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인권단체, 국보법 제 7조 찬양-고무 조항 폐지 권고

고승우 언론사회학 박사 2022. 7. 23.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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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법 연재 (09)] UN자유권규약위원회, 유엔인권이사회, 국제엠네스티 등 발표

[미디어오늘 고승우 언론사회학 박사]

국가보안법은 세계인권선언에 반하는 반인권적인 악법이다. 국보법이 지배해 온 지난 70여 년 동안 양심과 언론 자유, 민주주의는 처참하게 유린돼왔다. 이승만 정권이 만든 국보법은 좌익 활동과 반정부활동을 규제한다는 구실로 만들었으나 실제 개인의 사상과 이념을 제한하고, 민주주의와 언론을 탄압했다.

이 법은 간첩의 개념을 확대하고 허위 또는 왜곡된 사실의 유포를 막는다는 미명아래 실질적으로 언론자유를 억압하기 위한 독소조항을 담고 있었다. 이 때문에 유엔과 국제인권 기구 등은 국보법의 개폐를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세계의 국보법 문제 제기와 개정이나 폐기 권고 등에 귀를 막고 버티고 있고 2022년 7월 현재 21대 국회는 이 법의 개폐 문제를 회기 말까지 연기해놓은 후진성을 드러내고 있다. 다음은 국보법에 대해 비판하면서 개폐를 주장했던 해외 기관, 단체 가운데 대표적인 유엔(UN)자유권규약위원회, 유엔인권이사회, 국제엠네스티 등이 발표한 자료를 소개한다.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

유엔 인권위원회의 자유권 규약위원회(UNHRC)는 2015년 10월19일부터 11월6일까지 열린 115차 회의에서 한국의 자유권 규약이행실태를 11년만에 심의한 결과보고서를 발표했다(내일신문, 뉴스프로 2015년 11월6일).

UNHRC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CCPR)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이행실태에 관한 심의 결과보고서에서 국가보안법 제 7조 찬양-고무 조항은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폐지할 것을 권고했다.

위원회는 기본적 민주질서 위반 혐의로 2014년 헌법재판소가 명령한 통합진보당 해산은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북한 이데올로기를 유포했다는 혐의로 이미 국가보안법 7조(19조와 22조)에 따른 혐의를 받고 있었다는 사실에 주로 근거했음을 지적했다. 위원회는 정당 해산이 미칠 광범위한 영향력을 고려하여, 국가는 정당 해산을 최대한 제한적으로 마지막 수단으로 사용해야 하며 비례원칙(과잉금지의 원칙)을 구현해야 한다고 밝혔다.

위원회가 폐지를 권고한 국가보안법 제7조 3항은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 즉 '이적단체'를 구성하거나 가입한 경우 1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2021년 3월4일 오전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서 열린 국가보안법폐지 국민행동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국가보안법 폐지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유엔인권위원회>

유엔인권이사회는 1992년과 99년, 2005년에도 '국가보안법을 점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 등을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2008년 5월에는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에서 미국 대표가 국가보안법의 남용을 막기 위한 개정을 권고하였고, 한국 정부는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국보법의 개정 또는 폐지 여부에 관해 국가적 컨센서스를 얻고자 계속 노력할 것'이라 답변하였다. 2011년 6월 프랭크 라 뤼 유엔 의사 및 표현의 자유에 관한 특별보고관은 대한민국의 국가보안법 폐지를 권했다.

유엔 인권이사회가 2005년 7월 열린 제84차 위원회의 경우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을 이적단체로 규정한 대법원 판결에 대해 “국제인권규약에서 규정한 '결사의 자유권' 등을 침해했다”고 결정했다. 인권이사회는 곧 한국 정부에 이런 내용을 통보했다. 한국은 1990년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인권규약'에 가입했었다(한겨레 2005년 9월3일).

인권이사회는 제84차 위원회에서 “한총련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한총련 대의원을 처벌하는 것은 국제인권규약 제22조가 정한 '결사의 자유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이는 규약 제18조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에 관한 권리'에도 위배된다”는 권고결정을 내렸다.

인권이사회는 또 “한총련에 가입함으로써 국가의 안전에 대해 어떤 실제적인 위협이 있는지 확실한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인권이사회는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고무)를 개정하고, △피해자에게 적절한 보상과 구제를 하고, △비슷한 침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 등을 정부에 권고했다.

<국제엠네스티>

국제엠네스티는 지속적으로 한국의 국가보안법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왔다. 한국의 국가보안법은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국가 안보를 보장하지도, 보호하지도 못하고 국가보안법이 자의적으로 사용되면서 많은 이들이 단지 평화적으로 정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어 구금 돼 있다고 밝혔다. 반국가단체로 찍혀 국가보안법으로 기소되는 사람은 제대로 된 권리를 보장 받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국제앰네스티는 2010년 12월 1일 국가보안법 제정 62주년을 맞아 국가보안법의 폐지, 혹은 근본적인 개정을 요구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https://amnesty.or.kr/2705/).

