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 점검]① 사고 많은 '어린이 보호구역', 불법주정차도 많았다
7월 12일부터 보행자 보호 의무가 강화된 도로교통법이 시행됐습니다. 보행자 가운데서도 어린이는 배려가 필요한 교통 약자입니다. 때문에 어린이 보호구역 내 주정차 전면 금지, 횡단보도 앞 일시 정지 등 어린이 보행 안전을 위한 조치도 잇따라 시행되고 있지만, 현실은 법을 좇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KBS는 어린이 보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대구지역을 중심으로 어린이 보호구역 안전 실태를 집중 점검하는 연속 기획보도 순서를 마련했습니다.
① 사고 많은 '어린이보호구역', 불법주정차도 많았다
② '초품아'의 배신, 아파트 밀집지역이 사고 더 많다
③ 스쿨존이 님비시설? 어린이 안전과 맞바꾼 주차 편의
첫번째 순서로, 어린이 보호구역의 불법주정차 실태를 집중 점검합니다.
■ 대구 수성구·달성군, 불법주정차 10건 중 1건 '어린이 보호구역'
어린이 보호구역의 주정차는 지난해 10월부터 전면 금지됐습니다. 이를 어기면 일반 주정차 위반 범칙금의 3배가 부과됩니다. 승용차는 12만 원, 승합차는 13만 원입니다. 같은 장소에서 2시간 이상 주차할 경우, 만 원이 더 붙어 과태료는 최대 14만 원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장은 어떨까요?
KBS가 대구지역 어린이 보호구역 15곳을 직접 촬영한 결과, 단속 CCTV 카메라가 있는 학교 정문을 제외하고는 불법주정차 차량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주택가 골목길 줄줄이 불법주정차가 돼있었습니다. '어린이 보호구역'을 알리는 왕복 2차로의 빨간색 표지가 무색하게 양방향 가장자리 차로에 줄지어 늘어선 차량들부터, 집중 단속과 과태료를 안내하는 현수막 앞에 떡하니 세워둔 차량, '어린이 보호구역'을 나타내는 빨간색 도로를 '즈려밟고(?)' 주차한 차량까지... 심지어 대형 트럭과 '노랑버스'로 불리는 어린이 통학버스도 학교 앞 통학로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무법천지가 따로 없었습니다.
대체 얼마나 많은 차량이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불법주차를 하는 걸까?
KBS는 최근 5년간 대구시 8개 구·군의 불법주정차 단속 내용 279만 8,642건 전체를 직접 살펴봤습니다. 단속 데이터 가운데서 단속 장소가 초등학교와 유치원, 어린이집, 그리고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일부 학원으로 표기된 데이터만 추려봤습니다. 그러자 5년동안 12만 3,749건, 전체의 4.4%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단속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군별로는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먼저 대구의 '교육 1번지' 불리는 수성구에서는 지난해에만 전체 불법주정차의 10%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단속됐습니다. 2017년의 3%에서 2020년에는 12%까지 급증했는데, 지난해에는 소폭 감소했습니다.
신도시를 중심으로 불법주정차 단속 건수가 집중된 달성군은 최근 5년 평균 불법주정차 단속 건수 가운데 어린이보호구역의 비율이 11.5%에 이릅니다.
대구에서 어린이 보호구역이 가장 많은 달서구는 최근 5년 평균 스쿨존 비율이 4%로 나타났습니다. 그밖에 동구와 서구는 1%, 중구·북구·남구는 2%입니다.
하지만 단속 데이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CCTV 단속 카메라는 대부분 초등학교 정문에 설치돼 있는 상황.
정문 이외의 어린이 보호구역은 이른바 사각지대로, 불법주정차 차량이 제대로 단속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CCTV가 많이 설치돼있지 않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상당수는 도로명으로만 표기돼있어 일일이 추출하기 불가능했습니다. 게다가 서구 등 일부 구군의 단속 데이터는 단속 장소가 도로명으로만 표기돼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즉, 실제 어린이 보호구역의 불법주정차는 훨씬 더 많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 스쿨존 불법주정차 왜 문제인가?
불법주정차 차량은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불법주정차와 연계된 교통사고가 지난 2018년 한 해에만 85,854건 발생했고, 인명피해는 7,649명에 달했습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건, 불법주정차 차량 앞으로 갑자기 보행자가 진입하여 충돌하는 '차대 사람' 사고입니다.
어린이는 대체로 키가 작고, 주위를 제대로 둘러보지 않은 채 횡단보도를 보면 돌진하는 등 돌발행동이 많은 보행 특성을 보이는데요. 불법주정차 차량 사이로 갑자기 튀어나오는 어린이를 운전자가 미처 보지 못할 수도 있고, 어린이 역시 불법주정차 차량 때문에 시야가 가려 달려오는 차량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어린이가 불법주정차 유발 교통사고에 더 취약한 이유입니다.
이와 관련된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는 지난 2018년부터 3년동안 발생한 불법주정차 유발 교통사고를 분석했는데요. '차 대 사람' 사고에서 피해자 연령을 살펴본 결과, 어린이의 비율이 16.4%로 전체 보행자 교통사고의 어린이 점유율 7.3%보다 9% 포인트 더 높았습니다.
