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핵관' 갈등, 안철수 당권 도전에 악재 되나

이원석 기자 2022. 7. 2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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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장제원 불협화음 이어 '김·장 연대설'까지 불거져
安, 조기 전대보다는 권 직무대행 체제 지지하며 '시간 벌기'

(시사저널=이원석 기자)

안철수는 달라졌다. 10년 전 정치를 시작했을 때, 그리고 불과 1~2년 전의 모습과 지금이 다르다. 여의도 정치권의 주된 평가다.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우선 독해졌다. 특히 지난 대선 과정에서부터 이런 모습은 강해졌다. 그의 메시지는 날카롭다. 특히 지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대권주자였던 이재명 의원을 향해 더 그렇다. 한마디 한마디에 한껏 날이 서있다.

그리고 환경이 달라졌다. 6월1일 재보선에서 당선된 안철수 의원은 5년 만에 3선 국회의원으로 복귀했다. 지역구도 바뀌었다. 정치를 처음 시작했던 서울 노원에서 10년 만에 성남 분당갑으로 둥지를 옮겼다. 분당은 성남시장을 지낸 이재명 의원의 텃밭이다. 가장 큰 변화는 안 의원이 주류가 됐다는 점이다. 그는 초록색, 주황색, 비주류 색(色)의 옷을 벗고 빨간색 옷을 입었다. 주류 중 주류인 집권여당의 일원이 된 것이다.

주변 풍경 역시 달라졌다. 그의 주변엔 언제나 사람이 많지 않았다. 다수의 측근이 떠나갔다. 그러나 이제 곁에 수많은 의원이 북적인다. 그가 주관하는 공부모임은 항상 문전성시다. 많은 이가 그를 치켜세우고 있다.

변하지 않은 게 하나 있다면 그가 계속 차기 대권의 꿈을 꾸고 있다는 점이다. 대신 달라진 건 하나 더 있다. 대권으로 가는 그의 로드맵이다. 중간에 당권이라는 하나의 단계를 더 심었다. 그는 지금 집권여당의 당권을 잡기 원하는 듯하다. 총선의 공천권을 쥐는 대표의 권력은 막강하다. 대권 지름길인 셈이다. 그러나 거기까지 가는 길은 만만치 않다. 당 밖의 인사였던 안 의원이 당권을 거머쥐기까지는 숱한 고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윤핵관들의 갈등 또한 그 고비 중 하나로 보인다.

ⓒ시사저널 박은숙

安 측 인사 10여 명, 대통령실 채용

안철수 의원은 이미 당내 유력한 당권 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의 공부모임 인기가 이를 입증한다. 7월12일 안 의원이 주관한 '글로벌 경제 위기와 우리의 대응 방향' 민·당·정 토론회 첫 시간엔 40명이 넘는 의원이 참석했다. 안 의원은 현재로선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에 가장 가까운 후보로 평가된다. 그는 지난 대선 직전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했다. 이후 그는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맡아 윤석열 정부의 청사진을 직접 그렸다. 윤심을 업고 곧바로 국회의원 재보선에 출마해 압도적 표 차이로 당선됐다.

그 중간중간 여러 번의 고비가 있었다. 단일화는 몇 번 엎어지기를 반복한 끝에 극적으로 성사됐다. 윤 정부 초대 조각에 안 의원 측 인사가 하나도 포함되지 않으면서 인수위원장 사퇴 가능성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그때마다 안 의원을 붙잡은 건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 중에서도 핵심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으로 알려져 있다. 고향이 부산으로 같은 두 사람은 어느 때부턴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 듯했다. 이른바 단일화 연대다. 

5월15일 성남 분당구 야탑동에서 열린 안 의원의 재보선 선거사무소 개소식엔 당일 오후 아랍에미리트(UAE) 특사로 떠나는 장 의원이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그는 직접 마이크를 잡고 이같이 축사했다. "제가 오늘 오후 다섯 시에 아랍에미리트 특사로 가야 하는데 여기에 올 수밖에 없었던 건 제가 안 후보께 많은 빚을 져서 조금이라도 갚으려고 왔다. 윤 대통령과 단일화를 좀 해달라고, 여기에 출마를 좀 해달라고 매달렸는데 (내가) 책임이 없겠나. 안 후보가 분당 국회의원이 되면 대한민국의 지도자, 당의 지도자뿐만 아니라 우리 분당의 살림을 잘 챙겨서 분당의 발전을 앞당길 수 있는 국회의원으로서의 역할도 잘하시겠다는 생각이 든다."

윤 대통령과 안 의원 양측의 인적 교류도 눈에 띄었다. 인수위가 끝난 뒤 안 의원 측 인사 10여 명이 대통령실에 실무자 등으로 채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국회로 복귀한 안 의원의 사무실 5급 선임비서관 자리엔 윤 대통령의 대선캠프가 가장 처음 꾸려질 때부터 합류해 인수위까지 공보를 담당했던 장경아 비서관이 임명됐다. 인수위 이후 대통령실 인사 등은 당선인 비서실장이었던 장제원 의원의 손길이 닿아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7월12일 국회에서 열린 안철수 의원 주최 토론회에는 40여 명의 의원이 참석했다.ⓒ시사저널 박은숙

