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 돋보기②]기업 세 부담 6.5조 준다.."감세 혜택만큼 투자 적극 나서야"
기사내용 요약
기획재정부 '2022년 세제개편안 발표'
법인세 최고 25→22%…과표구간 단순화
중소·중견기업에는 특례세율 10% 적용
가업상속공제 매출 4000억→1조로 확대
대기업 4조1000억 稅 감소…중소 2.4조
경제계 "기업 경쟁력 제고에 기여" 환영
[세종=뉴시스] 박영주 이승재 기자 = '2022년 세제개편안'은 기업에 힘을 실어 경제 성장을 이루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방향성이 명확히 드러나 있다. 기업의 과도한 세금 부담을 줄이고 투자와 일자리를 늘려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수조원의 세수가 감소하지만 기업의 세 부담을 줄여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보장하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도움을 주면 장기적으로는 기업 경영 실적 호조로 이어져 세수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세 혜택을 받은 기업들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지 않는다면 국가 재정은 더욱 악화될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법인세 최고세율 25→22%…가업상속 최대 1000억 공제
정부는 이번 법인세율 인하로 기업들의 세 부담이 크게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과표 4000억원의 기업인 경우 현재는 법인세 905억8000만원을 내야 하지만 법인세가 개정되면 876억원으로 29억8000억원이나 세금이 줄어든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등 대기업들도 세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인세 이외에도 기업에게 돌아가는 세제 개편 방안이 대거 포함됐다. 기업이 국내외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에 매기는 세금도 줄여준다. 자회사 배당을 늘려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라는 의도다.
앞으로 해외 자회사에서 발생한 배당금은 모회사 소득에 포함하지 않는다. 바꿔 말하면 해당 국가에 낸 세금을 인정해주겠다는 뜻이다. 기존에는 배당금을 모회사 소득에 포함해 국내 법인세율로 과세하고 현지에서 납부한 세액을 공제해주는 방식을 활용했는데, 이를 두고 이중과세라는 지적이 있었다.
국내 자회사 배당금의 경우 지분율에 따라 익금불산입률(과세소득에서 제외하는 비율)을 적용한다. 현행 체계에서는 법인 형태, 상장 여부 등에 따라 30~100%까지 복잡하게 익금불산입률을 따졌다. 앞으로는 지분율 50% 이상은 배당금의 100%를, 30~50%는 80%를, 30% 미만은 30%를 과세 소득에서 빼면 된다.
중견기업의 원활한 가업 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가업상속공제 범위도 기존 매출액 4000억원에서 1조원 미만으로 늘렸다. 이는 10년 이상 가업을 영위한 피상속인이 가업을 상속하는 경우 해당 재산을 최대 500억원 한도로 과세가액에서 공제해주는 제도다.
피상속인 지분 요건도 완화된다. 기존에는 지분 50%(상장법인은 30%)를 10년 이상 보유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지분 40%(상장법인은 20%)만 가지고 있어도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다.
반도체와 백신, 배터리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세제 지원도 강화된다. 관련 시설에 투자하는 대기업의 세액공제율은 현행 6%에서 8%로 상향 조정된다. 이는 기존 중견기업에 적용했던 세액공제율과 같은 수준이다.
이외에 코로나19 피해 기업 지원을 위해 일반법인의 이월결손금 공제 한도를 기존 60%에서 80%로 높였다. 이는 기업에 손실이 발생한 경우 결손금을 다음 사업연도로 이월해 일정 한도 내의 소득에서 공제받을 수 있는 제도다. 아울러 규제성 조세인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는 올해 말 일몰 종료된다.
기업 세 부담 6.5조↓…"투자 확대로 선순환 효과"
정부는 기업의 세 부담을 덜어주면 투자와 일자리 창출 여력이 커지고 결과적으로는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고 세수가 늘어나는 선순환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제 개편안이 기업의 투자 확대를 유도하고 우리 경제 성장에 선순환 효과를 가져올 게 분명하다"며 "우리 경제의 성장, 세수 기반 확충, 일자리 창출, 투자 확대 등 선순환 구조로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2008년 조세재정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법인세율 인하 혜택은 배당을 통해 '주주'(15.1%)에게, 상품가격 인하를 통해 '소비자'(17.0%)에게, 고용 및 임금 증가를 통해 '근로자'(8.5%)에게 각각 돌아간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16년 법인세 평균 실효세율 1%포인트(p) 인하 시 투자율은 0.2%p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조세 재정연구원도 법인세율을 3%p 인상하면 투자는 0.7% 줄고 고용과 국내총생산(GDP)도 각각 0.2%, 0.3% 감소할 거라는 보고서를 내놓은 적이 있다.
정부는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 법인세 인하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없었다는 지적에 "글로벌 경제위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한 2010년 이후 설비투자와 고용이 대폭 늘어난 바 있으며 이는 법인세율 인하 효과가 중장기적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 "법인세 인하 환영"…전문가 "기업, 투자 적극 나서야"
전경련은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민간의 세 부담을 경감해 기업과 가계의 경제 활력을 제고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을 강화하는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법인세율 인하와 투자·상생협력 촉진 세제 폐지, 이월결손금 공제 한도 상향 등 법인세제의 전면적 개편은 기업 경영환경 개선과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과 유턴기업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도 우리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한다"고 환영했다.
대한상의는 "글로벌 스텐다드 추세에 맞게 법인세제, 상속세제, 세제 인센티브 등을 합리적으로 개선한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며 "이번 개편안이 기업들의 고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치열한 전략산업 기술 경쟁에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뒷받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첨단산업 세제지원 강화 등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조세 경쟁력을 높임으로써 국내 투자환경 개선을 통한 미래 성장잠재력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세제개편안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최근 글로벌 경제가 침체되면서 세 부담 완화에 따른 효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팬데믹 직전부터 미국 등 선진국은 법인세를 내리는 추세였지만 투자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미국 금리 인상으로 국제 경제가 침체되면 수요가 줄어들게 되고, 단기적으로 법인세 인하에 따른 경기 활성화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수요가 회복된 상태에서 법인세를 내렸다면 더 많은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대기업 투자 촉진을 위해 이른바 분수효과를 노리고 감세를 한 것이지만 그만큼 투자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며 "세금을 줄여놓고 투자하지 않으면 국가 재정만 악화되는 것이기 때문에 유심히 살펴야 한다"고 진단했다.
반면 법인세 인하 효과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대기업의 세 부담 완화가 소수의 재벌에게 집중된다는 것은 편협한 생각"이라며 "경기 둔화가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기업 세 부담 인하는 경제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데 적어도 심리적인 도움이 되고 실질적인 효과도 충분히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gogogirl@newsis.com, russ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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