 총 234억9000만달러를 매도했지만 이 기간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 저항선인 1300원을 뚫었고 단기 고점은 1350원까지 열렸다.


1350원 새로운 표준, 1400원 돌파 가능성


전문가들은 하반기까지 달러의 강세 요인이 우세하다며 원/달러 환율 고점을 1350원까지 열어둬야 한다고 진단한다.

안영진 SK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달러값 1300원은 새로운 표준이 됐다"며 "연준의 긴축 후퇴가 있거나 러시아 전쟁이 종료되는 등의 변화가 있기 전까지 원/달러 환율은 1350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원화 강세를 이끌만한 요인이 없고 달러 강세의 경계감이 유효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상단을 1350원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다"며 "오는 9월 FOMC 전후로 물가가 정점을 찍고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가 완만해지면 원/달러 환율은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미국의 물가가 꾸준히 오르고 연준이 금리인상에 속도를 내면서 원/달러 환율이 1370원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고환율에 한국은 수출 성장세가 악화돼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어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원/달러 환율 전망은 연말까지 1350원으로 보고 있으나 한국의 수출 증가율이 과거 저점 또는 그 이하로 하락할 경우 1370원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서면 2008년 금융위기 환율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당시 미국은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발 금융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악화하고 버블 붕괴가 시작됐다.

현재 미국의 부동산 시황을 반영하는 7월 주택시장 지수는 55로 2020년 5월 이래 2년2개월 만에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수는 50을 넘으면 개선, 50을 밑돌 경우 악화를 의미한다. 아직은 주택시장을 바라보는 지수가 개선에 가깝지만 시장의 예상치 65를 10포인트 밑돌었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유로존 재정 위기나 국내외 글로벌 부동산 경기 충격과 같은 추가적인 경제 위기를 가정하면 140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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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의 기자 namy8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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