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체크] '판스프링' 사람 죽고 다쳐도 '가해자'는 없다
고속도로 달리고 있는데 화물차 판스프링이 날아드는 아찔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쇳덩이다 보니 한 번 사고가 나면 크게 다치는 건 물론 목숨을 잃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이런 일은 뿌리 뽑히지 않고, 심지어 가해자를 못 찾는 억울한 상황까지 벌어지는데요.
크로스체크 조보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도로를 달리던 차량 앞으로 막대처럼 생긴 물건이 날아듭니다.
산산이 조각난 자동차 앞과 뒤 유리.
타고 있던 가족 4명 모두 유리 파편에 맞았습니다.
[A씨/판스프링 사고 피해자 : 외상은 없는데 일반적인 교통사고가 아니다 보니까 심적으로 다들 충격을 많이 받았습니다. 제가 실수한 것도 없고 그냥 날벼락,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고.]
쇠막대의 정체는 화물차 부품 중 하나인 판스프링.
원래 차량 하부에 설치하는 완충 장치인데 노화하거나, 불법으로 개조하면 주행 중 날아갈 수 있습니다.
지난 5월엔 판스프링에 맞은 운전자가 갈비뼈와 손을 크게 다쳤고, 2018년엔 사망사고도 있었습니다.
날아들지 않아도 피해는 많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판스프링을 밟은 차가 망가지기도 합니다.
주행 중 도로 위에 있던 판스프링을 밟고 멈추어 섰는데 타이어와 앞 범퍼가 망가진 겁니다.
[조수아/판스프링 사고 피해자 : 펑 하고 탕 소리 깨지는 소리. 진짜 폭탄 터지는 소리 막 이런 건 줄 알았어요. 수리비도 그래서 한 400만 원 정도.]
연료통이 찢어진 경우도 있습니다.
[조수영/판스프링 사고 피해자 : 나무가 부딪혔구나 생각하고 그냥 계속 길을 가고 있는데. 거기 기름이 계속 새고 있었던 거예요. 폭발 사고가 날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었어요.]
더욱 끔찍한 건 바닥에 떨어진 판스프링을 밟아 이게 다시 날아가 또 다른 차에 맞는 경우입니다.
순식간에 피해자면서 또 다른 가해차가 될 수 있는 겁니다.
[조수아/판스프링 사고 피해자 : 무섭고 떨리더라고요. 만약에 판스프링이 날아가서 또 제가 다른 사람한테 가해를 줬을 수 있는 상황인 거잖아요.]
문제는 최초 가해자를 찾기 힘들다는 겁니다.
사고가 났어도 바닥에 떨어진 판스프링만으로는 이걸 떨어트린 차를 찾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피해자 보상도 힘듭니다.
[조수영/판스프링 사고 피해자 : 그냥 전적으로 그냥 개인이 다 처리하라고.]
상황이 이렇지만 도로에는 여전히 판스프링 관련 규정을 지키지 않는 화물차가 많습니다.
화물차가 많이 지나가는 고속도로 요금소입니다.
불법으로 판스프링을 부착한 화물차가 얼마나 있는지 단속 현장에 함께해보겠습니다.
단속을 시작하자마자 한 대가 적발됐습니다.
[송규홍/한국교통안전공단 광주전남본부 차장 : 이게 지금 이렇게 풀고 다니셔도 안 돼요. 떨어져 나와 버리면. 원래는 저 뒤엣것처럼 뒤에 보시면은 여기는 정상적으로 고정이 돼 있죠.]
조회해보니 튜닝 이력도 없었습니다.
[허정철/한국교통안전공단 차장 : 튜닝 승인 절차를 받지 않고 임의로 판스프링을 설치한 사항입니다.]
[몇 명이 죽어 나가야지 생각하실 거예요? 이 부분은 자동차관리법 34조가 위반됐기 때문에 경찰청에서 조사 들어갈 겁니다.]
판스프링이 노화해 떨어졌는데 수리하지 않은 차량도 적발됐습니다.
[{지금 채울 수는 있는데…} 채우시지 마세요. 떨어져 버리니까 안 돼요. 이거 때문에 사고난 거 아시죠? 꼭 정비 수리하세요.]
전문가들은 단속 강화뿐 아니라 화물차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김필수/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 화물차 관련 회사는 수시 관리감독을 해야 되는데 판스프링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전체적인 화물차 관련 제도를 개선해서 업그레이드시키는 게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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