'안철수 대표-장제원 사무총장설'까지

그야말로 안 의원에겐 탄탄대로였다. 심지어 당내 최대 천적처럼 여겨진 이준석 대표가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았다. 이 대표와 안 의원의 악연은 오래 이어져 왔으며 최근까지도 최고위원 지명을 놓고 강하게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둘은 사사건건 충돌했다. 안 의원 입장에선 가장 큰 눈엣가시인 이 대표가 징계를 받게 되면서 활동 공간이 더 넓어진 셈이다. 당내에선 윤핵관의 지원을 받는다면 안 의원이 당권을 쥘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봤다. 일각에선 안 의원이 당권을 잡고 장 의원이 사무총장을 맡는 시나리오를 구상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최근 다른 곳에서 소용돌이가 발생했다. 윤핵관들 사이에서 갈등이 관측되기 시작한 것. 이 갈등은 안 의원에게 악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 대표 징계 이후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 것이다. 권 대행은 윤 대통령과 오랜 친구 사이이자 검찰 선후배로, 장 의원과 함께 최측근 윤핵관의 양축을 형성하고 있다. 여러 정치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두 사람 사이엔 이 대표 징계 이후 당의 체제에 대한 이견이 컸던 것으로 파악된다. 권 대행은 자신의 직무대행 체제 유지를 주장했고, 장 의원은 당헌당규를 개정해 차기 총선까지 지휘하는 2년 임기의 당 대표를 새롭게 선출하는 방안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은 직무대행 체제를 유지하기로 당내의 뜻이 모인 가운데 장 의원은 7월10일 윤 대통령과 권성동·이철규·윤한홍 의원 등 핵심 윤핵관들이 모여 이 대표 징계 후 당 수습 방안을 논의한 자리와 직무대행 체제를 유지하기로 의원들이 뜻을 모은 7월11일 의원총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갈등설이 커지자 두 사람은 7월15일 만나 식사하며 논란 불식에 나섰으나 사흘 만에 최근 대통령실의 '사적 채용' 해명과 관련해 다시금 공개적으로 충돌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두 사람의 갈등을 핵심 세력 간 권력 다툼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권 대행이 직무대행 체제를 마친 뒤 자신이 직접 차기 당권 도전에 나설 계획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런 계획이라면 6개월의 직무대행 체제를 통해 영향력을 높인 다음 당권에 나서는 것이 유리하다. 차기 당권을 노리는 안 의원 입장에선 이러한 상황들이 상당히 신경 쓰일 만하다. 자신을 지지해 줘야 할 윤핵관이 분화해 오히려 또 다른 경쟁자를 탄생시킬 가능성이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두 사람의 갈등이 불거진 이후 간·장(안철수+장제원)이 아닌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가 떠오르는 것도 안 의원에겐 부담일 수 있다. 김기현 전 원내대표는 현재 당권 도전의 뜻을 밝히고 있는 인사 중 안 의원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꼽힌다. 김 전 원내대표가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에 공개적으로 반대의 뜻을 밝히고 있고, 장 의원과의 접촉이 최근 커진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정치권에선 김·장 연대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윤핵관' 갈등설에 휩싸인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 대행(오른쪽)과 장제원 의원ⓒ시사저널 박은숙

이준석, 중징계 후에도 당내 영향력 여전

안 의원이 7월21일 입장문을 낸 것도 이러한 당내 상황을 인식했다는 분석이 있다. 안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여당은 의원총회에서 결의한 대로, 현 당 대표의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는 직무대행 체제로 흔들림 없이 나아가야 한다"며 "당 대표의 궐위가 아닌 상황에서 조기 전대론은 당장 실현될 수 없으며 혼란만 부추길 뿐"이라고 강조했다. 우선은 김 전 원내대표를 견제하면서 정리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장 의원 역시 갈등 노출 이후 최근엔 일단 직무대행 체제에 동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아직은 세(勢)를 규합하기에 시간이 충분치 않은 안 의원 입장에서도 조기 전대보다는 직무대행 체제가 나을 거란 판단이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본경선은 당원 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30% 비율로 합산해 치러진다.

추후 여당 내 상황은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이 대표 성상납 의혹을 두고 경찰에서 기소 의견이 나오거나 반대로 무혐의 결정이 날 경우 어느 쪽으로든 후폭풍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기소 의견이 나온다면 이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번질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되면 직무대행 체제도 다시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무혐의 결론이 날 경우엔 이 대표 측의 상당한 반발이 있을 전망이다. 이러한 경찰 수사 결과와 별개로 최근 권 대행의 해명 실수 등으로 인해 당내에서 부정적 여론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어서 일각에선 직무대행 체제가 아닌 비대위 체제 등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윤핵관 사이 갈등이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 안 의원 입장에선 고민이 계속될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중징계를 당했음에도 여전히 만만치 않은 이준석 대표의 영향력 또한 안 대표에겐 커다란 고비 중 하나다. 당내에선 이 대표의 당원권 정지 6개월 판단을 내린 당 윤리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윤핵관의 눈치를 본 정치적 결정이었다는 비판도 적지 않게 존재하는 상황이다. 어쨌거나 대선과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 당 대표가 곧바로 징계를 받은 것에 대한 일반 대중의 동정 여론도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선 벌써부터 이 대표가 복귀 뒤 차기 당권을 다시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7월21일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의 조사 결과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적합도는 이 대표 25.2%, 안 의원 18.3%로 각각 나타났다(전국 성인 남녀 1000명 대상, 7월16~18일 조사, 응답률은 3.5%,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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