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조사 보도' 내사로 끝냈다는 공수처..'통신조회' 적절성 다시 도마에
기사내용 요약
'이성윤 TV조선 보도' 관련 내사 종결
보도한 기자·가족까지 통신조회 논란
"사실상 강제 처분…수사했다고 봐야"
[서울=뉴시스] 이기상 김재환 기자 =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황제조사 논란' 보도와 관련해 옛 수원지검 수사팀에 대해 내사를 진행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두고 문제가 제기된다. 공수처는 정식으로 수사에 나가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영장에 의한 통신조회는 사실상 강제처분이어서 내사단계에선 부적절하단 얘기도 나온다.
공수처의 설명대로 수사로 전환한 게 아니라면, 내사단계에서 광범위한 통신조회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가 따른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수사기관의 통신조회에 관한 적법절차성을 문제 삼았다는 점에서 공수처 등 수사기관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주 옛 수원지검 수사팀을 상대로 한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사건을 내사 종결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3월 '김학의 위법 출국금지 수사무마 의혹'에 연루된 이 연구위원을 면담하는 과정에서 관용차를 이용하도록 하는 등 '황제조사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TV조선은 당시 이 연구위원이 관용차를 타는 장면을 보도해 논란을 증폭시켰다.
이에 공수처는 당시 '황제조사 논란'을 수사하던 수원지검 관계자들이 TV조선에 탑승 정황을 유출했다고 의심, 내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공수처는 전방위 통신조회를 벌여 논란에 휩싸였다. '황제조사 논란'을 보도한 TV조선 기자들뿐 아니라 일부 기자의 어머니와 동생 등 가족에 대해서도 6차례 통신조회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적인 통신자료 조회는 전기통신사업법 83조 3항에 따라 수사기관이 통신사를 통해 직접 이름·주민등록번호·주소·전화번호·가입일해지일 등을 제공받는다. 그런데 구체적인 통화일시와 통화내역, 위치정보 등이 담긴 '통신사실확인자료'는 통신비밀보호법 13조에 근거해 법원의 영장을 필요로 한다.
즉 공수처가 기자를 상대로 통신영장을 발부받아 통화 상대방을 추적하다 보니 가족들까지 조회하게 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이 때문에 공수처가 실제로는 수원지검 관계자들을 내사한 게 아닌,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입건해 수사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통신자료 조회의 경우 내사단계에서도 이뤄지긴 하지만, 영장에 의한 통신사실확인자료는 사실상 압수수색이나 체포와 같은 강제처분에 해당하기 때문에 수사 중인 사건이 아니라면 힘들다는 취지다.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입건을 안 하고 수사전환을 하지 않으면 통신조회를 할 수 없다"라며 "통신조회도 강제처분으로 봐야 한다. 내사단계에서는 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현행범 체포, 긴급체포, 영장, 압수수색을 하는 등 수사를 실질적으로 개시하는 행위를 한 때에 대한 판례가 명확하게 있다"며 "공수처는 내사로 종결했다고 하겠지만, 영장까지 (받았다면) 실질적으로 수사를 했다고 봐야 한다. 입건을 하고 혐의 없음으로 종결을 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내사를 벌이다가 혐의 입증에 관한 증거가 없어 입건하지 않고 종결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영장에 의한 통신사실확인자료도 내사단계에서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도 있다. 통신비밀보호법 13조 9항은 같은 법 6조를 준용하도록 돼 있는데, 해당 법 조항은 피의자뿐 아니라 피내사자에 관한 규정이기도 하다.
법적으로는 문제를 삼기 힘들더라도 수사가 아닌 내사단계에서 통신영장까지 받아 광범위하게 조회를 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수사와 달리 내사는 혐의유무를 확인하는 게 아닌, 그 필요성을 따져보는 단계에 그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지방의 한 검사는 "내사는 혐의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게 아니고 그 전에 확인할 필요가 있는지 사료하는 단계"라며 "내사단계에서 그렇게 광범위한 통신조회를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수사 전환을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헌재는 최근 통신조회의 근거가 됐던 전기통신사업법 83조 3항 등에 사후통지 절차가 없어 적법절차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수사기관이 통신자료를 요청했을 때 이용자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는 걸 문제 삼았다. 또 이용자에게 구체적인 조회 목적이나 내용을 제공하지 않아 헌법에 어긋난다고 했다. 이번 사건에서 공수처의 무분별한 통신조회는 김경율 회계사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폭로에서 알려지게 됐다. TV조선 기자들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통신조회 목적 등을 알려달라 요구했지만, 공수처는 '공무상비밀누설 사건 수사를 위함'이라고 답할 뿐이었다.
이번 헌재의 판단은 공수처의 무분별한 통신조회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비롯된 만큼, 앞으로 공수처 등 수사기관의 통신조회 관행에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wakeup@newsis.com, cheerleade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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