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족 아파트 '헐값 경매' 쏟아진다?..금융위기 때 살펴보니

유엄식 기자 2022. 7. 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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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매 삽화. /제작=임종철 디자이너

"앞으로 금리가 계속 오르면 원금과 이자상환 부담을 견디지 못한 영끌족이 보유한 아파트가 경매시장에 쏟아진다. 시세의 반값으로 살 수 있다"

이번 금리인상기 '집값 폭락'을 예측하는 수요층에서 거론되는 시나리오 중 하나다. 과연 맞는 말일까. 가장 최근 주택시장 침체기의 시발점이었던 2008년 금융위기 직후 경매 시장 흐름과 최근 동향을 살펴봤다.
금융위기 직후 경매 낙찰가율 60%대로 하락...시행사 부도로 단지 통째 경매 사례도
금융위기 직후 경매시장에 매물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22일 법원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글로벌금융위기가 촉발한 2008년 9월 이후부터 2009년 초까지 전국 부동산 경매 진행 건수가 이전보다 늘어났다.

2008년 상반기 월간 경매 진행 건수는 2만 건 내외였는데 2008년 10월부터 2만3000건대로 늘어났고 그해 12월은 2만8000건을 넘어섰다. 2009년 3월 2만8201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를 나타났고 2011년 2월부터 월간 2만 건 이하로 줄었다.

시세보다 30~40%대 낮은 매물이 많았다는 것도 틀린 분석은 아니다. 2008년 10월부터 2009년 5월까지 전국 부동산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은 62~69% 수준이었다. 최초 감정가보다 평균 30% 이상 낮은 가격에 낙찰된 매물이 많았다는 의미다.

미분양으로 시행사와 시공사가 모두 파산해 아파트 단지가 통째로 경매시장에 풀린 사례도 있다.

2010년 준공한 용인시 기흥구 소재 '성원상떼레이크뷰'는 이듬해 345가구 모두 경매 매물로 나왔다. 전용 188~215㎡ 대형 아파트로 최초 감정가는 10억원이 넘었지만 9번 유찰된 끝에 최초 감정가의 25~28% 수준에 낙찰됐다. 당시 경매 낙찰자는 2억~2억5000만원 선에 새 아파트를 취득했다. 이 단지 전용 215㎡는 지난해 10월 14억5000만원에, 전용 188㎡은 올해 5월 8억5000만원에 각각 매매됐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사진제공=뉴시스
최근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율 100% 상회...강남 펜트하우스 20억원 웃돈
최근 경매시장은 지난해보다 다소 침체된 상태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1~6월 서울 아파트 경매 평균 낙찰가율은 101.4%로 지난해 평균 낙찰가율(110.5%)보다 소폭 하락했다.

하지만 금융위기 직후와 비견될 상황은 아니다.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경매 낙찰가는 시세와 큰 차이가 없고, 강남권 등 인기 지역은 감정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대을 써내야 낙찰받을 수 있다.

지난달 2일 경매를 진행한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244㎡ 매물은 15명이 경합한 끝에 감정가 48억7600만원보다 41.5% 높은 69억원에 낙찰됐다. 지난달 23일 경매가 진행된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4차' 전용 136㎡는 감정가 29억2000만원보다 40.9% 높은 41억1488만원에 낙찰됐다.

금리인상 여파로 매수심리가 얼어붙었지만 대출이 필요없는 현금부자 '큰 손'들은 경매 시장에서도 적극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시세보다 30~40% 낮은 경매 매물이 서울을 비롯한 인기 주거지역에서 속출할 것이란 전망은 다소 무리한 측면이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다만 최근 아파트값 상승세가 꺾였고 금리인상으로 경락대출(경매 낙찰자가 잔금을 치르기 위해 받는 대출) 이자부담도 늘어났기 때문에 15억원 이하 매물은 예전보다 경쟁률이 낮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경기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90.7%로 2020년 1월(90.36%) 이후, 인천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88.8%로 2020년 12월(86.6%) 이후 가장 낮았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최근 감정가액은 시세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가격하락 압력도 커졌기 때문에 입찰가를 좀 더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당분간 경매 낙찰가율, 응찰자 수 등 경매 지표가 반등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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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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