-- 국제앰네스티는 북한과 관련해 한국 내 안보 우려가 높다는 것을 이해한다. 하지만 안보 우려가 인권, 특히 의견을 평화롭게 표현할 권리를 부인하는 데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러한 권리가 정부의 의견이나 정책에 반대하는 정치적 견해까지 포괄한다는 것을 한국 정부에 상기시키고자 한다.

국가보안법은 '반국가행위', '이적행위' 및 '간첩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나 이를 구체적으로 정의하지 않고 있다. 국가보안법은 반대의견을 막고 평화적으로 표현 및 집회의 자유를 행사하는 이들을 임의적으로 기소하는데 지속적으로 이용되어왔다.

국가보안법은 검열이라는 형태로 북한을 '이롭게' 한다고 간주되는 인쇄물을 출판 배포하는 이들을 처벌하는 데에도 이용되어왔다.

2010년 8월 현재, 13명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어 있으며 이들은 모두 친북활동에 관련되었다는 혐의로 체포되었다. 이들 중 최소 8명은 특히 한국이 당사국이며 법적구속력이 있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과 같은 조약들을 비롯해 한국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평화적으로 행사하던 중 체포되기도 했다.

국제앰네스티는 한국정부가 국제인권기준에 맞게 국가보안법을 근본적으로 개정하거나 완전히 폐지할 것을 요구한다. --

이상에서와 같이 세계 인권기구나 단체들은 한결같이 국보법 문제 제기와 개정이나 폐기 권고 등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귀를 막고 있다.

▲ 사진=민변 페이스북

민변 “국가보안법, 국제사회의 수치다.” 논평 발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해 5월 발표한 '국가보안법 전면 폐지 특별결의문'을 통해 “국가보안법은 우리 사회의 자기검열을 강제하는 헌법 위의 법으로 군림해왔다. 행위의 결과가 아닌 행위자의 이력과 성향을 기준으로 수사기관의 자의에 따라 처벌 여부를 달리하여 평등권을 침해한다. 구성요건이 모호하여 죄형법정주의에 따른 명확성 원칙에도 반하고 침묵할 자유마저 인정하지 않아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는 국가보안법의 위헌을 선언하고 국회와 정부는 국가보안법 전면 폐지에 나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민중의소리 2021년 5월30일).

민변은 지속적으로 국보법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데 2015년 11월6일 '유엔 자유권 규약위의 국보법 제7조 폐지권고에 따른 논평'에 대해 “국가보안법, 국제사회의 수치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발표했다. 논평 내용은 아래와 같다.

--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2015년 11월6일 한국 정부의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4차 보고서를 심의하였다. 동 위원회는 한국의 보안당국이 국가보안법 제7조 위반 사례를 지속적으로 감시·적발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북한 등 반국가체제를 찬양·고무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한 '국가보안법 제7조'를 폐지하여야 한다고 권고 하였다.

국가보안법은 지난 독재정권 시절 분단을 빌미로 압제와 인권유린에 항의하는 일체의 비판에 재갈을 물리는 기능을 톡톡히 수행해 왔다. 독재체제 몰락과 함께 역사의 박물관으로 사라졌어야 할 국가보안법은 분단기득권 세력의 이해를 관철하는 도구로 살아남아 지금은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당을 해산하게 하는 첨병 역할을 하고 종북프레임을 규범적으로 떠받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우리의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의 여정에 제일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 국가보안법이다. 그 중에서도 제7조는 국가보안법 전체의 문제를 압축하고 있는 대표적인 악법이자 독소조항이다. 1991년 개정 이후 국가보안법 전체 발생 건수의 약 85% 가량이 제7조 사안이라는 점에서도 제7조가 국가보안법에서 어떤 위치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정부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그간 끊임없이 국가보안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우려와 함께 폐지 내지 개정의 권고를 해 온 것은 이 법이 민주주의와 평화라는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자연법 질서에 위반하고 역행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국가보안법의 생사여탈권을 지닌 우리 정부와 집권 여당, 그리고 헌법재판소, 대법원은 한목소리로 분단 상황을 운운하면서 국가보안법은 한 자도 고칠 수 없다는 완고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으로부터 대한민국의 존립과 안전을 지킨다는 것은 허울일 뿐, 국가보안법은 국민의 인권과 자유민주주의를 희생시켜 분단기득권 세력의 이해를 지키는 법으로 전락해 있음을 직시하여야 한다.

우리 모임은 이러한 국제사회의 국가보안법에 대한 우려는 전적으로 타당하다고 보고 환영의 마음을 표명하는 바이다. 그러나 우리의 문제를 외부인의 입을 통해 듣고 있자니 심히 민망하고 부끄럽다. 틈만 나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자 민주주의를 성취한 선진국이라 자부하고 국격 운운하는 집권세력이 왜 유독 국가보안법에 관한 권고는 애써 무시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국가보안법, 문제의 본질은 수치이다. 우리 내부는 물론이고 국제사회에 대하여도 이제 더는 부끄럽지 않기 위하여 우리 모임은 국가보안법 전체를 조속히 폐지할 것을 절절한 목소리로 촉구하는 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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