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곡물 수출 합의 다음날 오데사 항구 공격
우크라이나 "푸틴, 합의 노력에 침뱉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곡물을 흑해를 통해 수출하기 위한 우크라이나, 러시아, 유엔, 튀르키예(터키)의 4자 협상이 타결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주요 수출항인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를 공격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세계적 식량위기 해소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던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우크라이나 남부 작전사령부는 23일(현지시간) “러시아군 칼리브르 순항미사일 2발이 우크라이나의 항구인 오데사의 기반 시설을 타격했으며 다른 2발은 방공망에 격추됐다”고 텔레그램을 통해 밝혔다.
이날 오전 11시쯤 공습 경보가 울리면서 시내 곳곳에서 폭발음이 울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오데사 지역 하원의원인 올렉시 혼차렌코는 텔레그램을 통해 오데사 항구 주변에서 6번의 폭발이 있었고 항구에 불이 났다고 전했다. 남부 작전사령부는 인명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러시아군이 칼리브르 순항미사일로 오데사 항의 우크라이나 군사 기반시설을 공격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러시아의 오데사 공격은 지난 22일 우크라이나, 러시아, 유엔, 튀르키예 등 4자가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 협상안에 서명한 지 12시간도 지나지 않아 일어났다. 협상안에는 오데사 항에서 곡물 운송선이 이동할 때 러시아군이 공격을 중단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우크라이나 함정은 운송선이 기뢰 부설 해역을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도록 인도하고 튀르키예는 수출입 선박을 검사해 무기 밀반입·반출을 차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00만~2500만t에 이르는 우크라이나 곡물의 수출길이 열리면서 전쟁으로 인한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의 식량난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됐다.
4자는 이날 수출입 업무 전반을 관리·감독할 공동조정센터 설립을 위한 실무작업에 착수할 예정이었으나 오데사의 기반 시설이 미사일 공격을 받으면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다만 우크라이나 정부는 곡물 운송을 위한 준비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영방송은 우크라이나 군을 인용해 항구에 심각한 피해는 없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텔레그램 영상을 통해 “이번 사건은 러시아가 무슨 약속을 하든 그들은 그것을 지키지 않을 방법을 찾을 것이라는 점을 입증한다”고 비판했다. 올렉 니콜렌코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은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많은 노력에 푸틴 대통령이 침을 뱉었다”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대변인을 통해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식량난에 처한 수백만명의 고통을 덜어주려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튀르키예의 완전한 약속 이행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브리짓 브링크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는 “충격적인 공격”이라며 “러시아는 식량을 무기로 삼는 일을 계속하고 있으며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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