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랩터' KF-21, 세계 시장 흔들 '게임 체인저' 될까 [박수찬의 軍]
지난 19일 경남 사천시 공군 제3훈련비행단 기지. 국산 KF-21 ‘보라매’ 전투기가 하늘로 박차올랐다.
내년 후반기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고 2026년쯤 최초 양산에 들어가면, KF-21은 해외 시장에 진출할 채비를 할 수 있게 된다.
F-35가 서방 국가들로부터 3000여대를 수주받아 세계 전투기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KF-21도 일부 능력을 신속하게 보완하면 라팔, 타이푼 등 유럽 전투기보다 경쟁력이 있어 F-35가 주도하는 세계 전투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는 평가다.
◆라팔·타이푼보다 우수한 기체 성능
프랑스 닷소가 개발한 라팔, 유럽 에어버스가 만드는 타이푼은 세계 전투기 시장에서 각광받는 기종이다.
한때 ‘라팔아 팔렸니 아니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출 시장에서 고전하던 라팔은 리비아 내전 등에서 실전경험을 쌓았다. 프랑스 외에도 이집트, 그리스, 크로아티아,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에도 수출돼 수백대가 운용중이다.
영국,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가 공동개발한 타이푼은 개발 단계서부터 700여대의 주문을 확보했다. 사우디와 오만 등 중동 국가들을 중심으로 수출도 이뤄졌다.
기체 성능 측면에서 KF-21은 라팔, 타이푼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다.
KF-21은 각진 모양에 경사진 두 개의 수직 꼬리날개를 장착하고 있다. 세계 최강의 전투기로 불리는 미 공군 F-22와 외형이 비슷하다.
이같은 모습은 F-22와 F-35를 비롯한 최신 미국산 5세대 전투기에서 볼 수 있다. F-35의 영향을 받은 5세대 스텔스기 J-20(중국)을 비롯해 템페스트(영국), FCAS(프랑스) 등 6세대 전투기도 미국 방식을 적용했다.
5세대 미국 전투기 방식은 전투기가 적 레이더에 포착될 확률을 낮춰주는 스텔스 성능을 얻도록 해준다. 두 개의 수직꼬리날개는 비행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4.5세대 전투기로 평가받는 KF-21은 라팔. 타이푼보다 훨씬 늦은 시점에 설계·제작이 이뤄졌다. 미국 방식으로 제작되어 기체 구조가 튼튼하고 안정적이다. 제한적이나마 스텔스 성능도 갖고 있다. 라팔, 타이푼과 비교하면, 기체 특성 측면에서 장점이 두드러진다.
능동전자주사식위상배열(AESA) 레이더는 KF-21이 라팔, 타이푼보다 앞서나갈 수 있도록 하는 또다른 요인이다.
탐지능력과 운영 효율성을 크게 높여주는 AESA 레이더는 현대 전투기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장비다. KF-21도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한 AESA 레이더를 탑재한다.
라팔, 타이푼, F-16 등은 개발 당시 AESA 레이더보다 한 세대 이전 기술로 제작된 기계식 레이더를 탑재했다. 이후 AESA 레이더가 등장하자 성능개량 작업을 통해 AESA 레이더를 장착했다.
한국 공군도 KF-16 레이더를 AESA로 교체했고, F-15K도 성능개량 사업을 실시하게 되면 레이더를 바꿀 예정이다.
문제는 기계식 레이더를 AESA 레이더로 바꿔도 전투기의 성능 향상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AESA 레이더 성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려면, 레이더와 함께 작동하는 항공전자장비도 그에 맞게 교체해야 한다.
하지만 항공전자장비를 모두 뜯어고치는 것은 비용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쉽지 않다. 단순히 기계식 레이더를 AESA 레이더로 바꾼다고 해서 전투기의 항공전자장비 성능이 대폭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반면 KF-21은 개발 단계서부터 AESA 레이더를 탑재한다. 국내 개발된 핵심 항공전자장비인 적외선 탐색 및 추적장비(IRST), 표적추적장비(EO TGP), 전자전 장비(EW Suite), 항공전자 소프트웨어 등도 AESA 레이더 장착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
개발 당시 기계식 레이더를 사용하다 AESA로 교체하는 라팔과 타이푼보다 처음부터 AESA 레이더를 탑재하는 KF-21의 항공전자장비 체계가 더 효율적이고 우수하다. 같은 4.5세대지만 KF-21이 라팔·타이푼보다 앞설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세계 시장에서 라팔, 타이푼과 경쟁하려면 KF-21 기체의 성능으로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
라팔과 타이푼은 미국산 전투기와 비교할 때, 가격이 낮은 편은 아니다. 운영유지비도 상당한 규모다.
그럼에도 상당수 국가가 도입했고, 세계 시장에서 관심을 받는다. 정치적 이유 때문이다.
전투기 거래는 제작국과 구매국이 전략적 관계를 맺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이 국제정치적 환경에 따라 전투기나 항공무장, 부품 등의 공급을 조절하는 이유다.
라팔과 타이푼은 미국의 정치적 압박에서 자율성을 얻고자 하는 국가에서 주로 선택한다.
이집트는 군부 쿠데타로 미국이 군사원조를 중단하자 라팔을 구매했다. 크로아티아는 이스라엘에서 중고 F-16을 도입하려다 미국 정부의 저지로 실패하자 라팔 구매로 선회했다. 사우디도 미국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타이푼을 도입한 바 있다.
‘탈미국’을 추구하는 국가들이 라팔과 타이푼 구매를 선뜻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정치적 요인 이외에 항공무장도 한몫 한다.
유럽 기종은 이같은 우려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라팔은 스칼프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미카·미티어 공대공미사일, 엑조세 공대함미사일, SBU-38 폭탄 등 프랑스와 유럽산 항공무장을 대량 사용한다.
타이푼도 아스람 공대공미사일, 브림스톤 공대지미사일 등을 비롯한 유럽산 무장이 다수 탑재된다.
미국 스타일로 만든 전투기를 원하지만 국제정치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의식해 미국산 항공무장을 꺼리거나, 유럽 전투기를 장기간 운용해 무장과 정비체계가 유럽 기준에 맞춰진 국가 입장에선 KF-21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수출 증진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추가 투자를 단행, 국산 외에도 미국, 유럽, 이스라엘 등이 생산한 항공무장을 추가로 체계통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그래야 잠재적 수출 대상을 더욱 넓힐 수 있다.
F-35A는 대량생산이 진행되면서 가격이 개발 초기보다는 낮아졌으나, 공급망 문제가 불거지면서 상승 우려가 나오고 있다. 라팔은 프랑스 정부의 적극적인 수출 드라이브에 힘입어 금융권 융자 등이 구매국에 제공된다.
KF-21이 세계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려면, 강력한 비용 절감 조치가 필수다. 생산라인 가동을 효율화하고 공급망을 정비하며, 부품과 장비 및 소재 가격을 낮추는 등의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 정부 차원의 융자 등도 고려되어야 한다.
KF-21 개발은 훈련기에 머물던 국내 군용기 제작 현실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다. 한국의 항공우주산업이 군용기 설계와 제작, 후속군수지원에 이르는 전 과정을 수출하는 단계로 올라서려면 KF-21의 수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시험비행과 더불어 수출 전략에 대한 고민을 정부와 군이 해야 하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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