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은퇴 미룬 펠로시, 바이든 행정부와 '불협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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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며 정계은퇴를 미룬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요즘 부쩍 미국 대외정책에 관해 독자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원에서 여당인 민주당을 대표하는 펠로시 의장과 조 바이든 행정부 간에 불협화음이 노출되기도 한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언론 등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은 다음달 초 하원의원 대표단을 이끌고 아시아 국가들을 순방할 예정인데 방문 대상에 대만이 포함될지 여부가 미 정가의 핵심 현안으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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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테러지원국 지정해야".. 국무부는 난색
위기의 민주주의 구한다며 정계은퇴 미뤄
'존재감 올려 의장 계속 하려는 포석' 관측
“미국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며 정계은퇴를 미룬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요즘 부쩍 미국 대외정책에 관해 독자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원에서 여당인 민주당을 대표하는 펠로시 의장과 조 바이든 행정부 간에 불협화음이 노출되기도 한다. 일각에선 펠로시 의장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존재감을 최대한 끌어올려 의원직은 물론 의장직도 계속 이어가려는 포석 아닌가 하는 분석을 내놓는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나 국방부의 생각은 다르다. 일단 국방부는 대만해협을 둘러싸고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에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이 중국 군부를 극도로 자극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자칫 중국이 대만 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선포하기라도 하면 무력충돌로 이어질 수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국방부에 따르면 당장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한다”고 애매모호하게 답변했다. 공을 국방부로 넘기는 모양새를 취했으나 결국 자신도 부정적 의견임을 내비친 셈이다. 현재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정상 통화 또는 화상 정상회의 성사를 추진 중인데 펠로시 의장이 대만 방문을 강행하면 이 또한 무산될 게 뻔하다.
주무부처인 국무부는 난색을 표한다. 미국이 러시아에 경제제재를 가하고는 있으나 미국의 기업이나 개인 중에는 여전히 러시아에서 상품을 팔거나 러시아 파트너와 협업하는 이들이 많다. 테러지원국 지정은 미국인이 러시아 측과 하는 모든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것으로, 거의 단교(斷交)나 마찬가지다. 국무부는 겉으로는 “면밀히 검토하겠다”면서도 내심 테러지원국 지정은 과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펠로시 의장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간에 생긴 균열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올해 82세인 펠로시 의장은 캘리포니아주(州)의 지역구에서 연방 하원의원만 18선을 기록한 관록의 정치인이다. 원래는 이번 임기를 끝으로 그만둘 예정이었으나 얼마 전 생각을 바꿔 오는 11월 의회 중간선거에 또 출마하기로 했다. 19선에 도전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정계은퇴 의사를 번복한 이유로 “우리 민주주의가 위험에 처해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는 단순히 미국 국내 상황만을 가리키는 게 아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대만 위협 등으로 전 세계 민주주의가 위기에 놓였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는 의원 19선 달성과 동시에 하원의장도 계속하기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펠로시 의장은 과거 여러 차례 “하원의장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말했으나, 이번에 19선 도전 의사를 밝히면서 ‘의장직을 내려놓고 평(平)의원으로만 활동하겠다’는 취지의 언급은 하지 않았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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