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철의 행동경제학] 손실회피 성향·통제편향..하락장의 딜레마

여론독자부 2022. 7. 23. 0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잘못된 판단·자기 과신이 화 불러
하락장일수록 냉정함 유지 중요
과도한 '빚투'했다면 파는 게 현명
실적 좋은 가치주는 보유 추천
[서울경제]

지난해 여름 주식시장은 정말 뜨거웠다. 2021년 6월 25일 코스피지수는 장중 역대 최고치인 3316.08을 찍었다. 코스닥지수도 지난해 8월 6일 장중 한때 1062.03까지 오르며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런데 지난해 주가 상승은 기업의 펀더멘털이 좋아졌다기보다는 유동성 장세의 영향이 컸다. 시장에 돈이 넘쳐났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극복을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고 정부가 재정 지출을 늘리면서 시중에 늘어난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대거 유입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여름 주식시장은 참담하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이다. 누구나 참가해 돈을 벌 수 있었던 유동성 잔치가 끝났으니 이제 비싼 잔치 비용을 지불해야 할 때가 왔다. 지난해 여름에 정점을 지난 주가지수는 연말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그리고 마침내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폭락에 가까운 하락세를 보였다. 코스피는 연초에 3000 선이 무너지더니 최근에는 2300 선까지 하락했다. 코스닥지수 역시 1000을 내어준 뒤 며칠 전에는 750 선 안팎으로 주저앉았다.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최고점 대비 30%가 빠져버린 것이다.

주가가 하락할 때 투자자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하락장에서는 어떤 심리 요인들이 투자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까. 그리고 투자자들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일반적으로 개인투자자들은 주가가 하락하면 ‘손실 회피(loss aversion)’ 성향 때문에 매도를 주저한다.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에 의하면 손실 회피 성향이란 확실한 손실을 피하고 싶어하는 심리를 말한다. 가격이 하락한 주식을 매도하면 손실이 확정된다. 확실한 손실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매도하지 않으면 평가손실을 봤을 뿐 손실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확실한 손실을 피하기 위해 주가가 하락해도 주식을 매도하려고 하지 않는다. 계속 보유하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그 결과 시간이 지나면서 평가손실은 점점 더 커지게 된다.

한편 하락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은 하락했던 주식의 가격이 조금이라도 오르면 조기에 매도해 이익을 확정해 버리고 싶어한다. 주가가 내렸다가 오를 때 투자자들의 손실 회피 성향과 위험 회피 성향이 커지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주가가 다시 내려 손실이 발생하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을 미리 회피하고 싶은 심리다. 반대로 주가가 계속 하락할 때는 확실한 손실을 피하려는 심리가 위험 선호 성향을 키워서 주식을 계속 보유하거나 심지어 물타기(추가 매수)까지 하게 된다. 이와 같이 가격이 상승한 주식은 팔고 가격이 하락한 주식은 보유하려는 심리를 ‘처분 효과’라고 부른다.

그런데 일반적인 하락장이 아니라 주가가 급락하는 폭락장에서는 어떨까. 이와 관련된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연구 결과가 있는데 성별, 나이, 결혼 여부, 자녀 유무 등에 따라 투자자들의 선택이 달랐다. 폭락장에서 45세 이상 남자 또는 자녀가 있는 기혼 남성 투자자들은 여성 투자자들과 달리 적극적으로 투매를 했다. 그들은 자신을 과도하게 신뢰하는 자기 과신(overconfidence)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통제 편향(control bias)이 강했다. 따라서 지금 투매를 하고 나중에 바닥에서 매수해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이렇게 주관적인 감정에 따른 투자의 결과가 좋을 리는 없다. 어려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통제 편향이 자기 과신을 확대해 결국 낮은 수익률을 초래했다. 반면 자기 과신이 강하지 않은 여성들은 폭락장에서도 매도하지 않고 장기간 보유해 결국에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락장에서 투자자들은 냉정해져야 한다. 테마주 또는 자신이 잘 모르는 기업이나 유동성에 문제가 있는 기업의 주식은 손실을 보더라도 매도하는 것이 낫다. 높은 금리를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했다면 눈물을 머금고 처분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하지만 실적이 좋은 가치주 또는 자신이 잘 아는 기업의 주식을 갖고 있고 자금의 여유가 있다면 계속 보유하는 것이 좋다. 하락장에서는 손실 회피 성향을 경계하고 자신이 시장을 이길 수 있다는 통제 편향과 자기 과신의 심리를 버려야 한다. 투자는 심리와의 싸움이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