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고용 증가" vs "대기업만 혜택".. 법인세 인하 효과 두고 논쟁 격화 [세종픽]

이희경 2022. 7. 23.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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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경제 성장..다양한 실증 연구가 증명"
"재정 여력 떨어뜨려 복지 재원만 축소" 반박도

윤석열정부 첫 세제개편안이 지난 21일 공개된 가운데 ‘법인세’를 두고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문재인정부에서 25%까지 올렸던 최고세율을 22%로 낮추고, 중소·중견기업(매출액 3000억원 미만)에 10% 특례세율을 적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번 법인세 개편 효과를 두고 예측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다양한 실증연구와 ‘저명 학자’의 연구까지 인용, 법인세율 인하가 향후 기업 투자 여력을 높여 고용을 늘리는 등 경제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의 예측이 ‘장밋빛’ 전망에 불과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금리인상 등 각종 대외악재가 겹쳐 기업 투자 환경이 좋지 않은 현 시점에서 법인세 인하는 재정 여력을 떨어뜨려 복지 재원만 축소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2년 세제개편안'' 상세브리핑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추 부총리, 정정훈 조세총괄정책관, 김재신 관세정책관. 연합뉴스
23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세제개편안 발표 다음날인 지난 22일 설명자료를 내고 법인세율 인하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기재부는 우선 법인세 인하 혜택이 사회 전반에 돌아간다는 것은 경제학적으로 당연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법인 그 자체가 세금을 부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세금이란 법인과 관련된 노동자든, 소비자든, 주주든 누군가 살아 움직이는 인간들에게 영향을 주는 것이다’라는 이창희 서울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저서 ‘세법강의’를 인용, 정부는 법인세율 인하 혜택이 ‘주주’, ‘근로자’, ‘소비자’ 모두에게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증적으로도 다양한 연구가 법인세 인하 효과를 증명한다고 기재부는 덧붙였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 2016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법인세 평균 실효세율이 1%포인트 인하될 경우, 투자율은 0.2%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기재부는 또 법인세율 3%포인트 인상시 투자와 고용이 각각 0.7%, 0.2% 감소하고, 국내총생산(GDP)도 0.3% 줄어드는 효과를 유발한다는 조세재정연구원의 연구도 법인세율 인하의 효과를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기재부는 외국 사례도 거론했다. 지난 4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법인세율 인하 전후의 2년 평균 총고정자본형성 증가율을 비교한 결과 미국(2018년)과 프랑스(2016년)에서 유의미한 증가 현상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지금처럼 법인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한 이명박정부 당시 법인세율 인하 효과가 없었다는 지적에 대해서 기재부는 “(그것은) 글로벌 경제위기에 기인한 것”이라면서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한 2010년 이후 설비투자와 고용이 대폭 늘어난 바 있으며, 이는 법인세율 인하의 효과가 중장기적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견해를 반박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복합위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서민·취약계층의 민생 안정이 시급한 상황에서 중장기적으로 효과가 나타나는 법인세 인하가 과연 지금 시점에서 적절한 처방이냐는 것이다. 지난 2016년 국회에서 열린 ‘법인세 관련 공청회’ 자료에 따르면 김유찬 홍익대 교수는 정부 설명과 달리 이명박정부의 법인세율 인하(25%→22%)가 결과적으로 기업의 유보소득의 증가를 가져왔으며 투자를 유인하는 효과는 보여주지 못했고, 경제성과도 역대 어느 정부보다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법인세 인하로 2008~2012년 5년 동안 36조원의 조세수입만 감소됐을 뿐 기업 투자 증진 효과는 미미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당시 “법인세라는 요인은 기업이 주목하는 투자적지 결정요인에서 매우 후순위”라면서 “오히려 법인세율은 개별 기업이 아니라 대주주와 국내에서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외국자본 측에서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와 같은 대리인들의 관심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번 세제개편안을 통해서도 법인세 세수는 상당히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내년부터 2027년까지 전년 대비 기준으로 법인세수는 6조8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올해를 기준으로 누적치를 계산해 보면 향후 5년 간 약 28조원 정도의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 뉴시스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22일 개최된 ‘2022년 윤석열정부 세제개편안에 대한 비판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법인세 인하는 소수의 대기업에만 혜택을 줄 뿐, 사회 전체에 이익이 되는 정책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정부는 전체 세수에서 법인세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OECD 평균 보다 높아서 법인세율을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우리나라 실효세율은 주요국들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은 대기업과 고액자산가에 대한 감세가 아니라 오히려 세원을 확대해 취약계층을 지원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도 “우리나라는 OECD 평균을 기준으로 했을 때 조세부담률이 낮은 수준이어서 세부담이 높아서 민간 경제 활성화에 걸림돌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기업의 법인세율은 법정 명목세율은 높아보여도 투자에 대한 충분한 세율 인하 인센티브가 주어졌다는 점에서 실효세율은 낮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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