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로 읽는 과학]대멸종 후 바다는 생물다양성을 어떻게 회복했나

박근태 기자 2022. 7. 23.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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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해양과학연구소와 해양학연구소, 미국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 영국 브리스톨대, 호주 시드니대, 독일 알프레드 베게너연구소 연구진은 지구의 해양 생물 다양성이 현재 최고 수준에 도달한 배경엔 다양한 종의 생물이 어울려 사는 ‘생물 다양성 핫스팟’으로 불리는 해역이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됐기 때문이라는 분석 결과를 네이처에 소개했다. 네이처 제공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21일 형형색색 산호들이 한곳에 모여 큰 군락을 이루고 있는 모습을 표지에 실었다. 울긋불긋 색깔도 다르고 모양도 제각각이다. 흡사 예술작품처럼 보이는 이 산호초 군락은 실제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주재 미 대사관이 영구 소장한 부조 작품이다. 미국 예술가이자 해양 활동가인 코트니 매티슨이 인도네시아 주변 바다의 풍부한 산호초와 해양 생물의 다양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스페인 해양과학연구소와 해양학연구소, 미국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 영국 브리스톨대, 호주 시드니대, 독일 알프레드 베게너연구소 연구진은 지구의 해양 생물 다양성이 현재 최고 수준에 도달한 배경엔 다양한 종의 생물이 어울려 사는 ‘생물 다양성 핫스팟’으로 불리는 해역이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됐기 때문이라는 분석 결과를 네이처에 소개했다. 

연구팀은 판 구조론과 환경 요인, 해양 온도와 먹이 공급 조건을 바탕으로 5억5000만년전부터 현재까지 해양 동물의 다양성을 재구성하는 모델을 새롭게 개발했다. 이 새 모델은 화석 기록과 달리 다양성이 발달해온 역사를 화석 데이터에 기반해 재구성하지 않고 수치적으로 시뮬레이션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 모델에서 다양성이 실제 증가해왔고 지구의 환경 조건이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지난 2억 년 동안 생물 다양성 핫스팟이 발달한 것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전 지구적으로 다양성 역학이 로지스틱 함수의 기하급수적 증가에서 광범위하게 작동하는 다양성 모델에 기반한 결과다.  

연구팀은 지질학적 시간을 통해 대륙과 해저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고지리학 모델과 고대 해양 환경 조건을 재구성하는 고지구 시스템 모델을 사용했다. 각 지역은 환경 조건에 따라 시간이 흐르면서 다양성이 축적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초대륙이던 판게아가 여러 대륙으로 갈라지면서 지구의 환경 조건이 안정을 찾았고 중생대와 신생대의 생물 다양성을 증가시키는 도움을 준 다양성 핫스팟이 등장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에 참여한  마이클 벤튼 브리스톨대 교수는 “이번 연구가 오래된 연대를 거쳐서 축적된 암석의 화석 기록이 생물 다양성 변화의 명확한 패턴을 제공하기에 충분한지에 관한 논쟁 일부를 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전 지구적인 생물 다양성 역사와 현대 생물 다양성의 기원에 대한 해석은 화석 기록에 주로 의존해 왔다. 이를 통해 지구 생명체가 지난 5억년 동안 적어도 5번의 대멸종을 겪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페름기 말에 일어난 사상 최대의 페름기-트라이아스기 대멸종 때는 해양 생물종의 96%이 멸종했고 지구 생태계는 붕괴 위기까지 가기도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2억5000만년이 지난 현재 바다 생물 다양성은 지구 역사상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다 무척추 동물의 화석 기록은 오랫동안 바다 생물의 다양성에 한계가 있는지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지금까지 이론을 보면 다양성이 증가하고 생태적 틈새가 채워지면 생물학적 상호작용이 강화되면서 다양성 성장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최근 50년간 고생물학자들은 지구가 어떻게 현재 상황에 도달했는지 설명하지 못하는 화석 기록의 질을 두고 논쟁을 벌여왔다. 벤튼 교수는 “과거의 생물 다양성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과 대량 멸종 후 생명체가 어떻게 회복되었는지에 대한 세부 정보를 제공하기에 충분한지 확신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리더인 페드로 세르멘노 스페인 해양과학연구소 연구원은 “화석 기록의 공백은 생명의 역사를 재구성하기 위해 새로운 계산 접근 방식을 사용해야 한다”며 “이번에 개발된 모델은 현대 해양 생물 다양성, 특히 핫스팟의 지리적 분포를 재현할 수 있고 이를 발달시킨 메커니즘을 밝힐 수 있다”고 말했다. 

지질 시대를 거치는 동안 생물 다양성의 공간적 분포를 재구성하는 모델을 통해 해양 생물 다양성 핫스팟이 언제 어떻게 발생했는지도 규명이 가능해진 것이다. 

새 모델은 또 진화 생태학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질문 중 하나인 지구가 지원하는 다양성에 한계가 있는지도 주목한다. 생태학 이론에 따르면 다양성이 증가하고 생물종간 경쟁이 심화하면 다양성이 증가하는 과정이 멈추고 새로운 종이 출현하면 필연적으로 오래된 종이 멸종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부 과학자들은 지구의 생태계가 너무 이질적이어서 항상 더 많은 종이 살아남을 여지가 있다고 반론을 펴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런 두 견해를 조화롭게 반영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바다는 최대치보다 훨씬 낮은 다양성 수준을 나타내지만 전 세계 해역의 2% 정도에 해당하는 다양성 핫스팟이 유지되는 지역은 다양성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결론이다. 

세르멘노 연구원은 “이 모델은 일부 대멸종이 일어나지 않았거나 지구 역사상 다른 ​​기간에 발생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를 포함해 많은 가설을 검증하거나 탐색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인간 활동이 자연에 과도한 영향을 주면서 여섯 번째 대멸종이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최근 100년간 1만년 안에 멸종될 만큼 많은 종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자연보전연맹은 생물종의 25%가 오늘날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벤튼 교수는 “현재 추세가 계속된다면 예상되는 생물 다양성 손실을 회복하는 데 수백만 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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