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만에 부활한 '외국인 국채 투자 비과세'..원화 약세 방어 '구원투수' 될까

세종=박소정 기자 2022. 7. 2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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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첫 세제개편안에 '外人 국채이자 비과세'
"인센티브로 외화자금 끌어와 환율 안정화 기대"
2009년 '30조 추경' 대응·WGBI 편입 추진에 도입
"외화자금 너무 많이 들어와 불안"..1년반 만에 폐지

‘외국인 국채 투자 비과세’가 12년 만에 부활한다. 윤석열 정부 첫 세제개편안에 담긴 이 조치는 2009년 도입됐다가, 과도한 해외자본 유입으로 인한 원화 강세 우려가 불거지면서 1년 반 만에 폐지됐다. 지금은 정반대의 상황이 됐다. 원·달러 환율이 1320원 선을 뚫는 등 고공행진 중인 가운데, 임박한 한·미 금리 역전이 이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이번 면세 조치가 심화하는 원화 약세를 방어할 묘책으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외국인·외국 법인이 우리나라 국채를 통해 지급받는 이자·양도소득에 대해 세금을 매기지 않기로 하는 방안 등을 담은 ‘2022년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현행법상 우리나라는 국고채 이자소득의 경우 14% 세금을 매기고 있다. 국채 수요 기반 확대를 지원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위한 준비 작업이기도 하다.

추경호 부총리가 21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손경식 위원장. /연합뉴스

◇ 2009년 도입됐다가 ‘외화자금 과도 유입’에 2011년 폐지

외국인의 국채 투자에 대한 면세 조치는 과거 2009년 5월~2010년 12월 약 1년 반 동안 도입된 적 있었다. 도입 당시는 30조원에 달하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으로 국고채 발행 물량이 급격히 불어났는데, 이를 시장에서 소화할 대책을 강구해야 했다. 또 정부가 WGBI(당시 씨티글로벌채권지수) 편입 추진 의사를 처음 밝히고 이를 강하게 밀어붙이던 때이기도 했다.

문제는 감면 조치로 외화자금이 과도하게 많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해외 자본 유입 속도가 가속화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1100원 선까지 내려오는 등 원화값 강세가 이어졌고, 이에 국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지나 수출 호조로 모처럼 활기를 띤 한국 경제가 다시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진단도 잇따랐다. 결국 정부는 2011년 1월 외국인 채권 투자자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없앴다.

당시 급반전된 분위기는 윤증현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 등을 통해서도 가늠해볼 수 있다. 2010년 말 그는 “지난해(2009년) 5월까지만 해도 해외에서 10억달러가량의 채권 발행에 성공하면 사무실에서 환호성을 불렀지만, 1년 몇개월 만에 상황이 반전됐다”며 “외국인이 우리나라 국채시장에 상당 진출하고 있는 것은 수익성이나 안정성 측면에서 플러스이지만, 외자가 너무 유입되면 국제금융시장 환경이 나빠지면 다시 흘러갈 것을 대비해야 하는 양면성이 있다”고 말했다.

2010년 11월 윤증현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 질문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그는 당시 외국인의 국채투자시 이자소득에 대해 비과세하고 있는 현행 제도에 대해 "국채에 대한 채권이자 (비과세를) 환원하는 문제를 포함해 여러 대안을 관계기관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제도는 2011년 1월 1일 부로 폐지됐다. /연합뉴스

◇ 뚫린 ‘1320원’…치솟는 환율 방어 효과 나타날까

12년 만의 외국인 국채 투자 비과세 조치 부활을 결정한 배경에는 원·달러 환율 급등(원화값 급락)이 일부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 국채를 사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면세 인센티브를 줘 외화자금을 끌어오고, 이로 인한 환율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5일 13년2개월 만에 1320원을 넘어섰을 만큼 치솟고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CPI)가 6월 9.1%를 기록하는 등 급격히 상승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을 가속할 가능성이 커졌고, 이에 따른 침체 발생과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에 ‘강달러’ 현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채권시장에서의 외국인 자금 이탈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것도 이를 부추기고 있다. 일례로 지난 6월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18개월 만에 ‘순회수’로 전환했다. 16조7000억원어치를 매수했으나 매도(6조2000억원)와 만기상환(11조4770억원) 금액이 이를 웃돌면서, 9340억원을 순회수한 것으로 집계된 것이다.

그래픽=-손민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 국채 투자에 대해 비과세하게 되면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인센티브가 될 것이고 그러면 투자가 늘어나고 이자 비용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이자 비용 절감 효과는 연간 5000억원에서 1조1000억원 정도이고, 이자소득 비과세에 따른 세수 감소 효과는 1000억원이 넘지 않으리라고 현재 추산한다”고 말했다.

외환시장 상황이 급변했던 10여년 전과 상황이 다르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한다면 원화가 단기간에 강세로 갈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외화자금의 과도한 유입 등 시장 상황 반전에 따른 부작용이 초래될 확률도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326.1원으로 마감했다. /뉴스1

◇ “국채 투자 비과세로 인한 환율 안정? 장기간 효과 지켜봐야”

해당 조치가 환율 안정에 얼마나 힘을 발휘할지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급등한 글로벌 달러화 가치가 문제의 근본적 원인이기 때문에 외국인 국채 투자 인센티브만으로 실제적인 효과가 날지 모르겠다”며 “비과세 정책이 환율 안정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좀더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다만, 기재부는 근본적으로 국채시장 선진화 차원에서 외국인 투자 비과세 조치가 이뤄졌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 국채의 수요 기반을 두텁게 만드는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전 세계 투자기관이 국채를 사들일 때 삼는 지표(벤치마크)인 WGBI 편입은 그 방안 중 하나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주요국 국채 금리가 치솟는 과정에서도 투자 매력도가 높아지고 있는 한국 국채에 대한 수요 기반을 WGBI 편입을 통해 제도적으로 안착시키겠다는 의도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22일 “전세계적으로 부진한 채권 시장에서 한국은 ‘아웃라이어(Outlier·평균적인 수준을 크게 벗어난 존재)’다”라면서 “한국의 높은 신용등급과,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부채비율 변동성이 지속적으로 해외 투자자들을 유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재부 관계자도 “외국인 국채 투자에 대한 비과세는 WGBI 편입 국가 대부분이 취하고 있는 국제적 기준에 맞춘 조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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