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내고 돈 벌어요" 북한의 여름휴가 활용법

문정실 작가 2022. 7. 23.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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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국 앵커 ▶

이제 본격적인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7월이면 서로 휴가 일정 조율하기 바빴었는데요. 오늘은 북한의 휴가 피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차미연 앵커 ▶

함께하실 두 분입니다. 어서 오세요.

◀ 차미연 앵커 ▶

남한에서는 7월이 되면 더위 피해서 산으로 바다로 가는데요. 북한은 어떤가요?

◀ 조충희 ▶

북한에 있을 때 저는 피서라는 말 자체도 몰랐었습니다. 한국 드라마 보면서 피서지에 간다고 그래서 피서지가 어떤 명승지 그런 데에 다른 고급한 말인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사실 내가 북한에 있을 때 보면 더위를 피한다기보다는 그냥 참았던 것 같아요. 땀 흘리면 수건 닦고 목마르면 물마시고 이런 식으로 했던 거 같고요. 근데 요즘에 밖에 나가면 보통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아' 뭐라고 하던데 그거 없으면 못 살 것 같고요. 저도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 김필국 앵커 ▶

지난 2년 동안은 코로나 때문에 피서, 휴가도 제대로 못 갔다 왔잖아요. 그런데 올해는 공항도 붐비고 워터파크 같은 곳도 인파로 북적인다고 하죠.

◀ 차미연 앵커 ▶

북한도 이런 상황은 다르지 않다고 합니다.

◀ 김필국 앵커 ▶

평양에 있는 워터파크 문수 물놀이장입니다. 조선중앙TV는 북한 주민들이 더위를 피하는 모습을 소개했는데요.

"머리가 아프고, 정신이 막 흐리터분하댔는데 없어진 것 같단 말입니다."

◀ 차미연 앵커 ▶

아이부터 어른까지 남녀노소 다양한 나이대의 주민들이 피서를 즐기는 모습입니다.

"파도 수조가 제일 좋습니다. 시원하구. 아이가 여기에만 있겠다고 그럽니다."

◀ 조충희 ▶

완전히 1박 2일 이 정도는 안 되고요. 평양 같은 경우에는 저기 가서 놀고 저녁에 집에 가면 되고 지방에 있는 사람들도 주변의 강이나 하천, 저수지 이런 데 가서 가족 친구들하고 같이 놀고 오고 점심 먹고 그런 거 많이 하고 있고요. 특히 기념일. 여름 기념일 7.27 이라든지 8,15 라든지 여러 기념일을 위주로 가서 놀고 하루씩 놀고 이렇게 하고 있고 주말이나 이런 거 이용해서 가는 거는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김수경 ▶

문수 물놀이장은 2013년에 개장한 워터파크라고 할 수가 있는데요. 김정은 위원장이 여기가 준공되기까지 다섯 번이나 현지 시찰을 했으니까 얼마나 신경을 쓴 사업인지 알 수가 있죠.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하자마자 능라인민유원지라든가 마식령 스키장이라든가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여러 가지 위락시설을 많이 만들었어요. 그만큼 단지 빈곤에서 벗어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우리가 이만큼 시설들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대표적인 치적으로 벌인 사업 중에 하나가 바로 문수물놀이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그런데 화면을 보면서 조충희 씨가 그러셨어요. 1박 2일 이렇게 내서는 어렵다.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그러면 북한에서는 휴가를 내서 아예 몇 박 며칠 이렇게 다녀오는 피서는 없는 건가요?

