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그늘 벗은 기시다노믹스.. '성장'서 '분배'로 대전환 속도 [세계는 지금]
분배→ 중산층 강화→소비·투자 순환 강조
성장 중심 '아베노믹스'와 대립.. 맥 못춰
아베 사후 권력 기반 공고화 정책 탄력
스타트업 전담 장관 인선.. 창업 육성도
"기시다, 독자적 정책 색깔 강화" 전망 속
"부자 과세 등 빠져 분배 되레 후퇴" 지적
새로운 자본주의란 경제안보와 함께 기시다 정권의 핵심 양대 정책이다. 성장 일변도였던 아베 전 총리의 아베노믹스와 달리 분배를 통한 격차 시정으로 중산층을 강화함으로써 소비와 기업투자를 활성화한다는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강조하는 노선이다.
◆‘기시다노믹스’, 아베 부재 속 본격화 움직임
기시다 총리는 아베 전 총리 사망(8일)과 참의원 선거(10일) 후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일본 경제의 재생을 목표로 한 새로운 자본주의 실현을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새로운 자본주의와 관련된 정책을 우대하는 항목을 설치해 각 부처 합계 4조5000억엔(약 42조9750억원)을 요구하기로 하고 조정 중이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10월 집권 후 중의원(하원), 참의원 선거 연승과 아베 전 총리 부재 속에서 권력 기반이 공고화되자 새로운 자본주의 정책 실현에도 속도가 붙는 분위기다.
사실 아베 전 총리 건재 시 새로운 자본주의는 제대로 진척되지 않았다. 아베노믹스와 충돌하는 정치적으로 미묘한 이슈로 인식되면서 정책 입안, 실행의 속도가 나지 않았다. 이제 ‘기시다표’ 정책을 전개할 수 있는 정치적 환경이 조성됨에 따라 새로운 자본주의라는 슬로건이 어떻게 정책으로 구체화할지 주목되고 있다. 이는 기시다 시대의 일본이 어떤 모습을 구현할지 가늠하는 잣대이기도 하다.
◆성장과 분배, 강조점이 다른 아베와 기시다
기시다 총리의 새로운 자본주의는 아베노믹스와 대립하는 지점이 적지 않다.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당시 “신자본주의가 심각한 분열, 갈등을 낳았다”, “분배가 있어야 성장도 있다”는 주장은 아베노믹스를 겨냥한 것이었다.
아베 전 총리는 2012년 12월 2차 집권을 하면서 아베노믹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과감한 금융완화 △재정지출 확대 △규제개혁을 통한 성장전략은 아베노믹스 실현을 위한 소위 ‘3개의 화살’이었다.
약 10년간 일본 경제의 패러다임이었던 아베노믹스는 국내총생산(GDP) 성장, 고용개선, 기업수익 확대 등 일정한 성과를 거뒀지만 부정적인 영향도 드러냈다. 금융완화, 재정확장에 의존한 나머지 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해졌다는 지적이 강하다. 일본의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은 256%로 G7(주요 7개국) 중 가장 높다. 저금리 정책으로 인한 역대급 엔저(円低·엔화가치하락) 현상으로 수입물가가 높아져 서민 살림살이에 타격을 줬다.
최근 발표된 실행계획에는 기시다 총리가 역점을 두고 있는 새로운 자본주의의 전반적인 구상, 관련 정책의 시행시점 등이 담겨 있다.
실행계획은 △인적투자 강화 △과학기술 지원 △스타트업 육성 △탈석탄·디지털화를 새로운 자본주의의 4개 축으로 제시했다. 정보기술(IT) 등 성장 분야로 인재이동을 촉진하기 위해 3년간 4000억엔(3조8200억원)을 투자하고, 남녀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해 301인 이상 상시고용 기업은 남녀 임금차를 공표하도록 했다. 인공지능(AI), 바이오 등에 대한 투자 확대, 탈탄소 분야에 대한 10년간 150조엔(1432조5000억원) 이상 민관 투자 등과 같은 구상도 제시했다. 스타트업 경영자는 본인 재산 담보 없이도 창업 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스타트업 육성담당 장관도 신설한다.
구체화하고 있는 새로운 자본주의 정책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기우치 다카히데(木內登英) 노무라종합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아사히신문에 “금융완화 정책으로 엔화 가치 하락 등의 폐해를 만든 아베노믹스를 수정할 시기에 들어섰다”며 “참의원 선거로 정권 기반을 공고히 한 기시다 총리가 독자적인 색깔을 강화해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시다 총리의 신노선도 겉포장과 달리 내용물은 아베노믹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일본 매체는 실행계획과 관련해 대체로 “성장 정책의 비중이 대폭 늘어난 반면 분배 정책은 후퇴했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기시다 총리의 당초 공언과 달리 고소득층에 대한 금융소득 과세, 임금인상을 위한 자사주 매입 규제 등이 제외된 것을 거론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는 갔어도 자민당 최대 파벌 아베파는 정국의 핵으로 남아 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9월 초로 예상되는 내각과 자민당 주요 포스트 개편을 통해 아베파와 어떤 관계를 설정하느냐는 국정운영 방향을 가늠하는 포인트이다. 자민당 국회의원 374명(중의원 263명, 참의원 111명) 중 현재 아베파 93명(24.9%),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당 간사장파 54명(14.4%), 아소 다로(麻生太郞) 당 부총재파 49명(13.1%), 기시다파 44명(11.7%),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전 당 간사장파 42명(11.2%) 등의 순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 등 무파벌도 84명(22.5%)으로 만만치 않은 세를 과시한다.
기시다 총리는 1∼3위 파벌인 아베파, 모테기파, 아소파 협조 속에서 집권했다. 아소 부총재, 모테기 간사장 유임 등 이번 인사에서도 주요 파벌의 균형 안배가 유력한 가운데 아베파 소속의 각료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경제산업상, 기시 노부오(岸信夫) 방위상, 스에마쓰 신스케(末松信介) 문부과학상 4명과 후쿠다 다쓰오(福田達夫) 당 총무회장의 거취가 주목된다. 아베파 내부에선 “최대 파벌로 내각 내에 5개의 (각료) 자리가 필요하다”는 요구도 나온다.
저팬비즈니스프레스(JBpress)는 “외교·안보나 경제정책 등에서 기시다 총리와 견해를 달리하는 의원들이 아베파에서 두드러진다”며 “각료, 당직에서 소속 의원의 숫자가 줄어들면 아베파는 반(反)기시다로 돌아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무파벌의 영수’ 스가 전 총리의 중용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스가 전 총리는 무파벌 의원들에 대한 영향력이 강하고, 니카이파, 아베파 의원들과의 친분도 두텁다”며 “부총리 등 요직에 기용하는 안이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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