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이 나쁜 집부터 보여주는 이유는?: 멍거 '오판의 심리학'③ [김재현의 투자대가 읽기]
[편집자주] 대가들의 투자를 통해 올바른 투자방법을 탐색해 봅니다. 먼저 찰리 멍거의 '가난한 찰리의 연감'(Poor Charlie's Almanack)을 통해 멍거의 투자철학을 살펴봅니다.
드디어 '오판의 심리학' 마지막 편이다. 우리나라에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오판의 심리학'(The Psychology of Human Misjudgment)은 미국에서 찰리 멍거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의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는 글이다.
멍거는 '오판의 심리학'에서 인간의 판단오류와 편향의 원인이 되는 25개 경향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는데, 주식투자뿐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도움이 될 내용이 많다.
오늘은 마지막 10개 경향, 즉 △대조 경향 △스트레스 영향 경향 △가용성 경향 △용불용 경향 △약물 의존 경향 △노화 경향 △권위 복종 경향 △헛소리 경향 △이유 존중 경향 △롤라팔루자 경향에 대해 알아보자.
대조 경향을 악용하는 사람도 있다. 다른 도시에서 이사 오기 위해 급히 집을 구하는 사람의 경우를 보자. 대개 부동산 중개인은 먼저 고객에게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의 형편없는 주택 3곳을 보여 준다. 그리고 나서 고객에게 적당히 비싼 가격에 덜 나쁜 주택을 보여주면 고객은 앞서 본 집보다 더 싸고 더 좋기 때문에 선뜻 계약서에 사인한다.
이처럼 대조 경향은 우리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발생하기 쉽다. 판매자가 가격을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했다가(예컨대 책상 가격이 100만원), 사실은 원래 정가인 40만원으로 할인해준다고 하면 싸게 느껴지는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도 대조 경향 때문에 발생한다.
사실 스트레스가 부정적인 결과만 낳는 건 아니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우리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다만 과도한 스트레스는 기능장애를 야기할 수 있다.
높은 수준의 능력은 매일 연습을 해야만 유지될 수 있다. 폴란드의 피아니스트 파데레프스키는 하루 연습을 빼먹으면 자신이 알고, 일주일 연습을 빼먹으면 청중이 알아챈다고 말한 바 있다.
노화 경향은 앞서 언급한 용불용 경향과도 관계가 깊다. 나이 들면서 기존 기술을 사용하는 빈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노화의 부작용인 인지능력 쇠퇴를 늦추는 최선의 방법은 호기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사고하고 배우는 것이다. 그것도 즐겁게.
버핏이 노화 경향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있는 최고의 사례다. 버핏은 브릿지 게임을 즐기고 탭 댄스를 추면서 회사에 출근할 정도로 일하는 게 즐겁다고 말한다.
권위 복종에 대해서는 스탠리 밀그램의 전기충격 실험이 유명하다. 1961년 미국 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은 사람들이 권위에 얼마나 복종하는지 연구하기 위해 학생 역할 참가자가 문제를 틀릴 경우, 교사 역할 참가자에게 전기 충격을 주도록 지시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물론 전기 충격은 가짜였고 학생 역은 연기자였다. 실험에서는 무려 65%의 참가자가 전기 충격 버튼을 누르도록 지시하는 실험 진행자의 권위에 복종한 나머지 가장 높은 450볼트의 전기충격까지 가하는 충격적인 결과가 관찰됐다.
멍거가 '설득의 심리학'을 쓴 로버트 치알디니 교수를 인용해 언급한 사례도 재밌다. 한 내과의사가 귀에 통증이 있는 환자의 치료를 위해 간호사에게 "두 방울, 하루에 두 번, 오른쪽 귀(r. ear)"라는 처방전을 써줬다. 그런데, 간호사가 'r. ear'를 오른쪽 귀가 아닌 엉덩이(rear)로 해석해서 환자로 하여금 엉덩이를 내리게 하고 귀에 넣는 물약을 두 방울 넣었다.
멍거는 "대학 행정에서 가장 중요한 업무는 상관없는 사람들이 실제 일을 하는 사람들의 업무에 간섭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라는 한 캘리포니아공과대학 교수의 말을 인용했다.
멍거는 이 교수처럼 논란 있는 태도로 인해 오랫동안 사람들의 반발에 시달려 왔다고 말했는데, 그동안 멍거가 '헛소리'를 하는 사람들에게 직설을 해왔고 그로 인해 제법 시달렸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유 존중에 대한 심리학 실험도 있다. 복사기에 줄 선 사람들보다 먼저 복사를 하기 위해 승낙을 구할 때도 이유를 제시하면 양보받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가 복사를 해야 하거든요"라는 아무런 의미없는 이유를 제시해도 사람들이 양보해줄 확률이 훨씬 높았다. 사람들이 이유를 제시하는 사람에게 양보하는 조건반사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멍거는 특정한 결과를 선호하는 방향으로 여러 가지 심리적 경향이 동시에 작용해서 극단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걸 롤라팔루자 경향 또는 효과라고 설명했다. 스탠리 밀그램의 전기 충격 실험 역시 권위 복종 경향뿐 아니라 일관성, 대조, 이유 존중 등 여러 경향이 모두 한 방향으로 작동하면서 롤라팔루자 효과가 발생한 경우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오판의 심리학'에서 멍거는 인간의 판단 오류와 편향을 야기하는 25가지 경향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일상 생활에서 25가지 경향 중 하나 또는 여러 경향이 동시에 작동해서 우리는 잘못된 판단을 내릴 때가 많다. 어떤 일이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았을 때, '오판의 심리학'을 떠올리면서 어디서 잘못 판단했는지 되짚어보면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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