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응원하는 브라질 작가..원전 번역본으로 만나는 '다섯번째 산'

김태형 2022. 7. 23. 12: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단 노래를 듣게 되자 멈출 수가 없었어요. 너무 좋아하게 되었죠. 그런데 그들이 지속적으로 공격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왜일까 자문하게 됐습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연금술사》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는 조국 브라질에서 멀리 떨어진 나라의 한 보이밴드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BTS입니다.

'어째서 BTS가 이렇게 공격받는 것일까’'

BTS가 왜 공격을 받아야 했던 것인지 그는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두 번째 콘서트를 보게 되었고,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콘서트까지 보게 됐죠. 그리고 (BTS 팬클럽인) 아미들이 그들을 지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BTS가 부당한 공격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 파울로 코엘료는 행동에 나섭니다.

'성공을 하면 필연적으로 어떤 부류로부터 공격을 받게 돼 있어요. 하지만 그런 공격 때문에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멈추지는 않겠죠. 그래서 트위터에 글을 올렸어요.'

그는 BTS를 응원하기 시작했습니다. 파울로 코엘료는 그 때문에 자신 또한 공격받기도 했지만 상관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제3회 BTS 국제학술대회 (한국외국어대학교, 2022.7.14)


지난 14일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캠퍼스, 이곳에서 '제3회 BTS 국제 학술대회'가 열렸습니다. BTS와 아미가 만들어내는 현상을 연구하는 ‘BTS 국제 연구 공동체’와 한국외대 세미오시스 연구센터가 공동 주최한 이번 학술대회에 대담 영상을 통해 파울로 코엘료가 함께 했습니다. 그는 BTS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드러내면서, 왜 BTS를 좋아하는지, BTS가 젊은이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습니다.

파울로 코엘료는 이 자리에서 BTS 노래의 가사에 대해 아래와 같이 말했습니다.

'각자 평행선을 그리는 게 아니라 하나로 수렴되는 것, 그러니까 모두 다 더 나은 세상, 더 많은 존중을 꿈꾸는 것을 보았습니다.'

제3회 BTS 국제학술대회, 파울로 코엘료 특별 대담


한국 영화를 좋아하고 BTS를 응원하고 있다는 파울로 코엘료,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그의 책이 새롭게 번역돼 나왔습니다.

'다섯번째 산'입니다.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연금술사와 마찬가지로 이 책 또한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의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파울로 코엘료의 말대로라면 더 나은 세상을 꿈꾸고, 더 존중받는 세상을 꿈꾸는 BTS의 노랫말 같은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소설 '다섯번째 산'은 솔로몬으로도 유명한 구약성경 열왕기에 나오는 예언자 엘리야의 삶을 풀어내고 있습니다. 성경을 바탕으로 파울로 코엘료의 상상력이 더해져 나온 작품인 셈입니다. 박해를 피해 살던 고장을 떠난 예언자 엘리야가 갖은 고난과 난관 끝에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다섯번째 산은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처럼 고통이나 절망, 슬픔, 증오와 같은 단어가 되풀이해 나옵니다. 하지만 꿈이나 희망, 사랑, 자유와 같은 단어도 자주 등장합니다. 힘들고 어려워도 이를 이겨내며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꿈이나 희망, 사랑, 자유와 같은 개념은 BTS의 노랫말에서도 흔히 엿볼 수 있습니다. 특별대담을 진행한 브라질의 안나 클라라 변호사도 BTS의 노래와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어 보인다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도 같은 결의 문장이 발견되고는 합니다.

예를 들어, BTS의 〈On〉에는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scream/언제나 우린 그랬으니/설령 내 무릎이 땅에 닿을지언정"이라는 노랫말이 나오는데, 소설 다섯번째 산에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정신에 대해 얘기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때때로 세상과 타인이 자기보다 강하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말이야. 비밀은 바로 이거야. 결코 포기하지 않는 것.' (다섯번째 산, 53쪽)


또 BTS의 노래 〈Idol〉의 가사를 보면, 남들이 뭐라 하건 신경 쓰지 않고 내 갈 길을 간다는 의미의 얘기라 할 수 있는 "아님 어떤 다른 뭐라 해도/I don't care/I'm proud of it/난 자유롭네... 나는 전혀 신경 쓰지 않네/나를 욕하는/너의 그 이유가 뭐든 간에"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다섯번째 산에도 같은 맥락의 문장이 나옵니다.