◀ 김수경 ▶

북한에는 휴양소라는 곳이 있습니다. 노동성의 휴양 관리국이 근로자들의 여러 가지 문화 휴식을 위해서 전국에 좋은 곳들 한 100 곳 정도에다가 휴양소를 마련해 놓고 거기에 가서 쉴 수 있게 하는데 이게 아무나 이용할 수 있는 건 아니고요. 굉장히 모범적인 근로를 한 사람들에게 포상식으로 주어지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아니고 또 북한 같은 경우에는 도 밖으로 나가려면 여행증명서가 있어야 되거든요. 여행증명서 떼는 데 시간도 걸리고 뇌물도 줘야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래서 멀리 계획을 해서 어디 가서 한 2박 3일 자고 오면서 휴가를 내는 경우는 거의 없고요. 그냥 당일치기로 하루 즐거운 시간 보내는 정도가 아마 북한 주민들이 생각하는 휴가 피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김필국 앵커 ▶

우리는 흔히 휴가 하면 피서를 떠올리는데 북한에서는 전혀 다른 뉘앙스입니다.

◀ 차미연 앵커 ▶

북한에서 사회주의 노동법을 살펴보면 65조에 노동자와 사무원들에게 매년 14일 간의 정기 휴가와 7일에서 21일 간의 보충 휴가를 주게 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법적으로는 휴가를 주게 되어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북한 주민들이 이 휴가를 놀러 가고 가족들이랑 여행 가는 데 쓰는 게 아니라 보통은 경제 활동을 하는 데 씁니다. 왜냐하면 북한에서는 기업소 활동을 하면 제대로 노임을 받거나 배급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경제 활동을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휴가를 내서 장마당에 가서 물건을 판다거나 제가 아는 경우 한 가지는 연구원이었는데 휴가를 내면 그 휴가 하루 종일 중고생들 과외를 해주는 거예요. 그러면 하루 종일 일해서 100불 정도의 돈을 벌 수 있었다고 해요. 굉장히 많은 돈이죠. 그래서 북한 주민들한테는 휴가라는 게 쉬는 날이 아니라 오히려 돈을 버는 날이라고 보는 게 더 맞을 겁니다.

◀ 차미연 앵커 ▶

그렇군요. 피서를 못 갈 때 우리는 집에서 즐기는 피서를 홈캉스 이렇게 얘기하기도 하고요. 또 카페에서 좀 쉴 때 카캉스 이런 말도 요즘에 나오고 있다고 하죠.

◀ 김필국 앵커 ▶

그렇죠. 북한 주민들 중에도 휴가를 내서 먼 곳으로 피서를 가지는 못하지만 대신에 무더위를 식히는 방법이 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여름이 되면 북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이죠. 손 선풍기를 쐬고 빙수 가게에 모여서 앉아서 빙수를 먹습니다.

"더우니까 우리 빙수매대를 많이 찾습니다. 빙수를 잡수면 속이 시원해지니까"

◀ 김필국 앵커 ▶

매점처럼 보이는 이곳은 지난해 8월 문을 연 약수터입니다. 더위를 물리치기 위해서 약수를 마시는 사람들 모습도 보입니다.

"소문이 났기 때문에 여러 번 와서 받아 먹어봤습니다."

◀ 차미연 앵커 ▶

나이대에 따라서 좀 다른 것 같습니다.

◀ 조충희 ▶

늙은이들은 주로 그늘에 앉아서 편하게 있는 거 좋아하거든요. 온천 약수 이런 데 주로 평안도 온천 양덕에 있는 온천 약수터 강서 약수 이런 쪽에 가서 시원한 물 마시면서 그늘에 앉아 있기 좋아했던 것 같고요.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은 활동적인 거 좋아하니까 저런 워터파크나 무슨 해수욕장이나 이런 데 가게 되는 거죠.

◀ 김필국 앵커 ▶

또 피서철 휴가철 앞두고 식스팩 만들기도 하잖아요.

◀ 차미연 앵커 ▶

있어요?

◀ 김필국 앵커 ▶

없어요. 휴가비보다 휴가 가려고 몸 만드는 데 들어가는 돈이 더 많다 뭐 이런 말도 있던데요.

◀ 차미연 앵커 ▶

남한에 오고 나서는 북한에 있을 때와 굉장히 많이 달라졌다, 좀 느끼시는 거 있어요?

