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속의 특수정보 SI가 뭐기에
◀ 김필국 앵커 ▶
서해상 공무원 피격사건과 동해상 북한 어민 북송사건의 진실 규명을 위해 검찰과 감사원이 SI 대북 특수정보를 들여다본다고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SI 특수정보는 그 이름처럼 존재 자체가 비밀에 붙여져야 하는 내용이란 말도 있는데요.
SI가 정치권의 충돌 그 중심으로 들어가버렸습니다.
◀ 김필국 앵커 ▶
도대체 SI가 뭔지, 어떤 정보들을 어떻게 수집하는 건지 또 공개해도 문제는 없는 건지 김세로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 리포트 ▶
SI, 특수정보는?(Special Intelligence)
SI는 글자 그대로 비밀 특수정보.
한미 정보당국이 정보자산을 통해 수집하는 신호와 음성정보들, 그리고 이 단서들을 통해 알게 된 정보사항을 말합니다.
북한군의 무선통신을 감청하거나, 미사일 등 무기에서 나오는 고유한 전자신호를 통해 포착합니다.
미사일 발사 과정에서 지휘체계 내부의 전자신호나 미사일과 지상간에 오가는 신호를 통해 정보는 신속하게 수집 분석됩니다.
[부승찬/전 국방부 대변인] "GPS 유도방식이라면 레이더를 조사해서 지형을 숙지하면서 날아가잖아요. 그런 것들은 신호가 나오니까 잡는 거고, 예를 들어서 (미사일을) 쐈어요, 그럼 지상하고 미사일 간에 교신을 할 거 아니에요. 유도를 한다든지.."
이번 동해, 서해 사건에서 우리 군당국이 포착한 SI는 주로 북한군 내부에서 오간 무선통신 내용입니다.
[정경두 당시 국방부 장관/2019년 11월] "처음에 저희가 이 작전과 관련해서 인지를 한 것은 SI 정보로 확인을 했고.."
우리 공무원이 북한 서해에서 발견되고, 참혹하게 살해된 정보와, 그리고 동해에서 북한 선원들이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도주했다는 사전 정보도 북한 내부의 무선교신을 감청해 알게 된겁니다.
대북감청을 전담하는 부대는 777, 이른바 쓰리쎄븐 부대, 정찰기와 선박, 지상 시설 등을 통해 감청한 내용은 북한군의 도발징후를 감지하거나 주요 인사들의 움직임 등 북한내 특이동향을 파악하는데 유용합니다.
지난 2006년 미국 국가안보국, NSA 비밀문서에 따르면 한국의 22개 감청기지에서 북한군 통신의 75%를 감청하는 걸로 파악됐습니다.
16년이 흐른 지금은 북한 전역의 무선 신호를 대부분 잡아낼 정도가 됐습니다.
[신승기/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한반도 북쪽에서 나오는 상당한 신호 정보는 캐치를 한다고 봐야 하죠. 특히 휴전선 근처에서 나오는 신호들은 저희가 그 인근에 신호정보 체계를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중에 떠다니는 북한의 무선통신 양은 엄청나지만, 이걸 채집해 모은다고 다 정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이 북한군 내부에서 통상적으로 주고받는 단순 교신들, 이렇게 수집된 정보의 더미 속에서 단순 첩보를 찾아내고 옥석을 가려 중요첩보를 골라내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게다가 무선 통신은 대부분 암호처럼 음어와 숫자로 하기 때문에 내용 파악이 쉽지 않습니다.
[부승찬/전 국방부 대변인] "(예를 들어서) '백두산' 하면 1중대, '한라산' 하면 2중대 이런 식이 되겠죠. 데이터 축적이 가장 근본입니다."
[신승기/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음어 같은 걸 저희가 감청하면 이게 무슨 뜻일까 신호를 해석하는 부대나 그런 부서들이 있기 때문에 못 풀면 계속 이렇게 업데이트 시켜가면서 이게 어떤 의미인가 찾아가는 그런 분석 과정을 계속 하고 있거든요."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당시 북한군 상급부대가 내린 명령 '7.62' 역시 사용하는 무기를 가리키는 '음어'였습니다.
감청한 음어를 해석 가능한 문장으로 옮기는 과정도 쉽지 않습니다.
우리 군의 감청을 의식하고 일부러 기만정보, 즉 가짜정보를 흘리는 교란작전까지 폅니다.
그래서 수집한 첩보의 진위를 검증하기 위해 위성과 정찰기 등을 통해 얻는 정보, 그리고 내부 정보원-협조자가 전하는 인적정보까지 확인하고 교차검증하면서 마치 퍼즐처럼 조각 첩보를 꿰맞춰야 하나의 SI가 정보로 완성되는 겁니다.
[신승기/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다 취합을 해가지고 공통으로 관리를 합니다. 주로 저희가 부족한 부분도 있고 미국이 좀 부족한 부분도 있고 해서 서로 합의하에서 이 정보가 맞다 안 맞다 확인을 하게 되거든요.."
우리 군의 감청을 회피하기 위한 북한의 대응도 만만치 않습니다.
무선통신 대신 감청이 힘든 유선 통신을 늘려서, 실제로 전방부대는 1990년대부터 유선 광케이블 교체작업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무선통신도 우리 군에 노출되거나 시간이 흐르면 수시로 음어와 통신체계를 바꿔가며 대응합니다.
[부승찬/전 국방부 대변인] "주파수 대역을 변경한다든지 음어 체계를 변경한다든지 또는 숫자 같은 것들을 이용하거든요, 암호죠 일종의.."
우리 군이 감청했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북한은 음어와 주파수 대역을 변경하고, 우리군이 바뀐 주파수와 음어쳬계를 다시 파악하기까지 적지않은 정보공백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SI는 보안, 비밀유지가 생명인겁니다.
게다가 한미가 정보자산을 공유하고 긴밀히 정보를 주고받는 상황에서 민감정보가 공개될 경우 미국과의 신뢰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부승찬/전 국방부 대변인] "상당히 민감하다는 이유가 우리가 제공받고 있는 당사자인 미국이 있거든요. 미국조차도 선별적으로 우리한테 정보를 제공해버리면.."
서해와 동해 사건의 진실을 가려낸다며 여야 모두 SI를 거론하고 있고 수사과정에서도 SI가 중요 근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SI 논란이 국가안보의 첫단계인 정보작전을 위축시키거나 수집과 분석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통일전망대 김세로 입니다.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391294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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