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으로 의심했다며' 80대 노인 밀쳐 숨지게 한 50대 감형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자신을 도둑으로 의심했다는 이유로 80대 노인을 밀쳐 숨지게 한 5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광주고법 형사1부(이승철 고법판사)는 폭행치사 혐의로 기소된 A(52)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5월 1일 오후 3시 광주 남구 한 식당 앞에서 B(84)씨의 가슴을 밀쳐 바닥에 넘어뜨려 엿새 뒤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술을 마시고 나오는 길에 검은 비닐봉지를 발견하고 안을 살폈다.

봉지를 둔 채 잠시 집에 다녀온 B씨는 "왜 고추 모종을 가져가려 하느냐"고 항의했다.

B씨는 말다툼 도중 A씨에게 밀쳐져 아스팔트 바닥에 머리를 부딪혔다.

B씨는 이후 차를 몰고 밭에 가며 "머리가 아파서 안 되겠다"고 혼잣말을 했고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는 구토를 해 다음 날 뇌출혈로 병원에 옮겨졌다.

A씨는 폭행과 B씨 사망 사이에 인과 관계가 인정되지 않고 B씨를 밀쳤을 때 머리를 바닥에 부딪힐 것이라 예견할 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가 뒤늦게 병원에 간 것을 감안해도 폭행과 사망 사이의 인과 관계를 인정할 수 있고 피해자 머리에서 피가 나고 상당한 충격음이 발생했는데도 A씨는 병원 이송을 하지 않고 피해자 아들에게 연락처만 남기고 떠났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는 고령의 피해자를 강하게 밀쳐 결국 피해자가 사망하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했다. 유족들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A씨가 의도적으로 폭행한 것은 아닌 점, 피해자가 뇌출혈 증상이 나타난 후 바로 병원에 가지 않아 적정한 치료 시기를 놓친 것도 사망의 공동 원인이 된 점, 국가가 지급한 범죄 피해자 지원금을 변제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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