◀ 조충희 ▶

그렇죠. 전철 타면 춥잖아요. 반팔만 입고 그냥 밖에서 다니는 것처럼 생각하고 타면 길게 갈 때는 춥더라고요. 그다음에 얼음 먹고프면 편의점 같은 데 가면 컵에다 담아 있는 것도 있고 그런 것들을 보면서 되게 좋았고요. 또 최근에는 횡단보도 쪽에 더위 피할 수 있는 그늘막도 만들어 놓더라고요. 그런 거 보면서 굉장히 좋았고요. 사실 제가 제일 좋았던 거는 수박. 수박을 정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게 제일 좋았던 것 같습니다.

◀ 김수경 ▶

아마 북한 이탈 주민분들 한국에 와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 중에 하나가 냉방병일 거예요. 에어컨이 워낙 잘 나오다 보니까 냉방병에 걸리는 경우가 있죠. 북한은 전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에어컨 사용 같은 것들은 상상하기 힘들고 또 그렇다고 해서 늘 냉목욕을 할 수 있을 만큼 수도 사정이 또 늘 좋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결국은 개인이 체력으로 버텨낼 수밖에 없는데, 여러 가지 식량 사정이나 이런 것도 좋지는 않기 때문에 그것마저도 쉽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밖에 다닐 때 색안경과 해가림모자, 양산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야외 작업을 하는 날에 대해서는 작업시간을 합리적으로 정해야 합니다."

◀ 김수경 ▶ 특히나 북한은 산업 구조가 주로 밖에서 많이 활동을 하다 보니까 냉방 인프라도 부족한데 밖에서 활동을 해야 하고 그늘도 에어컨도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북한 주민들이 여름에 잘 버티고 있는지 걱정이 되는 상황이네요.

◀ 김필국 앵커 ▶

그런데 기반시설이 부족한 북한에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주민들은 특히 더 고달플 것 같은데요. 격차가 좀 있나요?

◀ 김수경 ▶

이런 빈부의 격차가 가장 드러나는 것들 중에 하나가 문화생활이라든가 휴가 여가 이런 것들이거든요. 아무래도 잘 사는 집은 피서철에 멀리 휴가를 가기도 하고 또 특히나 이런 위락시설 같은 것들이 평양에 많이 모여 있다 보니까 평양까지 갈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잖아요. 그런데 또 최하층에 있는 근로자들은 휴가 때 오히려 돈을 벌어야 하는 빈부 격차가 아주 크게 드러나는 분야 중의 하나가 여가, 휴가 이런 부분이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 차미연 앵커 ▶

사실 우리도 이 휴가에 대한 이미지가 좀 많이 바뀌긴 했어요. 즐기기 시작한 것도 그렇게 오래된 것도 아니고요. 북한에서도 이 피서 문화 휴가 문화가 좀 자리 잡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 조충희 ▶

사실 더우면 그냥 참아야 한다고만 생각하는 북한 주민들이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국내에서라도 괜찮은 데 가서 시원한 데 가서 휴식할 수 있는 그런 쪽으로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 김수경 ▶

희망적인 것은 어쨌든 김정은 위원장이 치적을 자랑하기 위해서든 아니든 여러 가지로 이런 위락 시설들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그래도 인민들의 삶의 질을 좀 신경 쓰고 있다. 그리고 비록 지금은 평양 주민들에게 국한된 것이라 할지라도 계속 이런 분야에 투자를 하면 결국 그 온기가 중산층 또 그 밑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서 긍정적인 변화라고 보고 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북한에서 피서를 즐기는 모습을 상상하기 쉽지 않았었는데요. 오늘 북한의 변화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휴가 계획 세우신 분들 많을 텐데요. 이번 여름 피서 건강하게 또 안전하게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오늘 도움 말씀 고맙습니다.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391295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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