'남들이 하는 말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자신의 마음에 귀기울이는 일, 그것이 바로 자유였다.' (다섯번째 산, 125쪽)

운명적인 사랑 또한 BTS의 노래에도,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에도 다 같이 나옵니다. BTS의 〈DNA〉에는 "첫눈에 널 알아보게 됐어/서롤 불러왔던 것처럼/내 혈관 속 DNA가 말해줘/내가 찾아 헤매던 너라는 걸"이라는 노랫말이 등장합니다.

하늘이 정해준 사랑과 같은 이야기는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뿐만 아니라 여러 소설에도 보편적으로 나오는 소재라 할 수 있을 텐데, 소설 다섯번째 산에도 이와 같은 장면이 들어 있습니다.

'... 처음 마주친 여인의 눈빛이 생생했다. 그는 그녀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사랑하게 됐다는 걸 비로소 깨달았다.' (다섯번째 산, 218쪽)

사실 꼭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과 BTS의 노래가 아니더라도, 꿈을 좇는 사람을 그리고 있는 소설이나 노랫말을 비교해보면 서로 간에 비슷한 점이 어렵지 않게 발견될 수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과 BTS의 노래, 둘의 유사점이나 공통점이 더 주목받는 것은 작가와 그룹이 서로의 가치를 공유하고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일 겁니다.

파울로 코엘료는 특히 이번 대담에서 진행을 맡은 변호사 아나 클라라 씨가 '작가님과 BTS 사이에 연결점들이 많다'라는 말을 하자 'BTS가 그들의 노래 가사로 말하는 것은 내적인 변혁 같은 것'이라면서 '삶이라는 것 자체가 결심, 즉 사명입니다, 삶이란 모든 것에 관해 사명감을 갖는 겁니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제3회 BTS 국제학술대회, 파울로 코엘료 특별 대담


이처럼 파울로 코엘료는 BTS의 팬이자 BTS를 응원한다고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는데, 그의 애정과 관심은 트위터 계정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파울로 코엘료의 트위터 계정 팔로워 수는 1,540만, 반면 그가 팔로잉하는 계정 수는 2022년 7월 중순 현재 209개에 지나지 않습니다. BBC나 뉴욕타임스 같은 언론사 계정, 또는 바락 오바마나 오프라 윈프리 같은 유명인사 계정이 대부분입니다. 그 가운데 BTS 계정도 있습니다. 파울로 코엘료는 BTS 소식을 빼놓지 않고 챙겨보고 있는 것이죠. (같은 시기, BTS 트위터 계정의 팔로워 수는 4,670만입니다. BTS의 트위터 계정도 파울로 코엘료 계정을 팔로잉하고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맞팔' 관계인 셈입니다.)


지난 1996년 세상에 나온 다섯번째 산은 이미 1998년 한국에 소개됐습니다. 다만 책을 출판한 문학동네는 과거에 영어 중역으로 국내에 소개됐던 것과 달리, 새롭게 계약을 해서 포르투갈어 원전을 충실히 번역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니 이번에 나온 다섯번째 산은 일종의 원전 번역 개정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책의 초판 서문에서 파울로 코엘료는 '세상 모든 사람은 피할 수 없는 일의 영향을 받는다. 어떤 이들은 극복했고 어떤 이들은 포기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비극의 날개가 우리 인생을 스쳐 지나가는 경험을 한 적 있다.'라고 밝히면서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엘리야의 여정을 따라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파울로 코엘료는 특히 이번 개정판 초판에는 '나의 한국 독자분들께, 당신의 꿈을 펼쳐나가세요! (To my Korean Readers, follow your dreams!)'라는 글귀를 남겨 놓기도 했습니다.

김태형 기자 (inblue@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