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집단 반발에 입장 바뀐 여야.."엄중 대처" vs "굴종 강요"(종합)

한상희 기자,이훈철 기자 2022. 7. 23.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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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경찰국 신설 반발해 전국 경찰서장 회의 소집
민주 "경찰국 신설 중단해야"..국힘 "상부 지시 어기고 집단행동"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서 현장에 50여 명, 화상으로 140여 명의 총경이 참석해 경찰국 반대 의견을 취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경급 결집이란 초유의 사태에 대해 경찰 수뇌부는 만류의사를 전했으나 회의는 계획대로 진행됐다. 같은날 경찰인재개발원 앞에 빨간 불이 켜져 있다. 2022.7.23/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이훈철 기자 = 경찰이 사상 초유의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열고 윤석열 정부의 경찰국 신설에 집단 반발에 나선 데 대해 여야의 입장이 확연히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찰에 굴종을 강요할 수는 없다"며 "경찰국 신설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사상 초유의 경찰서장 집단행동에 대해 엄중 대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권 조정 법안에 검찰이 집단행동에 나설 때와 여야의 입장이 뒤바뀐 상황이다. 경찰청은 회의에 참석한 총경급 간부들을 상대로 징계를 예고했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3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우려와 경찰의 항의를 기어코 묵살하려는 것인가"라며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던 윤석열 대통령이 경찰에 굴종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이날 경찰이 경찰국 신설에 반발해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개최하자 정치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앞서 전국의 각 지역 경찰서장 등 총경급 경찰관들은 이날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소집했다. 이날 회의에는 총경급 경찰관 56명이 참여했고 온라인으로도 133명이 함께했다. 또 356명의 총경들이 무궁화 화분을 통해 동참 의사를 표시했다. 경찰의 꽃이라고 불리는 총경은 600명 안팎 정도다.

오 대변인은 "윤석열 정부의 경찰 장악시도가 사상 초유의 전국 경찰서장회의를 열리게 만들었다"며 "전국 경찰서장회의가 열린 이유는 단 하나, 윤석열 정부에 경찰국 설치를 반대하며 '권력이 아닌 국민만을 바라보고 국민의 일상을 지키겠다'라는 뜻을 전하기 위함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는 '위협이자 협박'이라며 국민의 우려와 경찰의 정당한 항의를 묵살했다"며 "이상민 장관과 윤희근 후보자는 기어코 국민에 봉사하는 경찰이 아닌 권력에 충성하는 경찰을 만들려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의 경고를 거부하고 경찰 민주화 역사를 역행하려 한다면 윤석열 정부는 국민으로부터 외면받을 것"이라며 "경찰의 존재 이유는 권력의 시녀가 아닌 국민의 일상을 지키기 위함으로,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여 경찰국 신설 시도를 당장 중단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대표 선거에 도전장을 내민 박용진 의원도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경찰국 신설 비판에 동참했다.

박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쿠데타, 5·18빼고 정치는 잘했다'며 전두환을 옹호한 윤석열 대통령의 진짜 본심이 드러났다"며 "군사정권이 권력을 잡은 제5공화국 시대 경찰로 돌아갈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도대체 경찰을 유신독재, 군사독재정권 시절로 돌리려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윤석열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에 공권력을 투입하려고 했던 협박을 보고 왜 행정안전부에 경찰국을 설치하려는지 알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행안부 경찰국 설치는 헌법정신에 역행하는 권력기관의 사유화 시도"라며 "군사독재 시대 노조 탄압, 반정부·민주화 운동 탄압을 위해 경찰을 권력의 시녀로 이용했던 전두환을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 잘했다'라고 말했던 윤 대통령에게 전두환을 진짜 존경하고 답습하는 것 아닌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마친 서장(총경)들이 회의장에서 논의하고 있다. 2022.7.23/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반면 국민의힘은 엄중 대응을 예고했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오늘(23일) 회의는 글로벌 경제위기와 코로나19 재확산, 파업 등으로 국민의 근심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강행됐으며, 경찰 지휘부가 모임 자제를 촉구하고 해산을 지시했음에도 열렸다는 점에서 용납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행안부의 경찰국 설치에 대해 "경찰공무원법 등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행안부장관의 경찰 인사제청권을 실질화하고 구체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동안 은밀히 경찰을 통제하고 인사권을 행사해 온 민정수석실이 폐지된 상황에서 행안부 내 공식 기구를 통해 장관의 경찰사무를 투명하게 보좌하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전국 경찰서장들이 지휘부의 지시까지 위반해가며 모여서 회의를 강행할만한 일인가"라며 "경찰수사의 독립성, 정치적 중립성은 당연히 보장되어야 하고 경찰국 설치와 수사의 중립성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데도 경찰서장들이 집단행동을 불사하며 정부 정책의 취지를 왜곡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전국경찰서장회의 참석자들이 경찰 복무규칙을 어긴 것인지를 철저히 검토한 후 엄중히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 정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 펴는 행정에 경찰서장들이 상부의 지시까지 어겨가며 집단행동을 한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경찰 출신 여당 의원들은 "해당 사안에 대해 전혀 모른다. 의견이 전혀 없다"고 답변을 피했다. 경찰 출신 권은희 의원만 페이스북에 "사상 첫 전국 경찰서장 회의 189명 참여…"경찰 중립 훼손, 총경들이 막겠다"는 제목의 기사 링크를 공유하고 '그대 선 이 자리! 경찰의 미래입니다"라고 경찰에 지지를 표명했다.

한편 경찰청은 출입기자단을 통해 "국민적 우려를 고려해 자제를 촉구하고 해산을 지시했는데도 모임을 강행한 점에 대해 엄중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복무규정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한 후 참석자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사한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복무규율 준수사항을 구체화하고 향후 위반행위 등에 대해서도 강력히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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