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단체 연설 키워드.. 與 '문재인'·野 '윤석열' [정치쫌!]
권성동 "지난 5년 내내 정치가 경제 발목 잡아..민생 고통 주범"
박홍근, 尹 향해 "국민 고통 외면한 참으로 한가한 태도" 비판
유류세 인하 등 민생 정책 대해선 여야 모두 기존 입장 재확인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첫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로 21대 후반기 국회가 시작됐다. 3중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 위기와 퍼펙트스톰 우려 속에서도 여야는 '원 구성'이라는 정치 수싸움으로 50일 넘게 개회를 미뤄왔다. 하지만 대표연설에서 여야 원내대표는 경제 위기의 원인을 현정부와 전정부에서 찾으면서 ‘정책’보다 ‘정쟁’에 또다시 의존하는 모양새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연지난 21일 원내대표 교섭단체 연설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16번 언급했다. 문 전 대통령을 ‘대통령’, ‘지난 정부’ 등으로 표현한 것까지 포함하면 총 20번 말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14번 언급했고, ‘대통령’이라는 단어는 25번 꺼냈다. 반면 ‘민생’이라는 단어는 여야 원내대표는 각각 9번, 16번에 그쳤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경제 어려움의 직접적인 원인을 문재인 정부로 돌렸다. 권 대표대행은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며 “‘오늘만 산다’식의 근시안적 정책, 국민을 갈라치는 분열적 정책이 바로 민생 고통의 주범”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최대 공세 카드는 ‘부동산 정책’ 분야였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반복적으로 외쳤던 국민의힘인만큼 권 대표대행은 “(지난)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으로 집값이 급등했는데, 왜 주택 소유자가 과중한 세금을 부담해야 하냐. 비합리적 공시지가를 재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1세대 1주택 실수요자의 보유세 부담이 부동산 가격 급등 이전 수준으로 환원될 수 있도록 보유세제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박 원내대표는 “부동산 세제의 불합리한 부분은 물론 개선해야 한다”면서도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세금 부담이 줄어들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열 일 제쳐두고 부동산 감세에만 몰두할 때가 아니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가 부동산 대신 주목한 것은 ‘부자 감세’였다. 민주당의 잇따른 선거 패배의 최대 원인으로 ‘부동산 정책’이 지목되는 만큼 지난 정권 부동산 정책의 문제는 인정하되 민생 문제의 초점을 ‘감세’로 전환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박 원내대표는 “소수 재벌 대기업 등에 혜택이 집중되는 법인세 감세 등으로 국가 재정이 축소되는 일은 반드시 막겠다”며 윤석열 정부의 세제 개편안을 정조준했다. 당정은 18일 국회에서 당정 협의를 열고 2022년도 세법 개정안에 대해 논의했다. 정부의 세법 개정안에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재 25%에서 22%로 낮추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권 대표대행은 법인세 인하를 ‘국제적 추세’로 표현하며 법인세수를 늘려야 서민 경제도 살아난다는 입장이다. 법인세가 인상되면 기업의 세부담이 커져 국내 기업의 해외 이전이 가속화되고 신규 고용이 축소돼 경제가 활력을 잃는다는 게 권 대표대행의 주장이다.
민주당은 경제 위기의 문제로 윤석열 정부의 ‘태도’를 지목했다. 박 원내대표는 경제정책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태도를 ‘한가하다’, ‘모호하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정부를 ‘아마추어 정부’라고 빗대어 온 민주당인만큼 결단력 없는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표현을 사용해 윤석열 정부를 향한 공세를 이어가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박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문제 삼으며 “국민의 고통을 외면한 참으로 한가한 태도”라고 평가했다. “대선 이후 넉달, 취임 후 두 달이 지난 이달 초에야 대통령은 비상경제민생대책회의를 주재했다”며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어려울수록 대책과 비전을 제시해 국민과 각 경제주체들을 안심시켜야 한다. 오죽하면 ‘쇼라도 하라’는 말이 나오겠냐. 비전을 제시해 희망을 주는 게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일이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고 첫 여야 원내대표의 대표연설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지적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유류세 인하, 근로자 식비 비과세 한도 인상, 중소기업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 피해 지원 확대 등 민생 정책에 대해 여야 원내대표가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점에서 여야 원내대표의 ‘네 탓 공방’에 대한 지적 또한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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