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여가부 "버터나이프크루 유지 어렵다"..권성동 '한마디' 관철
보름 만에 "사업 이대로 가기는 어렵다" 전달
주관 업체 "성평등·젠더 제외..사업 중단된 것"
"사업 기조 바뀐 결정, 계기, 과정 공정하지 않아"
국민의힘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한 마디'로 좌초 위기를 맞은 여성가족부의 '버터나이프크루'(청년 성평등 추진단) 사업이 사실상 중단 수순을 밟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예산까지 확보된 사업을 순식간에 뒤집은 과정부터 석연찮은 중단 사유까지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여가부는 지난 21일 버터나이프크루 사업을 주관하는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버터나이프크루 사업 유지가 어렵다"고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가부는 지난 5일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뒤 참여 단체들에 명확한 연기 사유나 일정을 설명하지 않다가 보름 만에 입장을 전달했다.
여가부는 "재검토한 결과 이대로 가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버터나이프크루라는 상징적인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어렵고 여성에게만 집중된 이슈나 젠더갈등, 성평등 등을 주제로 하는 프로젝트 지원이 어렵다"고 빠띠 측에 설명했다.
또 "이번 사업을 시작할 때 작년까지 외부에서 공격 받는 지점(남성 청년의 참여, 청년의 삶과 관련한 다양한 의제 등)을 최대한 보완해 사업을 진행하고자 했으나, 계획대로 되지 않았고 그럴 경우 부서에서 판단해 제동을 걸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결과적으로 크루들의 잘못이 아니고 부의 입지와도 관련이 있는 사항"이라고 전했다.
이어 "청년 일자리 문제나 마음돌봄 문제 등 더 많은 청년이 공감할 수 있고, 남녀 모든 삶을 같이 볼 수 있는 사업으로 팀 프로젝트의 내용이 변환될 수 있을지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을지 묻고 싶다"며 "프로젝트의 내용 변경을 요청하는 게 매우 죄송하지만 변경된 방향으로 못 가겠다는 팀이 있다면 이때까지 사용한 사업비와 이후 사업 정리를 위한 비용 등을 정산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빠띠 측은 여가부에 "버터나이프크루 사업이 성평등이라는 원래 취지와 완전히 달라졌다. 성평등, 젠더, 여성을 제외한다면 더 이상 버터나이프크루가 아니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사업 기조가 이렇게 바뀐 결정, 계기, 과정이 공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팀 프로젝트 운영 원상 복귀를 우선으로 뒀으나 변경된 기조에서 빠띠가 활동하는 건 의미를 찾기 어려워 운영을 중단하겠다"고 답했다.
2019년 시작된 버터나이프크루는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 연구와 캠페인, 콘텐츠 제작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 취임 후 지난 5월 4기 모집을 공고하면서 명칭에 종전의 '성평등'은 '양성평등'으로 변경됐다.
이후 지난 4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해당 사업을 두고 "남녀갈등을 증폭시킨다"고 공개 비판했으며 여가부는 하루 만에 버터나이프크루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버터나이프크루) 지원 대상이 페미니즘에 경도됐다. 과도한 페미니즘은 남녀 갈등의 원인 중 하나"라고 썼다. 여가부가 정식 공모 절차를 거쳐 선정하고 예산까지 확보된 사업이 이른바 '윤핵관'으로 불리는 여당 원내대표가 SNS에 올린 글 하나로 순식간에 중단된 상황에 논란이 일었다.
당시 여가부는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해당 사업의 젠더갈등 해소 효과성, 성별 불균형 등의 문제가 제기된 바 사업 추진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여가부 측은 사업 중단과 관련 의견을 전달했지만 아직까지 확정되진 않았다고 밝혔다. 여가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업체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의견을 전달하긴 했지만 말씀드릴 단계는 아니고 업체도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며 "(성평등 주제 프로젝트 지원이 어렵다고 한 내용은) 그런 취지는 아닌데 이해가 달랐던 것 같다. 나중에 결정되면 정리해서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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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허지원 기자 wo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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