■ 사고다발 스쿨존, 불법주정차도 많았다
'불법주정차 차량은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불법주정차 차량은 어린이 교통사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과연 그럴까? KBS는 실제 불법주정차와 어린이 사고 간 연관성이 있는지 직접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불법주정차 단속 데이터와 교통사고분석시스템을 활용했습니다. 분석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최근 5년 간 대구시 8개 구·군 불법주정차 단속 현황 자료를 분석해 초등학교 어린이 보호구역이 표기된 데이터를 추출했습니다. 이를 구군별, 연도별로 단속 건수가 많은 순서대로 나열해 상위 스쿨존을 뽑았습니다. 불법주정차 상위 스쿨존을 대부분의 구군에서 10곳씩, 전체 학교 수가 적은 중구에서는 5곳을 뽑았습니다.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를 통해 최근 10년 간 대구지역 전체 초등학교 어린이보호구역과 그 일대(반경 300미터 이내)에서 발생한 어린이 보행 교통사고를 모두 살펴봤습니다. 이를 학교별로 사고 건수가 많은 순서대로 나열해 '상위 스쿨존'을 뽑았습니다. 사고 다발 '상위 스쿨존'은 대부분의 구군에서 10곳씩, 학교 수가 적은 중구는 5곳, 남구는 공동 5위까지, 8개 학교를 뽑았습니다.
-지도 위에 사고 다발 상위 초등학교 주변은 '빨간색 원'으로, 불법주정차가 많은 초등학교 주변은 '노란색 원'으로 비교해 표시했으며, 원의 크기는 순위를 나타냅니다. 색이 다른 원이 겹치면, 해당 학교 주변에서는 불법주정차가 많았던 동시에 어린이 보행 교통사고도 많이 발생했다는 뜻입니다.
구군별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달서구는 대구에서 스쿨존이 가장 많은 기초자치단체입니다. 달서구의 사고 다발 초등학교 10곳과 불법주정차 상위 초등학교 10곳을 서로 비교한 결과, 월서초와 이곡초, 한샘초, 와룡초 4곳이 같았습니다. 중복률은 40%. 하지만 겹치지 않는 스쿨존들도 달구벌대로 인근 아파트 밀집지역, 월성동 주변에 몰려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동구에서는 강동초와 반야월초, 안일초, 효목초, 신천초 5곳이 사고 다발 상위 스쿨존과 불법주정차 상위 스쿨존에 동시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나머지 학교들도 상당수 도시철도 1호선 라인을 중심으로 집중돼있습니다.
북구에서 겹치는 학교는 동평초, 서변초, 복현초, 산격초, 달산초로 중복률 50% 입니다. 겹치지 않는 학교들도 칠곡지구 등 특정지역에 몰려 분포하고 있습니다.
수성구에서는 매호초와 신매초, 용지초, 성동초가 중복됐습니다. 10곳 중 4곳이 불법주정차와 사고가 모두 많이 발생한 곳에 해당됐습니다. 다만, 불법주정차가 범어동과 수성동 등으로 분산된 반면, 사고는 만촌동과 시지 등 아파트 밀집 지역에 집중됐습니다.
서구에서는 중복률이 60%로 높아집니다. 두류초와 내서초, 서부초, 경운초, 평리초, 이현초, 서평초 6곳입니다. 대부분 주택 밀집지역에 해당합니다. 겹치치 않은 학교들 가운데 불법주정차가 많은 학교는 분산돼 분포한 반면, 사고 다발 학교는 주택가를 중심으로 밀집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남구에서는 사고 건수를 중심으로 5위까지, 학교 8곳을 뽑아 불법주정차 상위 스쿨존과 비교했습니다. 그러자 불법주정차 상위 5위에 해당되는 대명초와 봉덕초, 대봉초, 성명초, 남도초가 모두 사고 다발 학교에 포함됐습니다. 그밖에 영선초와 남대구초도 겹쳤습니다. 중복률은 87.5%입니다.
달성군은 죽곡초와 화남초, 유가초까지 중복률이 30%로 가장 낮습니다. 하지만 달성군은 대구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가진 기초자치단체입니다. 면적을 감안하면, 불법주정차 상위 학교와 사고 다발 학교가 모두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밀집해 분포해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중구는 초등학교 수가 적어 각 상위 5개 스쿨존을 비교했으며, 이 가운데 계성초, 대구초, 사대부초, 삼덕초 4개가 겹쳐 중복률은 80%입니다.
이를 종합해보면 대구지역 사고 다발 상위 스쿨존과 불법주정차 상위 스쿨존을 지도상에서 함께 비교해본 결과, 절반 이상인 55%의 학교가 일치했으며, 나머지 스쿨존들도 상당수 비슷한 지역을 중심으로 분포하고 있었습니다.
어린이 보호구역의 불법주정차에 대한 모두의 경각심이 절실한 때입니다.
(그래픽: 인푸름)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 전화 : 02-781-123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뉴스홈페이지 : https://goo.gl/4bWbkG
신주현 기자 (shinjour@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 15년 갈고닦은 심폐소생술…사람 살린 예비군 ‘동대장’
- 최대 쟁점 ‘손배소’ 미합의 이유는?…불씨되나?
- 감사원 “백현동, 민간에 과다 이익”…이재명 “朴 정부 요구 들어준 것”
- 대통령·내각, 한자리에 모였다…“국민이 바라는건 이념 아닌 민생”
- ‘특혜’ 논란 ‘민주 유공자법’ 따져보니…
- 박순애 “변호사 조력 안 받아”…풀리지 않는 ‘선고유예’ 의혹
- 폭염 대책, “거창한 구호보다 사소한 배려부터”
- ‘부모 살해’ 30대 여성, 하마터면 놓칠 뻔…체포 당시 현장
- 대법원·헌재 힘겨루기에 ‘끝나지 않는’ 소송
- 위중증 130명·사망 31명…BA.2.75 변이 또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