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권성동 '9급 공무원' 발언은 어떻게 언론에 드러났나

김예리 기자 2022. 7. 23.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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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그뒤]기자 2명 앞에서 발언, 현장 있던 뉴스1 첫 보도
SBS 음성 녹취 보도에 불만 제기한 것으로 전해져
뉴스1 기자가 녹음파일 SBS에 전달, 육성 방송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9급 공무원 비하 발언'으로 사적 채용 논란을 키운 뒤 20일 사과했지만 파장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여과없는 표현이 언뜻 보도를 전제한 발언이라 믿기 어려운 데다, 음성 녹취까지 직접 방송되면서 파문이 커졌다. 권 대행은 보도 뒤 언론에 불만을 표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대행 발언은 어떻게 보도로 나왔을까.

취재에 따르면 문제의 발언이 나온 15일 현장에는 기자 2명이 있었다. 권성동 대행은 이날 오후 국회를 찾은 이진복 정무수석을 면담한 뒤 '뻗치기'하던 기자들과 마주쳤다. '뻗치기'는 취재 대상을 무작정 기다리는 것을 이르는 은어로 주로 정치인을 취재하고 회의 일정 변동이 많은 국회 취재에서 일상적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YTN과 뉴스1 기자는 권 대행이 이 수석과 차를 타러 가는 길에 오마이뉴스 보도로 새로 불거진 '사적 채용' 논란에 대해 물었다. 권 대행은 “걔는 내가 추천한 거다. 어렸을 때부터 잘 안다”고 했다. 현장에 있던 기자에 따르면 권 대행은 '비보도 전제'를 걸지 않고 이같이 발언했다.

기자가 “업무 역량이 충분하다고 본 건가” 묻자 그는 “충분하다. 높은 자리도 아니고 행정요원 9급으로 들어갔는데 뭘 그걸 갖고 무슨. 최저임금 받고 들어갔는데. 걔가 대학 다니고 이럴 때 방학 때도 우리 사무실 와서 자원봉사도 하고 그래서 선수위(선발대) 쪽에 넣었다 내가”라고 했다. 권 대행은 “장제원 (의원)한테 물어봤더니 대통령실에 안 넣었다고 그래서 내가 좀 뭐라고 그랬다. 추울 때 추운 데서 (일했다). 막 좀 넣어주라고 압력을 가했더니 자리 없다 하더니 (넣었더라)”라고 했다.

이어 “나는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래도 7급에 넣어줄 줄 알았는데 9급에 넣었더라고”라고 했다. '월급이 100, 200(만원) 정도냐'는 질문에 “최저임금보다 한 10만원 더 받는다. 내가 미안하더라. 최저임금 받고 서울에서 어떻게 사나 강릉 촌놈이”라고 했다.

▲15일 뉴스1 보도 갈무리

뉴스1이 15일 저녁 6시37분께 권 대행의 발언을 첫 보도했다. '권성동, 尹 '사적채용' 논란에 "내가 추천, 역량 충분"'이란 제목의 기사다. 정치부 기자들에 따르면 권 대행의 발언 워딩은 정치부 기자들 사이에서도 '풀'(취재물을 공유)됐다. KBS 한겨레 노컷뉴스 경향신문 뉴시스가 이를 보도했다.

이후 권 대행이 15일 저녁 7시24분 페이스북에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에 채용된 A씨가 “제 추천”이고 “정년 보장도 없는 별정직 9급 행정요원”이며 “(문제제기는) 민주당의 억지 비난”이라고 입장을 올린 뒤 이를 인용한 보도가 다수 나왔다.

현장 취재한 YTN의 경우 권 대행의 현장 발언을 보도하지 않다 당일 권 대행의 페이스북 입장이 나온 뒤 밤 9시26분 보도했다. 임승환 YTN 정치부장은 보도가 늦어진 이유가 있는지 묻는 취재에 “그렇지 않다”며 “기사를 늦추는 것 없이 순서대로 기사를 내보냈다. 온라인으로 일찍 했을지 모르나 그때(제때) 다 나갔다. 당일 리포트도 했다”고 했다.

▲16일 SBS 8뉴스 '

'9급 공무원' 발언 논란은 SBS가 16일 저녁 권 대행의 발언이 담긴 음성 녹취를 직접 방송하면서 그 파장이 커졌다. SBS 측에 따르면 SBS 기자는 뉴스1 기자에게 사실 확인 차원에서 녹취 파일을 요청했고, 뉴스1 기자가 이를 넘긴 뒤 SBS가 보도를 결정했다.

SBS 데스크에 따르면 권 대행은 보도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SBS의 해당 보도를 두고 녹취를 동의 없이 방송한 점을 문제 삼아 항의 뜻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대행은 22~23일 항의 취지를 묻기 위한 전화와 메시지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한편 뉴스1 데스크에 따르면 이를 단독 보도한 뉴스1에서는 기자가 해당 녹취파일을 타사에 공유한 이후에 상부에 보고해, 보고가 늦어진 이유를 내부적으로 파악하는 절차를 밟았다. 이들 매체에 속하지 않은 한 정치부 소속 기자는 “정치인의 워딩을 '풀'해 넘기듯, 정치인 워딩을 녹취한 파일을 타사 기자와 공유하는 것도 정치부 내 일상적 관행”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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