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초격차' 권오현 "위기의 시대, 복습 아닌 예습 잘해야 1등될 수 있어"
전경련 2022 CEO 제주 하계포럼 대담
[헤럴드경제(서귀포)=서경원 기자] ‘초격차 경영’으로 반도체 신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은 23일 “조직의 장(將)으로서 어떤 리더가 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고, 우리나라가 지금까지는 복습을 잘해서 발전해 왔는데 복습으로는 1등이 안되고 예습으로 미래를 준비하면 ‘찬스(기회)’가 반드시 찾아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 전 회장은 이날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2 전국경제인엽합회 CEO(최고경영자) 하계포럼 마지막 날에 참석, ‘위기와 기회의 시대, 기업과 기업인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열린 대담에서 “지금은 모두가 위기 상황인데, 오히려 이런 변혁기에 큰 인물이 나올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권 전 회장은 “바둑으로 치면 하수는 남의 돌을 따라간다고 한다”며 “대부분의 시간을 과거나 현재 일에 쏟고 있다면 스스로 관리자라고 보면 되고, 만일 대부분의 시간을 앞으로 어떤 미래가 올까를 생각하고 이에 대비하려고 한다면 자기를 경영자와 리더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전쟁 후 폐허에서 선진국 문턱까지 올라간 세계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나라인데, 리소스(자원)가 부족하기 때문에 실수를 줄이고 남의 것을 잘 카피만 하면 됐고, 또 이 덕분에 산업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지금 세상은 더 이상 카피할 게 없고, 진짜 클래스가 다른 기업이 되려면 과거의 성공방식을 벗어나 다른 식으로 해서 미래를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권 전 회장은 리더에게 필요한 자질은 ‘케이퍼빌리티(capability·능력)’보다는 ‘커페서티(capacity·그릇)’라고 소개했다. 그는 “케이퍼빌리티는 MBA(경영학석사)를 하든지 속성반이 가능한데, 커페서티는 단순히 지식이 많다고 커지는게 아닌 일종의 지혜라고 볼 수 있다”며 “그릇을 키우는건 시간이 오래 걸리는 ‘숙성반’ 작업이라서 인문학이나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많이 갖고 자기의 것으로 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초격차와 기업혁신에 대한 지론도 공유됐다. 권 전 회장은 “많은 분들이 초격차라고 하면 그냥 갭(gap·차이)를 크게 벌리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초격차의 참뜻은 ‘클래스’가 다르다는 것”이라며 “격차는 자꾸 남이 나를 좇아오게 되지만 클래스가 다르면 더 이상 남과 비교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에서 1등과 50등 사이는 격차라고 볼 수 있지만, 초격차에서 말하는 클래스의 차이는 고등학생과 대학의 박사과정 사이 정도의 구분으로 남이 범접할 수 없는 월등한 지위를 갖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그는 “회사마다 혁신하자는 말을 많이 하는데 혁신이란 ‘이러다가 회사 망하는거 아니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활을 거는 결정이어야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며 “혁신은 그야말로 다 뜯어 고치는건데 대부분의 회사들이 하는건 혁신이 아니라 개선일 가능성이 높고, 그렇기 때문에 회사가 잘 될 때는 혁신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혁신은 크게 ‘방향의 혁신’과 ‘방향성의 혁신’ 두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과거 이병철 회장님이 회사 망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비상식적이게 추진했던 반도체 사업이 방향의 혁신이고, 이건희 회장님이 일하는 방식을 다 바꾸라고 한 건 방향성의 혁신이라고 볼 수 있다”며 “가장이 가풍을 바꾸는 일을 자식에게 미루지 않듯이 혁신도 혁신부서가 아니라 조직의 최고 장이 주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 전 회장은 현재 많은 재계 3·4세 후계 경영인들을 상대로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권 전 회장은 “내가 멘토링을 시작할 때 ‘회사 내부에서 피드백, 쉬운 말로 야단을 맞아본 적이 있느냐’라는 질문을 꼭 하는데 그동안 단 한명도 야단을 맞아봤다고 한 사람은 없었다”며 “아무리 능력있는 3·4세라도 피드백을 받으면서 크지 않는 이상 불완전할 수 밖에 없고 깨지고 넘어져봐야 조심하는 법을 배우기 때문에 꼭 외부에서라도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가이드를 만들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인재 등용과 관련, “신입사원은 그 사람의 능력으로 뽑지만, 회사의 관리자나 최고경영자는 그 사람의 인성을 봐야되고 부하들은 잘 통솔하는지, 부하들을 자기 출세의 도구로 쓰는 사람은 아닌지 평소에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며 “또 꼭 명문대 나왔다고 우수한 인재로 보지 말고 명문대생들은 ‘틀리지 않는 기술’에 특화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지방대생들이 더 도전정신이 출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통·설득의 기술에 대해서는 “인생을 살면서 상대의 편에서 가장 많이 생각할 때는 연애 시기”라며 “내가 만나는 사람을 연인처럼 생각하고 대하면 설득에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소개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규제개혁에 대해서는 “지난 50여년 동안 우리 나라는 다른 나라를 좇아가는 팔로어 시대를 살았기 때문에 그에 맞는 제도와 법률이 정립됐던 것”이라며 “그러다 갑자기 1등이 되다보니 레퍼런스(지침) 포인트를 잃어버리게 된 거고, 초등학생 때 맞던 옷이 고등학생이 된 지금은 몸에 맞지 않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이제 세상은 너무 바뀌었고 규제를 푸는 범정부 집합체를 통해 더 이상 ‘포지티브 시스템(최소허용체제)’을 버리고 미국이 하고 있는 ‘네거티브 규제(최소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규제도 일종의 관행이고 습관이기 때문에 고치기 어렵고 상당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새정부가 열심히 한다고 하니 기대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권 전 회장은 이날 대담 후 기자와 만나 삼성전자와 반도체 사업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gil@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우영우’ 박은빈 다녀간 그 ‘소덕동 팽나무’ 실제 장소, SNS인증 행렬
- 삼성 크게 화났다?…“신제품 잔칫날 찬물 끼얹는 중국”
- [영상] “머스크, ‘절친’ 구글 창업자 아내와 간통…무릎꿇고 사과” [나우,어스]
- “유모차에 아기 손가락 절단”…업체들 줄줄이 “우린 아냐”
- 아파트서 30·40대 자매 추락사…집안엔 초등생 자녀 2명도 숨진 채 발견
- “돈 얼마나 더 벌려고” 클라라 남편 2000억원 꽂은데, 여기였어?
- “한국이 키운 이 여성” ‘디즈니의 나라’ 미국서 결국 일냈다
- “얼마 원해? 200만원 더 줄게” 삼성맨도 부러워하더니, 이유 있었네
- “중국 웹툰에 한복입은 커플이 왜 나와?” 정체 알고보니
- “출연료 ‘수억원’ 김희애 나타났더니” 3000억원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